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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딧 인터뷰 #31 김하은 작가

by 그래딧

그래딧 편집장

(주)그래딧은 가치소비 플랫폼 와우띵마켓 외에 자사 브랜드 와우띵을 운영하고 있어요. 와우띵은 멸종위기 동물을 스토리텔링하면서 시작되었는데, 그 시작을 함께해준 두 분이 계시죠. 한 분은 청소년 작가인 김하영 양이고, 다른 한 분은 청소년 작가의 글이 책이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김하은 작가 입니다.


와우띵 두 분의 도움으로 와우벌 이야기와우거북 이야기 두 종류의 책을 출판했고요. 이후에 학습도구 브랜드로 확장하면서, 플래너와 캘린더 등 많은 작업을 함께하고 있어요. '글 김하영ㅣ그림 김하은' 이름만 보면 마치 자매 콤비 같기도 하죠? 실은 전혀 관계없는 두 분의 이름에서 없던 인연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좋은 책이 나올 수 있었나봐요. 작가님의 그림은 작가님을 닮았어요. 몽실몽실 따뜻하죠. 우리는 그런 따스함이 느껴지는 4월에 만났습니다. 3년 동안 함께 일했는데, 이번에 처음 만난 것은 안비밀 입니다.



김하은 작가

김하은 작가














김하은 작가 프로필

2016 - 2025 큐티엠(QTM) 새싹큐티인 교재 일러스트

2024 서울특별시교육청 서대문도서관 ‘내 이야기로 그림책 만들기' 그림책 워크숍

2022 - 2024 JYP EDM 임직원 그림책 창작 활동 콘텐츠 제작

2020 - 2024 장항도시탐험역, 장항의집 엄마와 아이가 함께하는 그림책 워크숍

2020 - 2022 고려대학교 세종학생상담센터 미술치료프로그램 기획 및 진행

2021 CJ 나눔재단 드림어게인 그림책 프로그램 제작

2020 환자안전본부 '우리아이의 안전한 하루' 그림책 일러스트

2016 - 2018 북스인터내셔널 세계시민전집 그림책 일러스트


I. 그림책과 미술 치료

그림책 아티스트, 일러스트레이터, 미술치료사... 김하은 작가에 대한 호칭은 하나로 부족해요. 이젠 노을빛상상이라는 회사 대표이기도 하죠. 학부에서 시각디자인학을 공부한 이후에 임상미술치료학을 더 공부하게 된 계기와 이후 동화 작가가 된 계기에 대한 궁금함에서부터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다양한 사람들과 그림책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그림과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참가자들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표현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전개해 나가는 과정에서 여러 치유의 순간들을 목격했거든요. 현실에서는 쉽게 시도하지 못하는 것을 이야기 속에서 해 보면서 자신감을 얻기도 하고, 평소에 생각하는 것들을 이야기로 풀어내면서 자신에 대해 한층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이렇게 창작 과정에서 느껴지는 치유의 에너지를 더 깊이 연구하고,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 김하은 작가


그래서 대학원에서 임상미술치료학을 공부하게 되었다고 해요. 타인의 그림을 통해 그들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방법을 배우던 중, 예상치 못한 생각의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다른 사람의 그림을 분석하는 입장에서, 오히려 직접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던 거죠.


"미술치료를 공부하면서 역설적으로 제가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어요. 내담자(상담사에게 찾아온 사람)들이 그리시는 그림을 보고 분석하는 것도 의미가 있었지만, 제가 표현하는 그림으로 누군가에게 위로와 즐거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 김하은 작가


이런 과정을 거쳐 그림책 일러스트레이터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고, 자연스러운 기회를 통해 어린이 큐티 교재 삽화부터 다양한 일러스트 작업까지 영역을 넓혀갔습니다. 미술치료사가 되고자 했던 초기의 꿈은 형태를 바꿔 그림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아이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던 셈이죠.

