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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육도씨 Sep 23. 2021

카페1984쌀 라테/ 브리코 콸리아 모스카토 다스티

2021.09.13

말 그대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8월이 지나고 9월이 되었다.

계약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그동안 쓰지 못한 월차와 대체 휴일 근무, 주말 근무, 야근 휴가를 사용했다.

일이 바빴던 만큼 부지런함이 몸에 배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집에 있는 동안 그 어떤 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각성 후 후폭풍 같지만 생각해보면 회사 다니기 전에도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사람의 본성은 정말이지 쉽게 변하지 않는구나 싶다.

하지만 내년만큼은 꼭 해야겠다 싶은 일이 있어 쉬는 동안에 자극도 얻고 마음의 재정비를 하기로 했다.


홍대 근처에 있는 곳에서 전시도 볼 겸 다음 작업을 위해 다른 작가님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홍대 쪽에 있는 카페 1984. 음료도 음료지만 힙한 분위기의 소품도 함께 진열되어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은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곳이라고 한다.

 제일 눈에 들어오는 메뉴는 쌀 라테였다. 쌀 음료에 샷 추가된 느낌일까 했는데 받아보니 죠리퐁이 올라가 있었다. 우유 대신 귀리 우유 같은 대체 음료가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다. 미숫가루처럼 구수한 곡물의 맛과 향이 났다.

 

나는 말로 하는 것보다는 글로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사람이지만, 생각은 집에서 혼자 있을 때보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는 편이 더 잘 떠오르는 것 같다. 대화가 진행될수록 모호한 것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대략의 계획이 세워지고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두 번째로 간 곳은 지나가다 갑자기 보여서 들어간 곳. 사장님도 생긴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고 왔는지 물어보셨다.

그냥 와인이 마시고 싶어서 들어가긴 했지만 처음 보는 이름의 와인들이라 일단 메뉴를 훑었다.

그러다 테이스팅 노트 중 엘더플라워가 눈에 들어왔다. 메뉴가 외국어로 되어있어 이거 주세요 했는데, 메추라기(?)가 그려진 라벨에 알파벳을 읽어보니 모스카토 다스티였다. 

 와인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모스카토 다스티만은 알았다. 고등학교 친구 중 와인에 대해 공부한 빵지라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를 통해 알게 됐다. 모스카토 다스티는 이탈리아 아스티 지방에서 따온 이름으로 스파클링과 함께 새콤 달콤한 맛이 특징인 화이트 와인이다. 알코올 도수도 낮은 편이라 가볍게 마시기 좋다.

그 친구와 다른 친구 그리고 나 셋이서 처음 부산에 놀러 갔을 때 빵지가 가져온 와인이 모스카토 다스티였다. 막연하게 레드와인, 화이트 와인 두 가지가 있고 맛은 떫떠름하다는 인상만 있었을 때 친구가 가져온 와인은 탄산이 상큼하게  톡톡 튀면서도 달콤한 맛이 났다. 그때 처음 그 와인에 반하고 그 뒤로도 잘 모르면 모스카토 다스티라고 쓰여있는 와인만 찾게 되었다. 

 이번에 마신 라 스피네타 브리코 콸리아 모스카토 다스티는 모스카토 다스티 중에서도 유명한 와인이었다. 

어쩐지 비싸고 맛있더라 했다. 같은 종류의 와인이어도 약간의 미묘한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여태 마셨던 모스카토 다스티 중에서 산뜻하면서 탄산과 함께 팡팡 터지는 새콤 달콤한 청포도 향이 일품이었다.

  브리코 콸리아를 검색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우리가 주문한 것은 같은 회사인 라 스피네타의 비앙코 스피노였던 모양이다. 앞서 적었듯이 테이스팅 노트에 있는 엘더플라워를 보고 주문했는데, 브리코 콸리아의 테이스팅 노트에는 엘더플라워가 없다. 대신 비앙코 스피노의 테이스팅 노트에 엘더 플라워가 있었다. 라벨도 꽃이 그려져 있고. 같은 회사 제품이라 사장님도 헷갈리신 듯하고, 나와 같이 간 선생님도 잘 아는 게 없어 그런가 보다 하고 신나게 마셨다. 덕분에 더 유명하고 맛있는 와인 마셨으니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거의 두 달 만에 글을 쓰려니 막상 떠오르는 게 없다. 그림도 그렇지만 글도 글을 쓰는 근육이 따로 있나 보다. 차곡차곡 일기나 감정이라도 적어둘 걸 그랬다. 바쁜 동안은 앉아있는데도 숨이 차서 사색할 여유가 없었다. 또 글이라고는 업무 관련 메일이나 보고서 같은 문서 작성만 하느라 어떤 글이 쓰고 싶다는 생각이 떠오르질 않았다. 대신 그동안 영어 실력이 아주 아주 조금 늘었다 물론 작문은 대부분  파파고 선생님이 도와주시지만 대충 눈치로 영어를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다. 아마 며칠 있으면 다 잊어버리겠지만. Dear, 안녕하십니까?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확인 부탁드립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I look forward to hearing from you.  Best regards. 16 dos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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