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함을 순수함이라고 답한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솔직하게 말하는 것'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정확히는 무의식적인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누가 말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그 유명인이 한 말을 기억한다.
"한 인간이 타인에게 솔직한 내면을 표현하는 것은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것과 같다. 또한, 그 솔직한 마음을 표현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긍정적인 결과보다는 부정적인 변수를 먼저 걱정한다."
이런 내용이었다.
가령, "내일 같이 저녁 먹자."라는 말에는 "좋아.", 혹은 "내일은 힘들 것 같고, 이날 어때?" 정도의 답변을 원하는 무의식적 기대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좋아'라는 단 하나의 변수로 귀결된다. 그러나, 부정적 변수는 "미안, 이미 약속이 있어서.", "너랑은 먹고 싶지 않아." 등등, 도저히 전부 적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솔직하게 말한다는 것은 부정적 변수 발생 확률과 비교하면 매우 희박한 확률을 가진 긍정적 답변이 발생할 것을 기대하며 표현하는 행위임을 의미한다. 그리고,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변수를 감수하겠다는 다짐을 가지고. 그러나, 대개 이러한 리스크를 짊어지고자 하지 않는다.
어쩌면 나는 그 '대부분'에 속하지 않는 인간의 부류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보라, 글이 힘을 잃은 시대에 나는 글을 쓴다. 그리고 솔직함을 숨기는 시대에서 나는 순수를 외친다. 확실히, 그렇게 일반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나 자신도 나를 보며 그렇게 생각한다.
로맹 가리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안에 '도대체 순수는 어디에'라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에서 말하는 '순수'란 '인간의 무의식적 욕망'이다. 그러나, 나는 그 욕망 안에 우리의 '솔직한 무의식적 감정의 표현'이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나는, '솔직함'을 '순수함'이라고 발음한다.
이전에 한 작가님이 나에게 물었던 적이 있다. 나는 왜 글을 쓰는 것에 그렇게 솔직함을 강조하냐고. 강조를 넘어 집착하는 듯 보인다고. 도대체 내가 말하는 그 솔직함이란 무엇이냐고. 나는 그 질문에 역으로 질문했다.
글을 쓰는 이유, 그것은 참으로 다양하다. 사랑의 시작 혹은 끝을 말하기 위해, 돈과 명성을 얻기 위해, 사과를 구하기 위해, 우리는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글을 쓴다. 그 글의 내용이 진실인지 자신 외에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으며,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다르다. 작가라는 이름을 가지고 글을 쓰는 사람은 다르다. 우리는 언제나 진실을 말해야 한다. 작가란 무엇인가? 단순히 글을 쓴다고 작가가 되는 것인가? 작가라는 존재들은 지금까지 언제나,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그 신념에 따라 글을 썼다. 그리고 그것은 소수의, 혹은 다수의 변화를 만들어냈다. 작가의 존재 의의, 우리는 결과적으로 어떠한 '변화'를 추구해 그것으로 조금이라도 더욱 진보할 수 있도록 한다. 그것이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이자, 글을 쓰는 이유. 그리고 우리는 그것은 거짓이 전혀 묻어서는 아니 된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솔직함을 갈구하는 이유, 순수함을 원하는 이유, 조금이라도 내가 가진 신념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 혹여 내 신념이 무너지는 날이 오더라도 다시 나를 언젠가 그곳으로 데려가기 위해.
그렇다면, 그 '솔직함'이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나는 그것은 나 자신에 대한 믿음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 솔직한 나 자신, 혹은 나의 감정 따위를 쓰기 위해서는 수많은 부정적 변수의 발생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야 하고 타 인에게 나 자신의 취약한 약점을 보여주게 될 수도 있다는 리스크를 짊어져야만 한다. 그러나 우 리는 그것을 극복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의 원동력은 바로 믿음이다. 나 자신이 가진 지식에 대한 믿음, 나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믿음, 그것뿐이다. 세상이 전부 나를 배 신한 듯한 기분, 홀로 남겨진 듯한 기분이 들어도 언제나 나 자신은 나를 배신하지 않으리라는 믿음.
당신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단 하나다.
가끔은 정답이 없는 듯한 상황을 직면할 때도 있을 것이다.
가끔은 도저히 무엇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가끔은 너무나 힘들어 움직이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말한다. This too shall pass, 이 또한 전부 지나가리라.
우리 자신을 믿어야 한다고, 나는 나를, 너는 너를 절대 떠나지 않는다고.
우리는 그 자리에 언제나 함께 남아 우리를 기다린다고.
‘걷는다, 태양이 움직이는 반대 방향을 바라보며. 그림자는 길어지고, 나는 그 그림자를 보며 걸어간다. 그 끝에 펼쳐진 땅을 우리는 파라다이스라 발음하자. 안개꽃을 따서 들고 갈 터이니.’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언제나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정말 마지막으로, 노래 한 곡을 추천하며 글을 마치겠다.
Starship - Nothing’s Gonna Stop Us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