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살아남기' 시리즈, 여섯 번째 이야기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살아남기에 앞서, 취준생 그리고 예비 디자이너들을 위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덩그러니 졸업하여 남은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던 시절을 생각하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되기 전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커리어 시작에 가까워질 수 있는지 혹은 이렇게나 부족한 사람도 커리어를 시작했으니 당신들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프리뷰 이야기를 시작한다. 프리뷰 이야기들은 UX에 다가서기, 포트폴리오(상), 포트폴리오(하), 인터뷰로 구성했다.
들어가기에 앞서 포트폴리오와 달리 면접은 나의 경험을 토대로 한 주관적인 의견이 많이 들어감을 알린다. 그렇기에 오랜 경력을 가진 시니어 디자이너 혹은 대기업을 목표로 한다면 내 글은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렇기에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예비 및 주니어 디자이너에게 적합할 것으로 생각된다. 짧은 경력동안 다양한 형태와 업태, 규모의 스타트업에서 일해보고 면접을 진행해 봤기에 조금 더 생동감 있는 글이 될 것이다. 또한 예상 질문이나 면접 꿀팁에 대한 얘기보다는 준비한 과정과 그 과정에서 들었던 나의 생각을 풀어내고자 한다.
포트폴리오와 마찬가지로 면접 또한 자기 확신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확신은 철저한 준비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마치 전문 운동선수가 경기 전 하는 스트레칭 처럼 말이다. 특히 스타트업 디자이너라면 포트폴리오에 기반한 질문을 대부분 받을 텐데, 다른 질문에 대해선 준비가 부족해도 어느 정도 감안이 되지만 포트폴리오 기반 질문만큼은 해당되지 않는다. 가장 철저하게 준비할 수 있고 회사가 궁금해하는 부분을 전략적으로 말해줄 수 있는 유일한 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포트폴리오 구성과 내용에 대해선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것이 좋다. 최소한 면접을 가기 전에 3번은 훑어봐야 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그리고 충분히 준비했다면 확신을 가져야 한다. 혹시라도 이미 포트폴리오로 구성해 두었던 프로젝트가 성에 차지 않더라도 말이다. 예전 프로젝트를 돌아보면 이전 디자인 퀄리티에 대한 실망이 따른다. 하지만 당시 프로젝트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극복했는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해결과정에서 어떤 생각과 논리를 가지고 풀어나갔으며 어떤 점을 배웠는지를 명확히 하면 충분하다. 경력자나 시니어에게는 해당되지 않을 수 있지만 주니어나 예비 디자이너를 모집하는 상황이라면 배우는 과정과 성장가능성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또한 확신을 가지려면 회사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회사에 대해 잘 알려면 다른 정보도 중요하지만 결국에는 메인 제품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봐야 한다. 이 부분은 나도 종종 놓치는 부분인데,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여러 군데 면접을 동시에 소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면접관 입장에서는 제품을 사용해보지 않았다면, 해당 면접자가 우리 회사에 관심조차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을 단순히 사용하는 것보단 이 3가지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
바로 제품의 비즈니스 모델, 메인 유저 세그먼트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 그리고 회사가 이 제품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다. 결국 수많은 지원자들 중에서 뽑히는 이유는 회사의 비전과 지원자의 가치관이 일치된다고 판단될 때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에서 새롭게 출시된 기능들과 관련 뉴스기사 검색 등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확인하면 좋다. 예를 들면 게이미피케이션 기능을 새로 출시한 제품의 경우, 이 제품은 유저들의 체류시간과 재방문율을 높이려고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아가서 메인으로 타깃 하는 사용자군 재방문율 증대로 사업적 이득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 디자이너로써 어떤 솔루션을 보충해서 제공할 수 있을지 생각하기 쉽다. 이런 방식으로 사전에 준비하면 더 인상적인 지원자로 남을 수 있다.
나는 구글 김은주 디자이너님의 유튜브 영상을 자주 보는 편인데, 한 번은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영어 실력이 뛰어나지 않음에도 면접에 붙을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해 주시는 영상이었다. 그 영상의 요지는 합격의 비법은 논리적으로 답변하는 것이고 그것은 순서를 나누어 대답하는 형식이었다. 바로 답변 구조화다. 무언가 질문을 할 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질문과 명확한 답변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긴장한 상황이나 업무적인 대화가 오가는 상황이라면 참 지키기 어렵다. 답변하다 보면 당황해서 두서없는 말을 하고, 결론이 산으로 가기도 한다.