그림책 <파란 동그라미 너머> 장면












II. 세계시민전집 프로젝트 (feat.북스인터내셔널)

사실 김하은 작가와의 인연은 북스인터내셔널에서 기획한 오톨루(OTOLOO)를 통해서였어요. 북스인터내셔널은 2011년부터 지금까지 책이 필요한 학령기 아이들을 위해 그들의 모국어로 된 그림책을 만들고 배부하는 국내 유일의 그림책 전문 국제 NGO입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지속가능발전교육 공식 인증 프로젝트(UNESCO ESD) 기관으로서 그림책을 매개로 세계 곳곳의 아이들이 희망찬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하는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있죠.


"북스인터내셔널의 세계시민전집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UN이 지정한 세계 최빈국 및 개발도상국 아이들을 위해 그림책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일을 했어요. 그림책이 언어의 장벽을 넘어 아이들에게 희망을 전할 수 있다는 걸 직접 경험했죠." - 김하은 작가


북스인터내셔널은 그림책과 교육에 대한 심층적 연구를 바탕으로 다양한 독후 활동, 교사/사서/작가 양성 프로그램은 물론 그림책을 통한 문화예술교육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공하고 있습니다.


"책이 없는 지역의 아이들에게 그들의 언어로 된 그림책을 전달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깨달았어요. 다정한 마음을 담은 이야기와 그림이 아이들에게 희망이 되고, 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큰 동기부여가 되었거든요. 그래서 단순히 예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메시지가 있는 그림을 그리려고 노력하게 되었죠." - 김하은 작가


그리고 북스인터내셔널은 위에서 언급한 오톨루(OTOLOO)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어요. 청소년들이 직접 동화책을 기획하고 만드는 활동인데, 김하은 작가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들과 의미있는 작업을 많이 해오셨죠.


"오톨루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과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드는 과정을 컨설팅하는 일을 하게 되었어요. 아이들은 놀라울 정도로 창의적이고 솔직해요. 그들의 자유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신선하고 때로는 감동하기도 했어요. 여러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쌓아나가는 과정에서 제가 더 많이 성장하게 된 것 같아요." - 김하은 작가


이렇게 '그림책을 통해 더 많은 아이들이 보편적인 양질의 교육에 접근하도록 돕고, 이를 통해 모두를 위한 교육의 실현에 기여하는 것'이 북스인터내셔널의 핵심 미션입니다. 김하은 작가는 이러한 미션에 공감하며 국내외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오고 있어요.

북스인터내셔널 세계시민전집 평화 파트 표지











III. 엄마와 아이가 함께하는 그림책 워크숍

북스인터내셔널에서 시작된 작가님의 활동은 자연스럽게 다양한 그림책 워크숍으로 이어졌어요. 그중에서도 특별히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으로 '엄마와 아이가 함께하는 그림책 워크숍'을 꼽으셨습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장항도시탐험역에서 진행된 이 워크숍은 가족 간의 소통과 창작이 어우러진 프로그램이었어요. 엄마와 아이가 함께 이야기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면서 특별한 추억을 쌓았죠.


"오톨루 프로그램처럼 참여자들이 직접 이야기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는 워크숍이었는데, 특별했던 점은 엄마와 아이가 함께 참여했다는 거예요. 보통은 아이들만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워크숍에서는 부모님들도 아이와 한 팀이 되어 함께 창작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죠." - 김하은 작가


이 워크숍이 다른 프로그램과 달랐던 점은 창작의 주체가 아이 혼자가 아니라 가족 단위였다는 점이에요. 함께 아이디어를 나누고,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며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해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의미있는 소통의 시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림에 자신없어하던 분들도 워크숍이 진행될수록 아이보다 더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해요.


"그림책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가장 보람찼던 순간은 엄마와 아이가 서로의 생각을 진지하게 나누는 모습을 볼 때예요. 평소에는 나누지 못했던 깊은 대화가 오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감동적이었습니다." - 김하은 작가


이런 워크숍을 통해 김하은 작가는 그림책이 세대 간 소통의 다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해요. 특히 바쁜 일상에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 어려운 현대 가족들에게 그림책 창작은 새로운 소통 방식을 제공했습니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하는 그림책 워크숍











VI. AI 아트와 창작의 본질

최근 SNS에서 AI로 만든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죠. 창작자로서 그런 AI 기술의 발전에 경각심을 느끼지 않는지 궁금해졌어요.


