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ognitis Oct 31. 2022

[주.프.디.살] 커뮤니케이션 타파

'주니어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살아남기'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

일은 힘들어도 버텨요,  그렇지만 사람은…

주니어 디자이너로써 여러 번의 이직을 하며 공통적으로 느낀 업무에 있어서의 ‘Pain Point’는 커뮤니케이션이었다. 매번 새로운 상황과 사람을 맞닥뜨리며 느끼는 것은 “어떤 이는 이런 종류에 속하기에 이런 행동을 할 것이다”라는 정의는 효용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만다. 누구든 같지 않은 삶을 살아왔기에 상대방에 대해 함부로 판단하는 일은 의미가 없으며 타인의 ‘타인스러움 그 자체’를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런 연습은 협업 시에 두드러지며, 특히 타인과 마주하는 자리가 많아질수록 필요성을 체감하게 된다. 다른 직군이 아닌 같은 직무를 맡은 동료 사이의 피드백은 더욱 받아들이기 쉽지 않고 역으로 좋은 피드백을 전달하는 일 또한 쉽지 않다. 이 중 가장 큰 줄기는 ‘다름’에 부딪혀 진실로 속에 숨어있는 알맹이를 취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양방향에 서있는 사람으로서 커뮤니케이션의 껍질을 벗겨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꿀 같은 피드백의 구성요소

피드백은 때때로 방향성을 잃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이유는 피드백을 주는 이가 자신이 바라는 바를 명확하게 그려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혹은 무언가 추상적이고 뭉뚱그려진 의견은 의사소통 비용을 증가시킨다. 이 비용에는 소통 자체의 기능적 비용, 시간적 비용뿐만 아니라 감정적 비용까지 소모된다. 특히 준비되지 않은 피드백은 받아들이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편함을 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때로는 피드백을 굉장히 능숙하게 전달하는 사람을 마주치기도 한다. 같은 내용이지만 받아들이는 심리적 허들이 낮게 끔 여러 장치를 사용한다. 말투와 제스처와 같은 소통방식과 스타일에는 차이가 있을지라도 중요한 공통 요소가 담긴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타인의 처지와 상황에 대해 비난하지 않고, 핵심만 짧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말한다. 그 메시지에는 ‘명확한 요구사항’과 ‘그에 대한 근거’,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말한 두 가지가 완벽하게 준비되었다고 해서 항상 효과적이긴 어렵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 두 가지에는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덜 느끼지만 마지막 요소를 빼놓은 경우는 종종 발견한다. 내가 생각하는 피드백은 지시의 범위가 아닌 의견 전달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최종 결정권은 상대에게 있어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해주는 방향이 중요하다. 실제로 의사결정에 자율성을 부여했을 때 더욱 참여율과 적극성이 증진되고 한다. 결국 이 맥락은 '상대방에 대한 신뢰'와 같이 이어진다. 직접적인 업무 담당자만큼 그 누구도 일에 대한 이해도와 투자한 자원이 높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상대방이 이 분야에서만큼은 전문가라는 가정을 하며 의견을 주고받는 방식이 일을 즐겁게 할 수 있게끔 만든다고 생각한다.


특히 '신뢰와 존중'은 인간관계의 기본적인 토양으로써, 전달력과 설득력을 증진시킨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솝 우화 에피소드 중 하나인 '북풍과 태양'은 이를 증명한다고 생각한다. 지시형의 상대방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린 날 선 피드백은 다소 받아들이기 힘들다. 실제로 맞는 내용이더라도, 괜한 반감을 사기 쉽고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벗어나게 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행동하게끔 만드는 핵심 요소는 자율성과 따뜻함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따라 상대방이 비난과 판단의 도마에 오르게 하는 것이 아니게끔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엔 진심으로 상대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의견을 첨언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 누구든 가짜는 빠르게 간파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진심과 내용, 근거를 갖춘 후 이를 더욱 잘 전달하는 방법은 바로 언어 표현 방식이다.


언어 표현이 가지는 힘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라는 말은 누가 지어냈는지 기가 막힌 표현이라 생각한다. 사실 나는 부드러운 말이 주는 가치에 대해 ‘민망하다’라는 이유로 외면하고 있었다. 말이라는 건 굉장히 표상적인 수단 중에 하나이고, 본질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반항적인 생각 때문인지 몰라도 나는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네거나 칭찬을 하거나 미소를 짓는 일에 의미를 크게 부여하지 않았다. 이런 관점은 나를 대화에 인색한 사람으로 만들었고 결국에 타인에게 불쾌함과 상처를 주거나 다가가기 힘든 사람으로 규정되었다. 종국에 그런 경험들이 모여 부정적인 나비효과로 내게 다시 돌아오고, 정말 중요한 기회를 놓치는 순간이 잦았다. 그제야 나의 단점을 개선하고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강점 중 하나는 상대의 디테일한 장점을 꽤나 잘 발견한다는 것이다. 일처리함에 있어서의 치밀함이라던지, 영리한 전략을 사용한다던지와 같은 업무적인 부분도 잘 발견해낸다. 사람 자체를 관찰하고 분석하기를 좋아하는 성격으로 상대의 사소한 변화나 멋짐을 곧잘 눈치챈다. 하지만 이런 강점이 있음에도 표현에 인색하다는 단점으로 인해 실행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우연한 계기로 트리거가 되어준 것은 상대방의 칭찬이었다. 칭찬받은 부분이 잠자리에 누워서도 생각나고, 관련 업무를 할 때마다 집중하는 스스로를 보며 효과에 대해 체감했다. 그 후로 상대의 멋짐을 보면 놓치지 않고 칭찬의 기회로 삼기로 했다.