이때 사용하면 좋은 방법은 말의 순서를 구성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하자. '디테일에 집착하는 디자인이 중요하다'와 '사용자의 본질적인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런 두 가지 답변을 하고 싶다면 순서를 정해주는 것이다.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 째는~' 이런 방식으로 말이다. 말에 서두에 이렇게 꼭짓점을 찍어주면 듣는 사람입장에서 면접자의 답변 양식을 상상할 수 있다. 그렇기에 내가 하는 말에 집중도도 높아지고 말하는 사람입장에서는 약간의 시간을 벌 수도 있다. 더 자신 있는 답변을 하면서 뒤에 어떤 말을 할지 미리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 그에 대한 근거를 더욱 논리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
또한 답변을 구조화할 때는 앞서 말한 '순서를 정하는 말의 구조화'도 있지만 '내용의 구조화'도 중요하다. 바로 주제-근거-사례-느낀 점으로 구성하는 방법이다. 그 이유는 바로 신뢰도 때문이다. 면접에서는 포트폴리오와 서류로 어느 정도 지원자에 대한 성향은 파악을 해두고, 정말 지원자가 이런 사람인지 다시 한번 재확인하는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근거와 사례를 들어주는 것은 중요하다. 이 부분은 유튜브 '면접왕 이형'채널에서 이형이 항상 강조하는 부분이다. 취업, 이직 전문가가 늘 강조하는 부분이니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면접자로서 늘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사실 면접자도 회사에 대한 첫 대면이지만, 그건 회사도 마찬가지다. 내 경험 상 협업이 잘되고, 퇴사율이 낮은 회사일수록 면접자 자체에 대해 궁금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는 결국 한 번의 채용으로 내부 구성원들에게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고려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회사인지 확인할 때에는 면접장소에는 꼭 나와 밀접하게 일할 사람이 있는 경우가 필요하다. 간혹 회사 내에 면접관 역할을 맡을 사람이 마땅치 않아 외부에서 인력을 빌려오기도 한다. 회사 사정은 이해하지만, 면접을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도움 되는 면접이라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나는 면접 끝자락에서 팀 구성원과 함께 일할 사람들이 어떤지에 대한 질문을 하기를 추천한다. 그 질문을 통해 실제로 내가 어떤 직무를 맡게 되고 업무 스타일이 나랑 맞는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소한 부분처럼 느껴지는 의구심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장거리에서 출퇴근을 할 예정인데 유연근무제나 자율근무제를 잘 시행하는지 궁금하거나, 회사 내의 제품 조직이 디자인팀, 개발팀처럼 팀 단위로 움직이는지 스쿼드로 일하는지 등의 질문들이다. 이런 사소한 부분들을 면접에서 확인하지 못하면, 이후에 채용담당자에게 메일로 질문해도 괜찮은지 확인해 보면 된다. 사실 면접 시간적인 부분이나, 다른 면접자가 함께 있는 경우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마 대부분의 회사에서도 인사관련된 질문을 받는 것을 꺼리지 않을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도 사소한 부분 때문에 시간과 자본을 투자한 신규 직원이 나가면 손해이기 때문이다.
나도 참 많은 거절을 당했었다. 사실 회사에서 공고를 열어두는 경우는 정말 사람을 뽑기 위해서가 아닌 경우도 있다. 아닌 경우도 많지만 어떤 회사 중 일부는 상시로 열어놓고 들어오는 포트폴리오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기 위해서 이거나, 명목 상으로 올려놓은 경우도 적지 않다. 또한 아무리 훌륭한 지원자가 면접을 본다 해도, 회사에서 감당할 여력이 되지 않기에 거절하는 경우도 많다. 다 마음에 들어도, 일명 핏 하나 때문에 떨어지기도 한다. 그렇기에 거절을 당했다고 해서 스스로 부족한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떨어지는 이유를 상기하는 것은 레슨런 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도가 지나치면 독이 될 뿐이다. 많은 취준생들이 면접에서 연속적으로 고배를 마시는 경우,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부족함을 탐구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부족함은 탐구하다 보면 사실 끝도 없이 이어질 뿐이다. 언제든 나보다 잘난 사람은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업계에서 잘 나가는 사람도 탈락의 고배를 피할 수 없다. 링크드인에 보면 종종 '다 떨어졌지만, 여기는 붙었어요!'라는 식의 글들이 올라오곤 한다. 대부분은 실리콘밸리 유수의 대기업에 합격한 인재들이다. 결국엔 제목에서 언급한 것도 같이 수많은 NO 속에서 한 번의 YES만 있어도 된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시도하기를 멈추지 않고 도전한다면 결국엔 나와 꼭 맞는 회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가올 2024년에는 모두가 원하는 곳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게 일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