"몇 초 만에 전문가 수준의 일러스트가 만들어지는 걸 보면 놀랍기도 하고, 조금 두렵기도 해요. 하지만 저는 그림책이 단순히 '그림'이 아니라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이야기'와 '감성'이 함께하는 매체라고 생각해요." - 김하은 작가


AI가 점점 더 정교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지만, 김하은 작가는 그림책 작가의 본질은 기술 너머에 있다고 말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도 AI 생성 결과물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처럼, 창작에는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만의 영역이 존재한다는 거죠.


"그림책을 만드는 과정에는 작가의 경험과 감정, 철학이 담겨요. 아이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지는 단순한 이미지 생성을 넘어서는 일이에요. AI가 그림을 그려도, 그 그림에 영혼을 불어넣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 김하은 작가


오히려 AI 기술의 발전이 그림책 작가들에게는 새로운 도구가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반복적인 작업이나 기술적 제약에서 벗어나 더 창의적인 영역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는 관점이었어요. 전통적인 기법과 새로운 기술을 조화롭게 활용하는 것이 미래 그림책 작가의 역할이 될 수도 있겠죠.


김하은 작가는 AI가 발전할수록 오히려 진정성 있는 손맛과 작가의 철학이 담긴 작품의 가치가 더 빛날 것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은 사람만이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인상적이었어요.

와우벌 이야기 주인공 바니를 소재로 한 '극한 수험생 체험'














V. 김하은의 다음 챕터

여러 워크숍과 교육 활동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그림책의 즐거움을 나눴던 김하은 작가. 이제는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지금까지 워크숍과 교육 활동을 통해 정말 많은 것을 배웠어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이 제게는 큰 자산이 되었죠. 하지만 이제는 제 작품 활동에 좀 더 시간을 할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 김하은 작가


그동안의 경험들이 작가로서의 성장에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지만, 이제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그림책을 더 깊이 있게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커졌다고 해요. 워크숍을 완전히 그만두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선택적으로 참여하면서 창작에 집중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최근 와우띵마켓과의 다양한 작업을 하면서, 이렇게 진심으로 친환경 제품만 고집하는 채널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면 좋겠어요." - 김하은 작가


작가로서의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김하은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모든 창작자에게는 자신만의 페이스와 방향을 찾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작가님이 와우띵마켓의 환경을 생각하는 진정성에 공감해주신 것도 큰 격려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김하은 작가님의 창작 여정과, 그 여정의 일부에 와우띵와우띵마켓이 계속 함께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와우벌 이야기 & 와우거북 이야기 표지












그래딧 에필로그

김하은 작가와의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우리가 함께 했던 작업들이 생각났어요. 와우벌 이야기와우거북 이야기를 통해 멸종위기 동물들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전하는 과정은 저에게도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김하영 양의 글과 김하은 작가님의 그림이 만나 만들어낸 작품들이 생각보다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았을 때 정말 기뻤죠.


작가님께서 와우띵마켓에 대해 "진심으로 친환경 제품만 고집하는 채널"이라고 평가해주셔서 무척 감사했어요. 사실 저희도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이런 가치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창작자들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요.


앞으로도 와우띵김하은 작가님의 협업이 계속되길 바랍니다. 더 다양한 멸종위기 동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은 물론, 플래너와 캘린더 같은 실용적인 학습도구들에도 작가님의 손길이 더해져 많은 분들에게 환경 보호의 메시지가 전해지면 좋겠어요. 작가님의 개인 창작 활동도 더욱 풍성해지길 응원하며, 와우띵도 함께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김하은 작가님의 그림책과 캘린더는 와우띵마켓에서 만나보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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