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언뜻 기억난다. 그 시절, 지금은 추억이 되어버린, 내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장면들. 이대로 시간이 멈추면 좋겠다고 느꼈던 그 순간. ‘행복’이라는 진정한 감정을 느꼈던 그 순간. 아무리 긴 시간이 지나도 그 강렬한 감정과 아름다운 순간은 내 머릿속에 정착한 채 마음의 산뜻한 바람을 맞으며 남아있다.
기억이란 상당히 개인적인 것이다. 우리는 잊고 싶지 않은 기억을 선별하여 머릿속에 저장한다. 저장된 기억은 ‘추억’이라는 말로 표현된다. 추억이란 머릿속에 항상 남아있는 것, 아무리 긴 시간이 지나도 다시 꺼내볼 수 있는 것, 즉 회상할 수 있는 것이다. 과거를 되돌아본다는 것은 추억을 회상하는 행위와 같다.
머릿속에 여러 장면들이 하나씩 스쳐 지나간다. 그 속에는 행복했던 순간, 기뻤던 순간, 즐거웠던 순간도 있지만 반대로 힘들었던 순간, 창피했던 순간, 무력했던 순간도 있다. 나는 이 순간을 모두 추억이라 부른다. 왜냐하면 나에게 ‘추억’이란 ‘나 자신’의 입장에서 회상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순간이든 부정적인 순간이든 나에게 색다른 의미가 있다면 상관없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한 순간만이 나의 추억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 사실 일상 속의 소소한 순간순간에 대한 기억이 내 추억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생각보다 별거 없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긴 순간, 친구들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끊임없이 웃었던 순간,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상상의 나래에 빠진 순간. 나에겐 이 모든 순간이 추억이다. 나는 이런 순간들을 잊고 싶지 않다.
반대로, 내가 실수를 해서 한 소리 들었던 순간, 과도한 생각으로 인해 어쩔지 몰랐던 순간, 나 자신이 만족스럽지도 자랑스럽지도 않아 울적해진 순간도 나에게 추억이 된다. 이런 부정적인 기억은 앞으로 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설계하게 해주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을 준다. 따라서 회상할 만한 가치가 있는 기억이다.
우리는 모두 기억하고, 추억하고, 회상한다. 그 속에는 우리 각자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다. 우리는 그렇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이는 마치 삶을 살아가면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자신만의 책을 집필하는 것과 같다. 세상에 태어남으로써 첫 페이지가 작성되고 세상과 작별함으로써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다. 그렇게 우리 각자의 이야기가 완성되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현재의 우리가 해야 할 것은, ‘기억하고, 추억하고, 회상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