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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딧 Mar 08. 2021

그래딧 인터뷰 #20

공정무역을 실천하는 히말라얀터치 김나희, 이나정 대표를 만났습니다

여행지에서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추억은 '따뜻한 사람의 마음을 느낀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추억만으로 여행지가 목적지가 되긴 또 쉽지 않죠. 선진국처럼 풍요로운 삶에 대한 동경 때문이 아닌, 우리 도움이 필요한 최빈국일 경우엔 더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늘은 여행과 봉사중에 특별한 '사명감'을 갖게 된 두 분을 만났습니다. 저에게도 잠시 잊고 있었던 그런 목적지가 있었는데, 두 분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다시 기도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소외된 네팔 여성들의 경제적인 자립을 돕는 공정무역 방식으로 제품을 만드는 히말라얀터치 김나희, 이나정 공동대표를 소개합니다


이나정대표(좌) 김나희대표(우)ㅣ히말라얀터치ㅣ경기도


히말라얀터치에 대해서 소개해 주세요

히말라얀터치(Himalayan Touch)는 히말라야의 순수함을 담은 핸드메이드 편집숍으로, 네팔의 공정무역 단체와 협업하여 우수한 퀄리티의 수공예 제품을 한국에 소개하고 있습니다. 히말라얀터치라는 브랜드명은 두 가지 의미를 품고 있는데, 첫째는 히말라야 여성 장인들의 손길에서 태어난(touch) 제품이라는 것이고, 두번째는 경이롭고 따뜻한 히말라야 자연을 담은 제품을 통해 소비자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즉 위안과 평안을 전한다(touch)는 뜻입니다

따뜻한 히말라야 산맥을 떠올리게 하는 히말라얀터치 로고


저희는 15년 전 홍보대행사의 선후배로 만났어요. 이후 저(이나정)는 글로벌 기업의 마케터로 일하며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김나희 대표는 봉사로 나간 네팔에서 만난 지금의 네팔인 남편과 한국에 정착하여 NGO 활동가가 되었지요. 3년 전, 오랜만에 만나 근황을 나누던 중 네팔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어쩌면 조금 즉흥적으로 '그래, 그럼 한 번 같이 해볼까?' 하고 시작한 것이 히말라얀터치입니다. 당시 저는 반복되는 육아에, 나희는 NGO업무에 지쳐 삶의 돌파구가 필요했던 터라 쉽게 의기투합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소셜라이즈 페스티벌에서 이나정대표(좌)ㅣ김나희대표(우)


김나희 대표님 네팔과 인연을 맺게 된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홍보대행사에서 일할 때 보건복지부가 클라이언트였던 적이 있어요. 클라이언트를 이해하기 위해 ‘복지’에 대해 공부하다가 ‘국제개발협력’분야를 알게 되었지요. 알면 알수록 재미있고 더 궁금해져 회사 다니며 1년 정도 한 국제개발비영리기구 교육자료 PPT를 만드는데 재능기부를 했어요. 그때부터 국제개발 현장에서 직접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한 국제개발단체에서 미혼모와 낮은 신분계급의 네팔 여성들에게 재봉 기술을 가르치고 교복을 만들어 판매하는 ‘마케팅 홍보’ 담당자를 구한다는 구인 공지를 봤어요. 원래 하던 마케팅 홍보 일과 연결고리가 있었고, 무엇보다 아이들을 좋아했기 때문에 주저않고 지원했습니다. 그렇게 네팔에서 2년 6개월 간 봉사를 하게 되었답니다



그렇다면 이나정 대표님께 네팔은 어떤 곳이었나요?

대학 졸업 후, 해외 빈곤 아동을 돕는 NGO에서 2년간 일하며 네팔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최빈국이지만 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남아있는 곳이라 들었습니다.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 네팔로 배낭여행을 떠났고, 여행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아름다운 자연을 체험하며 네팔을 사랑하게 되었어요. 네팔 사람들의 순수한 마음과 히말라야의 아름다운 자연이 지친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언젠가 네팔에 다시 오고 싶다. 네팔과 관련된 일을 하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일상으로 돌아와 바쁘게 회사생활을 하며 그 마음을 잊고 있었는데, 나희를 다시 만나게 되면서 네팔에 대한 좋은 기억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양모 펠트 히말라야 가랜드


WSDO라는 공정무역 단체를 통해 제품을 생산한다고 하셨는데,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크게 베틀로 짠 직조 제품은 WSDO(Women's Skills Development Organization)와 양모 펠트 제품은 마누쉬(Manush)와 협업하고 있어요. 두 단체 모두 교육에서 소외된 네팔 여성들에게 수공예 교육을 통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공정무역 단체입니다. 저희는 파트너를 선정하기 앞서 매장을 방문해 제품을 살펴보고, 미팅을 통해 대표의 철학을 듣고, 아무리 멀어도 공장을 직접 방문해 실제 작업환경을 보고 작업자와 인터뷰를 합니다. 명목상의 공정무역이 아닌, 실제로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진짜 파트너를 찾아 협업하기 위해서 입니다


