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ke Father, Like son"
여름에는 어쩐지 일본영화가 보고 싶어진다. 일본영화 특유의 느린 호흡과 계절을 빼곡히 담은 연출은 곳곳에 여름 냄새가 묻어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어느 가족> 이후에 푹 빠진 감독이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까지 공통적으로 가족에 대한 형태와 다양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어찌보면 영화의 스토리는 진부할 수 있다. 성공한 비즈니스맨이 병원에서 아이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고, 진짜 내 아이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 그렇지만 뻔한 이야기속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특유의 느린 보여주기 방식으로 영화는 풍성한 생각할 거리와 다양한 감정선을 부여해준다.
주인공 료타의 일에 대한 완벽주의자 성향은 이성적으로만 관여할 수 없는 가족에게도 반영된다. 케이타를 자신처럼 완벽하게 키우려는 교육관은 곳곳에 내비친다. 또 그는 케이타가 친자식이 아니라는 사실에 그럴줄 알았다는 안도감과 더불어 자신의 친자식인 류세이에 대한 기대감을 동시에 가지기도 한다. 더 나아가 자신의 피를 가진 아이와 지금까지 본인의 방식대로 키운 아이 둘 다 소유하려는 부분 역시 료타의 성격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그런 그가 아버지가 되어가는 과정은 절대 급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아이를 낳고 아버지가 되는 것은 간단하지만, 무언가가 되어간다는 과정은 그렇게 쉽고 간단한 일이 아니니까 말이다. 계절이 바뀌고 시간이 흐르면서, 류세이와 이야기하는 방법을 알아가고 케이타가 남기고 간 것들을 깨달아가는 과정은 느린 호흡으로 진행된다. 성장이라는 것은 그런게 아닐까, 일순간에 가능하지는 않지만 꾸준히 쌓고 스며들어 어느새 자라고 있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는 일들은 처음이 많다. 처음이라는 것은 당연하게도 서투르고 실수를 수반할 수 밖에 없다. 부모가 되는 것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인간이 한 인간을 키운다는 것은 아이에 성장에만 초점이 맞춰지기 쉽지만, 사실은 그 과정속에서 자라나는 어른의 성장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렇게 나이가 들수록 수많은 성장 과정을 통해, 인간이 완성되는 도착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