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도 재능이다
책은 또 다른 세상입니다. 책을 읽는 것은 한 사람의 세상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아요. 그 안에 담긴 당신의 생각에 내 생각을 더합니다. 책을 읽으며 당신 생각을 더 할게요.
꾸준함 없는 재능이 어떻게 힘을 잃는지,
재능 없는 꾸준함이 의외로
얼마나 막강한지 알게 되어서다.
재능과 꾸준함을 동시에 갖춘 사람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창작을 할 테지만
나는 타고나지 않은 것에 관해,
후천적인 노력에 관해
더 열심히 말하고 싶다.
재능을 선택할 수 없지만
꾸준함은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지런한 사랑, 이슬아, 문학동네, 24쪽
무엇이든 호기심이 참 많았다. 궁금한 건 물어야 하고, 가서 보고, 듣고, 이유를 알아야 했다. 하고 싶은 건 다 해봐야 직성이 풀렸다. 끝장 볼 것 같이 덤비지만 어느 정도 알고 나면 시시해져 버리고, 쉽게 단념하고 흥미를 잃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진득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끝까지 파고 들어가는 '끈기'라는 게 없는 사람이었다, 나라는 사람은.
다이어트는 늘 작심삼일로 끝났다. 몇 년 전, 마흔이 되면서 또다시 다이어트를 작심했다. 이번에도 중간에 포기하면 영영 펑퍼짐한 아줌마로 살게 될까 봐 아찔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먼저 홈트(집에서 운동한다는 뜻의 홈트레이닝의 줄임말)로 시작했고, 1년을 버텼다. 나름 유산소 운동과 무산소운동을 골고루 접목시켜서 전신의 근육을 사용할 수 있도록 나만의 운동 프로그램을 짰다. 하지만 매일 같은 방법의 운동만 하니 슬그머니 지겨워졌다. 또 때려치울 위기가 오고, 그만 둘 핑계가 생겼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은 밖으로 나가기였다.
집 앞 피트니스 클럽 회원권을 끊어 운동을 다녔다. 피트니스클럽의 프로그램 중에 줌바댄스가 있었는데, 댄스에 재미를 붙이고 다니다 보니 1년이 후딱 지났다. 회원권의 기간은 지났지만 아직도 다이어트를 끝 낼 시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살이 빠지는 나 자신이 신기했다. 홈트나 피트니스 말고 다른 방법을 찾던 중 아파트 뒷산이라는 훌륭한 운동장소를 발견했다. 매일 산을 오르며 6km씩 걸었다. 눈이 오면 옷을 더 두껍게 입고, 비가 오면 우비를 입고 산에 올랐다. 그렇게 3년이 지났다.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나에게 남은 것은 날씬한 몸매뿐이 아니었다. 나에게도 꾸준함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끈기 없는 사람'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었는데, 이제는 그 말을 하지 않는다. 꾸준함이 원래부터 있던 것은 아니었다. 나를 그렇게 만든 것은 나 자신이다. 꾸준함은 열정의 다른 이름이다. 딱 한 번만, 오늘만, 하루만 더, 한 시간만 더, 그렇게 집요하게 나를 산으로 끌어냈다.
2년 전에 글 쓰기를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났을 무렵, 맘처럼 글이 써지지 않아 힘들었다. 나는 글쓰기 재능이 없는 것 같다고 재능만 탓했다. 그러다 이슬아 작가의 문장을 만났다. '재능 없는 꾸준함이 의외로 얼마나 막강한지, 그러니 꾸준함을 선택하라'고 말해준다. 매일매일 쓰다 보면, 재능 없는 꾸준함이 언젠가는 재능으로 빛을 발할 거라 믿는다. 쓰는 삶을 살자고 다시 나를재촉하기로 했다. 재능이 없으니 꾸준함이 나를 도와주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