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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ena yi Jul 06. 2021

시간을 내어주는 일.

2021, 상반기 잘 가

2021년 6월 30일.


특별하지 않은 일상의 하루지만, 상반기의 마지막 날 무언가를 남겨야만 할 것 같은 날.

그동안의 리추얼처럼, 한 달의 시작, 분기의 마무리, 상반기 종료 등 일의 습관처럼 뒤돌아보고 짚어야 할 것 같은 날들이 있다.

6월을 넘어오며, 외부적인 상황에 특별한 변화는 없었으나 내면의 갈등이 오르락내리락.

아이가 두 돌이 넘어가며, 지금 유지하고 있는 소소한 형태의 일의 패턴과 관계 들이 조금 지겨웠달까?


이전에는 과도한 업무와 관계와 책임감에 허덕여, 내 자리를 내어놓기를 원했던 적이 많았다.

아이 때문이 아닌 아이 덕분에 느슨하게 갈 수 있는 시간에 감사하기도 하고, 인생의 상반기를 돌아보는 시간으로 갖자고 결심했건만, 문득문득 올라오는 일과 삶의 경계선에서 답답함이 올라온다.


단기적인 일이나 호흡으로 일하기보다는, 장기적인 팀과 목적을 가지고 그간 일해온 나는 지금의 이 시간이 주는 막연함과 모호함, 일의 가벼움에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풀타임으로 일할래? 하는 결심 앞에서는 시간과 체력, 아이를 보며 답이 안 나오는 과정. 언젠가 들은 환상 방황(?)처럼 도돌이표를 돌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일과 삶의 방향 설정만큼은 자신이 있었는데, 인생의 변곡점에서 만큼은 나도 다르지 않음을 체감하면서


빠르게 가고 싶지도 무겁게 가고 싶지도 않지만, 지금의 막연함을 탈피해보고 싶었던 것 같다. 무리하는 마음이 드는 프로젝트를 시도해보려고도 했으나 결국은 지금이 아님을 알고 멈추기로 했다.


늘 타인에게 멈춤을 이야기했고,

현재 가능한 에너지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요즘, 문득문득 그 균형을 깨고 싶은 욕구가 든다.

하지만 알고 있다. 내 속도가 아닌, 트랙이 아닌 길을 가면, 또 다시 멈추게 될 것이라고.


조금은 느슨한 것 같고, 익숙하지 않은 이 패턴에 잠시 숨 고르기를 하다 보면, 뛰어야 할 때 다시 장거리를 뛸 수 있을 거라고.


다시 마음 파장을 거닐게 둔다.

교육 현장 속에서 봤던 아이들의 헤매임, 공허, 불안함. 내 아이에게 다른 것보다는 초기 정서 자본을 전해주고 싶다는 마음.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아이 옆에 가만히 있어주는 것.


생각보다, 달리는 것보다 멈춰있는 것.

그 자리에 가만히 거해주는 것이 더 어렵다.

조금만, 더 포기하지 않고- 그 시간에 시간을 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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