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새벽을 보여줬으니, 당신의 새벽을 나에게 보여주세요.
저는 유년기 시절을 평택의 작은 시골 동네에서 지냈었는데, 그곳은 마을 중심에 큰 버드나무 한 그루가 있고, 조용히 눈을 감고 있으면 바람과 나뭇잎이 만나며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전부 들릴 정도로 고요한 곳이었습니다. 유일하게 시끄러웠을 때는 아마 마을 안에 사는 유일한 아이였던 제가 재롱을 부리거나, 사고를 쳤을 때 정도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아마 그렇게 4년 정도를 시골에서 지낸 후에 저는 평택의 도심가로 나와서 살았습니다. 그곳은 저의 첫 기억이 시작되었던 곳과는 다르게 매우 시끄럽고, 사람이 붐비며, 바람도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겨를 없이 빠르게 지나가는 곳이었습니다. 흩날리는 것은 모래먼지와 나뭇잎이 아닌 전단지와 뿌연 연기.
정확하게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매우 어렸을 때부터 늦은 밤과 새벽 시간대를 매우 좋아했습니다. 그때는 마치 나의 첫 기억으로 돌아가는 듯한 기분을 줬고, 그때야 비로소 온전히 내가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일 수도 있고, 나 자신에 대해서 더욱 알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저에게 새벽은 그런 존재였고, 지금도 그런 존재입니다. '진짜 나'를 바라볼 수 있게 해 주고,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를 찾기 위한 긴 여행.
그때는 '모두가 이렇겠지.', '나와 같은 생각을 하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모두가 나와 같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새벽이란 '사랑을 나누는 시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별을 말하는 시간'... 우리는 같은 시간 아래 다른 새벽에서 살아갑니다.
이를 깨달았을 때부터 저는 '타인의 새벽'을 알고 싶어 졌습니다. 나의 새벽은 이런 색인데, 저 사람의 새벽은 무슨 색일까. 서로가 서로의 새벽을 공유할 수는 없을까? 우리가 서로의 새벽을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언제부터였나 알 수 없을 정도의 과거부터 저는 우리 모두가 서로의 새벽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꿈꿨습니다.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도착한 익명의 기록 보관소, 그곳에 남겨진 각자의 새벽에 대한 이야기.
당신의 새벽은 무슨 색인가요? 나의 새벽은 이런 색이거든요.
나의 새벽을 보여줬으니, 당신의 새벽을 나에게 보여줄 수 있나요? 누군지 모르는 당신.
우리의 새벽을 공유할게요.
우리에게 당신의 새벽을 적어 보내주세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