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정규직 되기.
일 적응하기.
부점장이 되기.
점장이 되기.
대리 승진하기.
직책, 직급에 대한 막연한 목표를 원동력삼아 첫 회사에서 7년을 보냈다. 당장 눈앞의 목표를 이루는 것만으로도 배우고 할 것이 많았기에 다음이 있는 직장생활은 안정적이었다. 어느정도 목표를 이루고 업무상 더 배울 것에 힘을 쓰기보다 팀원, 조직원에 대해 고민하고 방향을 잡아야하는 연차가 되면서 불안함이 시작됐다.
'리더쉽' 측면에서 새로운 도전이자 목표일 수도 있겠지만, 연차가 쌓이면서 당연히 갖춰야 할 필수 역량이라고 생각했기에 본질적으로 텅빈 느낌이 들었다. 그 와중에 2020년 코로나 여파로 사업 축소와 함께 이곳에서 더 이상 성장, 발전은 어렵다고 판단해 과감히 퇴사 후 그해 두번째 직장을 만나게 됐다.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기' 를 목표로 두고 일한지 4년차가 되었고, 승진도 했다. 경력직의 회사 적응기간은 짧아야하기 때문에 빠르게 업무를 배웠었고 이제는 업무, 조직 적응도 측면에서 안정감을 찾았다. 하지만 나는 4년 동안 끊임없이, 미친듯이 흔들렸다. 조직의 업무 역할 변화에 맞춰 일은 어떻게든 할 수 있었지만 본질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고 모호한 직무 경험들로는 나의 커리어 방향성을 잡기 어려웠다.
지금의 직장생활, 경력을 쌓아올 수 있었던 건 당장의 목표를 해내야겠다는 실행력과 추진력 덕분이었다. 미루지 않고 해야할 일, to do list 를 없애는 급한 성질 때문에 마음먹은 일을 이루는데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장기적인 삶의 목표는 없었고 당장의 목표를 이룬 후 공허한 마음에 이것저것 시작했다가 제대로 끝마무리를 하지 못한 것이 많았다.
자기계발의 목적으로 시작했던 것들 대부분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글쓰기, 운동(다이어트, 필라테스, 테니스, 축구, 배구), 어학(영어 스피킹 학원, 앱클래스), SQL 자격증, 데이터 공부 등 끝을 보지 못한 이유는 딱 하나다. 짧은 시간안에 완성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실력을 쌓아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흔들리고 흔들리다보니, 눈앞에 보이는 목표를 이루는데 탁월한 실행력을 보였지만 최종 삶의 목표가 없었기 때문에 내가 집중할 것을 찾지 못하고 흔들렸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더 자기계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더욱 집착했다.
'하고 싶은 일, 잘하는 일' 을 찾기 위해 책장은 자기계발서와 에세이로 가득 차고 커리어, 직장생활과 관련된 강의수강도 찾아다녀봤다. 어렸을때부터 딱히 하고 싶은, 되고 싶은 것이 없었던 나로서 30대가 넘어서 삶의 목표를 생각해내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문득 방정리를 통해 책장을 살펴보니 유명한 자기계발, 에세이는 많이 꽂혀있지만 내 삶이 변화된건 없구나 생각했다. 이제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단단함을 포기하고 나의 흔들림을 받아들이고 이 자체로 나의 경험을 쌓아가는데 집중하려고 한다.
거창한, 단단한 삶의 목표를 아직 찾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오늘의 흔들리는 경험은 내것이다. 흔들리는 경험에 최선을 다하는 삶. 그것을 목표로 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