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나무 Nov 14. 2022

 1. 나는 살아 있다.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첫 번째는 몸이 저절로 떨렸다. 내 인생이 억울했다. 병원 가는 길에 운전대를 잡고 울면서 갔다.

두 번째는 대기실에 않아 온 몸의 피가 마르는 듯, 얼굴이 창백해졌다. 식은땀이 났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온몸의 힘이 빠졌다. 정신을 차리려 손끝을 손톱으로 꾹꾹 눌렀다.


세 번째인 오늘 병원 복도를 걸어가며 속으로 되뇌인다.

괜찮을 거야.

대기실 의자에서 짐짓 괜찮은 척 핸드폰으로 쇼핑을 해본다. 그러나 몸은 속일 수 없다. 배가 아파온다.

내 차례가 되고

교수님 앞에 앉는다. 나는 교수님 입만 바라본다.

​"다 좋으시네요."

배 아픈 것이 사라진다. 내 몸의 체온이 올라가는 게 느껴진다.

이것은 암 표준치료과정이 끝나고

6-8개월마다 재발, 전이가 없는지 확인하는

나의 세 번째 정기검진 이야기다.

난 암 생존자다.

2020.01 발병, 나는 살아있다.


© Foundry, 출처 Pixabay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