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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육도씨 Feb 13. 2021

대추차

21.02.13

앞에서 부터 대추차, 대추 양갱, 대추 파운드 케이크

대추는 거의 먹지 않는다. 정확히는 말린 대추. 말리기  약간 초록빛이 도는 아삭아삭한 대추는 맛이 있는데 바짝 말리고 나면 새콤한 맛은 어디 가고 푸석푸석해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다 감기 기운이 돌면 그제야 말린 대추가 생각난다.
웬만한 건  먹는 나지만 어렸을  싫어하던 음식은 삼계탕이었다.
물컹하고 미끄덩한  껍질(닭껍질은 역시 굽거나 튀겨서 바삭 쫄깃하게 먹어야 맛있다) 싫었고, 비슷한 이유로 삶아진 마늘, 그리고 특히 대추가 싫었다.
그런데 대학시절 자취를   심한 감기에 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만큼은 삼계탕이 너무 간절했다.  마리도 아닌 반마리짜리 레토르트 삼계탕은  줄기 빛이었고, 삼계탕은 너무 맛이었다. 하지만 삼계탕  대추는 아직도 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추를 어떻게든 맛있게 먹고 싶었다. 2 전에 갑자기  감기가 심하게 걸렸을  집엔 감기에 도움될  같은  말린 대추 말곤 없었다. 그래서 대추를 뜨거운 물에 우렸다. 우려내고 남은 대추는 체에 걸러내 설탕을 넣고 다시 졸여서 대추 페이스트를 만들었다.
대추를 페이스트로 만들다니 내가 생각해도 기가 막히다 했는데 이미 대추고라는 우리나라말이 있었다. 이대로 물에 타서 마시면 달콤한 대추차가 완성된다. 

얼마  친구와 과자를 만들다가 대추야자 이야기가 나왔다.  그냥 궁금했던 게 있었다. 대추야자와 대추의 상관관계는 무엇일까? 대추야자 열매가 대추처럼 생겨서 대추야자인가? 그런데 대추야자는 영어로는 데이츠(date) 한다. (대추는 jujube fruit) 혹시 실크로드 같은 데서 서로 이렇게 생긴 거 우리나라에선 대추/데이츠라고 한다고 한 게 전래된 걸까?  하는 상상도 했다.  그러다가 집에 말린 대추가 있던 게 생각이 났다. 그래서 감기엔 걸리지 않았어도 오랜만에 대추차를 만들기로 했다.

그냥 감으로 만들었더니 처음 대추고를 만들었을 때와  달랐다. 대추를 체에 거르기 전에 설탕에 먼저 졸였더니 끈적끈적해서  걸러지지 않았다. 그래서 물을 다시 붓고 대추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설탕에 조려낸 대추는 걸러내기   알을 따로 빼놓았는데 부드러운 곶감 같은 맛이 난다.

걸러낸 대추는 다시 냄비에 졸여 수분을 날린다. 이땐 고무장갑을 껴야 한다. 대추고가 끓으면서 마그마처럼 보글보글 튀는데 매우 뜨겁다. 계속 저어줘야 바닥이 눌어붙않는다. 어느 정도 졸아 되직한 상태가 되면 . 이대로 대추차로 마셔도 되고 파운드케이크 반죽에 넣으면 대추 파운드가 된다.  한천가루를 넣어 굳히면 대추 양갱이 된다.
점점 입맛이 변해가는지 대추로 만들긴 했어도 맛있다. 아무래도 내가 싫었던 건 대추의 식감이었다. 대추를 으깨고 걸러내 식감을 없애니 대추의 맛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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