단순한 사입 판매가 아닌, 히말라얀터치만의 색깔을 담은 다양한 제품을 직접 기획하고 디자인해요. 그리고 WSDO와 마누쉬에 제작을 의뢰합니다. 여러 번의 샘플 작업을 거쳐야, 네팔 고유의 아름다움에 히말라얀터치만의 감성을 더한 제품이 탄생하지요. 세상 어디에도 없는 히말라얀터치만의 제품군을 만들어가는 것이 저희의 강점이자, 많은 분들이 저희 제품을 찾아주시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WSDO 작업 현장


제3국 생산은 그냥도 어려운 점이 많을텐데 코로나로 인해 훨씬 더 힘드셨을 것 같아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네팔 국경이 봉쇄되고 이동이 제한되면서 공장도 일부만 가동하고 있어요. 제품을 주문해도 만들 사람이 없어서 제작 기간도 두 배 이상 걸리고, 어렵게 제품을 만들어도 한국으로 배송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워 졌어요. 네팔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직항편이 모두 무기한 캔슬되어 가장 빠른 항공으로 띄워도 두바이, 태국, 홍콩 등 제 3국을 여러 번 경유하게 되서 배송에만 한 달 이상 걸렸던 적도 있습니다. 처음엔 생각지도 못했던 일에 당황스럽고 답답했지만, 지금은 두세 달 이상 앞서 주문하고, 주문 수량을 넉넉히 늘리는 등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을 저희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습니다. 올해는 작년보다 나아지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해 봅니다

마누쉬 생산 현장


수익금을 후원하셨던 네팔의 카펫 공장에 대해서도 얘기해 주세요

김나희 대표

네팔 조르파티 지역은 소규모 카펫 공장이 밀집되어 있는 곳으로 대부분 시골에서 생계를 위해 도시로 온 이주 노동자들이 빛도 들어오지 않는 공장 기숙사에 살며 하루 종일 카페트를 만드는 곳입니다. 학교는 있지만 열악한 시설과 부족한 교구 때문에 많은 아이들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오히려 부모를 도와 공장에서 카펫을 만듭니다. 이곳은 2013년 저와 지금의 남편인 아시스가 NGO 활동의 일환으로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곳으로, 현지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큰 고민없이 후원처로 결정하게 된 곳입니다


히말라얀터치는 매달 수익금의 일부를 조르파티 지역 카펫공장 가족들에게 쌀, 소금 등의 생필품과 아이들을 위한 도서, 교재를 지원하는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2013년 NGO 공부방의 학생이었던 아이가 지금은 의젓한 청년이 되어 히말라얀터치 후원 전반의 업무를 돕고 있답니다

2013년 죠르파티 지역 공부방 김나희 대표(우측 2번째)


일반인들은 어떤 방식으로 제3국 취약계층을 후원할 수 있을까요?

후원은 각자의 위치에서 가장 쉽게, 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제품이라면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공정무역 제품을 구매하거나, 후원 단체를 통해 제3국 아동과 결연을 맺는 방법 등이 대표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 3국에 후원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고, 관련 내용을 찾아보고 공감하는 마음을 갖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더 큰 후원과 지원으로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히말라얀터치를 통해 꿈꾸는 비전이 궁금합니다

히말라얀터치를 통해 패션 소품, 인테리어 소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달라지면 좋겠어요. 트렌드에 따라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패스트 패션 때문에 버려지는 쓰레기가 일년에 193톤(2018 환경부) 이라고 해요. 저희는 반려 소품, 반려 가방이라고 표현하는데, 한 번 사면 오래 곁에 두고, 보고, 쓰는 제품이라는 뜻이지요. 한땀한땀 오랜 시간 정성을 다해 만든 좋은 제품이기 때문에 순간으로 소비하지 않고, 오래 두고 함께 생활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 마음을 담아 양모 펠트 소품을 구매하면 더스트백을 같이 보내드려요. 한 철 쓰고 버리지 마시고, 사용하지 않을 땐 더스트백에 담아 잘 보관하셨다가 다시 철이 돌아오면 꺼내서 쓰시라고요. 저희 브랜드가 지구를 조금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길 바랍니다


처음 우리가 공정무역 제품을 소개한다고 했을 때 많은 분들이 공정무역 제품은 한계가 있다고 얘기했어요. 단가가 높아 수익을 내기 어렵고 그 가치를 이해시키기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요. 실제로 환경을 해치지 않는 방법을 고수하며 생산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주고 제품을 만들면 값도 올라가고 제작 기간도 오래 걸려서, 화학약품 쓰고 기계로 찍어내는 제품들과는 경쟁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좋은 의미만을 부각시켜 비싸도 이해해달라고 말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히말라얀터치는 좋은 품질과 디자인의 제품력을 먼저 인정받고 싶습니다. 제품이 좋다면 ‘공정무역’에 대한 좋은 경험과 감정이 자연스럽게 전달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다음 인터뷰에서 만나고 싶은 브랜드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순천의 유익한 상점 양진아 대표를 추천합니다. 공정무역 제품을 포함하여 다양한 종류의 ‘유익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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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위체인지마켓과 함께 하지는 않지만 히말라얀터치(Himalayan Touch)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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