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너머, 사람을 바라보는 기획, <지적자본론>

마스다 무네아키, <지적자본론> 을 읽고

by 만델



2020년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고, 기획자의 꿈을 꿨습니다. 기획 업무를 하고 있는 지금, ‘기획자는 어떤 태도를 가지고 일해야 할까’를 다시 고민하며, <기획자의 책방>을 정리하는 계기로 이 책을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도쿄 여행을 준비하면 주변에서 꼭 가보라고 권하는 공간 중 하나가 츠타야 서점입니다. 일반 서점 같지 않다며, 책을 운치 있게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책뿐 아니라 온갖 물건을 다 판다며 호기심을 자극하는 공간이라고 말합니다. 여행자에게도 특별한 장소라면, 일본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더 소중한 공간일까요. 그리고 그 공간을 기획한 사람이 바로 이 책의 저자 마스다 무네아키입니다.


『지적 자본론』은 그의 기획 철학이 오롯이 담긴 책입니다. 그는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기획의 출발은 사람이다”라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강조합니다. 매출도 물론 중요하지만, 공간을 찾는 것도 결국 사람이며, 따라서 “사람이 이 공간을 방문할 때 어떻게 편리하게 책을 찾고 읽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기획의 중심이어야 한다는 관점을 일관되게 견지합니다. 그의 고객 지론을 읽으며, ‘정확한 문제 정의’가 좋은 기획의 출발점이라는 점을 새삼 느꼈습니다. 즉, 우리는 이 서비스를 어떤 고객을 상대로 운영하고 있으며, 그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이 질문에 답하는 것이 기획의 본질이라는 사실을요.


마스다가 말한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는, 결국 ‘좋은 것을 고를 수 있는 감각을 갖춘 사람’이 되라는 말로 들렸습니다. 저는 그 감각이 좋은 상품, 좋은 서비스, 그리고 좋은 사람을 가려낼 수 있는 안목이라고 이해했습니다. 좁게는, 멋스러우면서도 실용적인 상품을 골라낼 수 있는 안목이고, 넓게는, 내 삶을 편안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의 감각을 일깨워주는 사람, 나를 성장시키는 사람,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 이들이 결국 내가 지향하는 ‘좋은 삶’의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감각은 결국 서비스 기획에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고객에게 편안함과 기쁨, 나아가 성장의 계기를 제안하는 서비스가 결국 좋은 서비스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까지 그런 균형 잡힌 ‘좋은 것’을 창출하는 기획자였는가? 이 질문이 책을 덮고 난 후 가장 오래 남았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 쓸 때 편리하고, 남이 볼 때 멋스러운 것’. 사용성과 미감을 동시에 갖춘 무언가. 나는 그런 무언가를 만들어왔는가. 책을 읽으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지적 자본론』은 경영자적 시선에서 쓰인 책입니다. 조직의 철학, 리더의 마인드셋, 비전 수립에 대한 내용은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실무자로서, 특히 기획자 입장에서 이 책을 읽다 보면 궁금증이 남습니다. ‘고객 중심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실제 조직 내에서 그것을 어떻게 설득하고 실행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과정은 다소 생략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획자는 늘 고객과 조직 사이에서 줄타기를 합니다. 고객 중심의 제안서를 만들어 상부에 보고하면, “좋은 가치”보다 “그게 돈이 되냐”는 질문이 먼저 돌아오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마스다가 츠타야를 처음 설립했을 당시, 매출 목표나 손익분기점을 어떻게 설정했는지가 궁금했습니다. ‘좋은 제안’이 실제로 어느 시점에 Product-Market Fit을 이뤘는지, 그 과정을 어떤 시행착오와 함께 통과했는지도 궁금했습니다.


『지적 자본론』을 다시 읽으며, 나는 지금 고객에게 좋은 제안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숫자에만 집착하고 있는 건 아닌가를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기획하는 제품은 고객과의 접점을 잘 찾고 있는가? PMF를 맞춰가는 이 과정은 고객과 매출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하는가? 이 책은 그런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품게 만든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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