향수를 뿌리면 될까?
책은 또 다른 세상입니다. 책을 읽는 것은 한 사람의 세상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아요. 그 안에 담긴 당신의 생각에 내 생각을 더합니다. 책을 읽으며 당신 생각을 더 할게요.
자신이 쓴 단어들이
다른 사람 앞에서
제대로 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철퍼덕 떨어져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말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생각들을
머릿속에 품고 있는 것이
얼마나 외로운 일인지를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곰출판, 130쪽
SNS에서 친구를 맺을 때, 전에 한 번이라도 만난 적이 있거나, 이미 알고 있던 사람과 그들의 지인까지가 친구수락을 누르는 범위이다. 내가 신청할 때도 그 조건은 마찬가지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나 일상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공개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친구라는 이름이지만 진짜 친구는 아니기에 모르는 사람의 경우에는 수락하지 않고, 신청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모르는 사람이라도 글을 잘 쓰는 사람에게는 먼저 친구신청을 하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꼭 책을 출판한 작가가 아니어도 글이 좋으면 그이의 글을 더 읽고 싶어 진다. 좋은 글에서는 해 질 녘의 향기가 난다. 그 향기는 시골에서만 나는데, 오후 네다섯 시쯤 되면 냄새가 난다. 옛날처럼 불을 때서 밥 하는 시대도 아닌데 무언가를 태울 때 나는 그 연기 냄새를 나는 '해 질 녘의 향기'라고 부르고 싶다.
좋은 글을 읽다 보면 나도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간절해진다.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을 우아하고 세련되게 쓰고 싶다. 욕심만큼 글이 안 써지는 날에는 화가 날 때도 있다. 생각하는 것을 글로 옮기는 일이 힘에 부칠 때, 글쓰기 설명서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글을 쓰는 일은 김치를 담그는 일처럼 레시피가 있거나, 자전거를 타는 일처럼 요령이 생기는 일이 아닌 것 같다. 자꾸 읽고 싶어지는 글, 마음이 따스해지는 글, 읽으면 글쓴이가 살며시 떠오르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 오늘도 부지런히 글을 쓴다. 내 글에 아련한 해 질 녘 향기를 담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