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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육도씨 Oct 06. 2021

토마토 바질 에이드/토마 토닉

2021.10.05

어언 2년 만에 베란다에 묵혀두었던 자전거를 꺼냈다.

자전거 바퀴 바람은 다 빠져있었고, 체인은 녹슬었다. 자전거를 질질 끌고 새로 정비하러 갔다.

바퀴에 바람도 넣고, 브레이크 나사도 새로 조이고, 윤활유도 뿌리고. 자전거 가게 사장님은 사람이 방구석에만 있으면 폐인이 되는 것처럼 물건도 쓰지 않고 놔두면 못쓰게 된다고 자전거 자주 타라고 하셨다.

그러게요.

지금 자전거는 나의 두 번째 자전거로, charly jr.라는 이름도 붙여줬는데 막상 예전 아르바이트를 관두고 나니 탈 일이 없어졌었다. 산책할 겸 자전거를 타기에는 우리 동네 길은 오르막길이 많았고, 타일도 울퉁불퉁 하수도 뚜껑도 많이 튀어나와있었다. 또 자전거 도로도 워낙 좁은데 길가에 자란 식물 가지가 여기저기 자라 있고, 행인들은 타일보다는 아스팔트로 되어있는 자전거 도로 쪽을 더 많이 걷는다. 이래저래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 썩 좋은 환경은 아니다. 그러다 최근 새로 아파트 개발이 들어선 곳을 지나게 되었다. 횡단보도도 널찍하고 자전거 도로 표시도 되어있었다. 바람도 쐴 겸 한 번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새로 개발된 지역은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 근처로 예전엔 논 밭밖에 없었더랬다. 그런데 이렇게나 많은 아파트 단지다 들어섰다니. 졸업한 뒤로는 갈 일이 없어 몰랐는데, 역시 새로 생긴 길은 다르다. 타일도 균일하고 자전거 전용 도로도 넓다. 아직은 개발 중이라 그런지 눈에 들어오는 카페가 없어 아쉽게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운동을 했더니 땀을 한 바가지 흘렸다. 추워지기 전에 얼른 마셔야겠다 싶은 게 있었다.

바질 토마토 에이드.

저번 달까지 일했던 곳 근처 카페에서 마셨었는데, 또 생각이 나서 집에서 만들어보기로 했다.


먼저 토마토 청을 만든다.

1. 방울토마토는 꼭지를 따고 + 모양으로 칼집을 낸다.

2. 끓는 물에 10~20초 정도 데친 후 차가운 물에 담가 껍질을 벗긴다.

3. 열탕한 유리병에 토마토와 바질 조금, 설탕을 넣고 재운다. (여기서 나는 반은 설탕으로 채우고 반은 매실청으로 채웠다)

반드시 며칠 재울 필요 없이 하루만 재워놔도 충분하다.

컵에 토마토청과 얼음, 토닉워터(또는 기호에 맞게 사이다, 탄산수)를 채우고 바질을 올리면 된다.

설탕에 절인 토마토 국물 맛이 토닉워터의 상큼한 맛과 잘 어우러진다. 토닉워터나 사이다 대신 탄산수를 사용한다면 레몬즙을 첨가해도 좋을 것 같다.


또 하나는 바질 토마토 에이드를 처음 마시면서 생겼던 궁금증으로 만들었다. 왜 토마토를 그대로 넣었지?

토마토청의 토마토와 시럽을 같이 갈아 똑같이 얼음과 토닉워터를 넣고 잔을 채웠다. 토마토를 그대로 넣는 것과 갈아 넣은 것은 재료가 같아도 맛이 전혀 다르다. 토마토 과육의 맛과 설탕에 절인 국물 맛이 다른 것처럼. 만들어보니 맛은 별개로 토마토를 그대로 넣은 게 보기에도 더 좋고 손도 덜 가니 이해가 갔다.


한 모금 마시니 뭔가 조금 아쉽다. 그래서 넣은 게 보드카 반샷. 원래는 한 샷을 다 넣고 싶었는데, 백신 맞은 지 2주가 다 되어가긴 해도 왠지 불안해 반만 넣었다. 꼭 보드카가 아니더라도 소주나 진, 모히또 같은 술을 넣어도 맛있을 것 같다. 토마토가 생각보다 라임이나 레몬의 향이나 산미가 참 잘 어울린다.

마지막으로 맛소금 한 꼬집. 토마토 주스도 간이 된 것이 더 맛있는 것처럼.

분명 비슷한 레시피가 있을 것 같은데 찾아보긴 귀찮아서 그냥 이름은 진토닉처럼 토마 토닉으로 붙였다.

아직 남은 토마토청은 다음에 맥주와 섞어 레드아이를 만들어봐야겠다.


 벌써 10월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낮은 아직 따듯해서 그런지 더 실감이 나지 않는다.

더 추워지기 전에 운동할 겸 자전거를 많이 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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