이외에도 가장 효율이 높은 언어 표현 중 하나는 경청의 제스처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이야기를 하는 동안 고개를 끄덕이는 상대와 있을 때 더 솔직하고 편안하게 느낀다고 한다. 상대에게 동의하던, 혹은 그렇지 않던 "나는 당신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습니다"라는 신호를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상대에게 미소와 경청의 제스처를 통해 열렬한 협력을 얻어낼 수 있다면, 얼마나 놀라운 일이겠는가. (출처: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이외에도 꿀을 얻으려면 벌통을 차지 않을 것을 당부하는 카네기의 원론적인 얘기 또한 매우 효과가 좋다. 상대를 비난하고 비평하는 데, 누가 좋게 받아들이겠는가. 때때로 감정에 휩싸여 실수를 저지르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늘 후회하게 된다. 아직 완성된 인간이 아니기에 종종 미끄러지기도 하지만, 우선 인지는 하였으니 개선을 향한 첫걸음은 내디뎠다고 할 수 있겠다.


타인에 대한 인정으로 해방을 맛보고, 나의 삶을 더 아름답게

7년 전 책을 읽다가 마음을 강력하게 후벼 파는 구절이 있었다. ‘실망은 편견의 또 다른 이름이다’라는 말이다. 마치 한 대 얻어맞은 듯한 느낌의 인사이트를 주었는데, 매번 사람 사이의 일에 실망과 슬픔, 분노를 반복하던 나에게 꼭 맞는 옷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가장 힘들었던 순간들을 돌이켜보면 타인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이 고통을 주는 도화였다. 그렇기에 내 안의 편견을 깨닫는 순간 해방된 기분을 느꼈다. 사람이기에 그럴 수 있고, 사람 사이의 일이기에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이상하지 않았다.


결국 인격적 완성과 거리가 먼 사람의 시선으로는 제약 있는 시야로 삶을 관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무지의 고통은 인지의 고통보다 갑절은 괴롭기에 그토록 아파했던 것이 아니었던 걸까. 그렇기에 조금 더 사랑을 지닌 마음으로 호기심 가득히 상대를 바라보고 탐구하는 것만큼 인간사의 의미를 찾아가는 활동은 아마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오랜 만고 끝에 다다른 신념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그대로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때때로 나의 규칙에 맞지 않은 사람을 발견하면 자연스럽게 재단하여 분노하곤 한다. 혹은 일종의 거슬림을 느끼기도 한다. 결국 이런 사소한 사안들이 모여 ‘나’라는 사람의 품위를 갉아먹는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 바깥으로 뛰쳐나가, 나의 품위를 유지하고 삶을 보다 더 아름답게 가꿔나가는 방식으로 스스로의 성장을 기대한다.


때로는 과감히 포기할 결단력과 용기 갖추기

얼마 전 유튜브에서 실리콘밸리 개발자 '한기용'님의 인터뷰 영상을 보게 되었다. 다양한 커리어에 대한 조언과 프로페셔널한 태도의 기본기를 다지기에 좋은 영상이라고 생각을 했다. (하단 영상 참조) 이에 굉장히 큰 영감을 받아 기용님의 토크콘서트에 다녀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유익하고 풍부한 커리어와 삶에 관한 태도를 배울 수 있었다. 메인 세션 후 질의응답으로 진행된 시간이 특히 알찼는데, 익명으로 부담 없이 질문할 수 있고 사람들의 공감도도 확인할 수 있어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익명으로 작성된 많은 질문들 중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은 질문 중 하나는 "의욕이 없고 매사에 부정적인 동료에게 어떻게 동기부여를 해줄 수 있을까요?"이었다.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나에게도 답변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 큰 기대를 하며 답변을 기다렸다. 늘 명쾌한 해답을 내려주시던 기용님도 당황하시며 하신 말씀은 "동기부여가 되지 않은 케이스들은 답이 없어요."라는 어찌 보면 살짝 날카로울 수도 있는 답변을 해주셨다.


수많은 메이커들을 관리하며 쌓아온 커뮤니케이션의 통달자의 답변은 내가 기대하던 부분과 달랐다. 결국 다시 한번 깨닫게 된 것은 '타인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것' 또한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부분이며,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메인 세션에서 말씀하신 "사람이 좋은 곳에서 일해라"라는 부분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늘 타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한계가 있으며, 그런 마인드셋만이 항시 답이 될 수 없다. 결국 한 객체를 이루는 것은 스스로의 태도와 노력뿐만 아니라, 환경 또한 중요하다는 것이다. 더 이상 '다름'의 문제가 아닌 '불통'의 문제일 때 과감히 환경을 변화시키는 시도 또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변화의 기색이 보이지 않는 환경 속에서 스스로를 소진시키는 것보단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맥락에서 나는 드넓은 커리어의 바다에서 '나'라는 가장 소중한 존재를 존속시키며 지키기 위해서는 유연한 위치에 서있으려 노력하고자 한다.


참고 영상

시리즈 1~3

https://www.youtube.com/watch?v=nLL409se8sM

https://www.youtube.com/watch?v=XKqLz6WJSRA&t=695s

https://www.youtube.com/watch?v=3U0cbzmwSYc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