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라하 Dec 13. 2023

내가 이억만 리에 뚝 떨어진 이유

내면아 단단해져라!

'내면이 단단해야 한다'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나

는 잘 몰랐다. 요즘 유행하는 MBTI로 나의 성향을 체크해 보면 아마 극 E였을 나는( 지금도 E성향이 80%가 넘게 나오는 것을 보아 어릴 때는 그 성향이 더 짙었으리라 짐작한다) 눈만 뜨면 해만 뜨면 밖으로 나갔고  간혹 집에 있는 날은 내가 아픈 날이었다.

항상 내 주변에는 친구들도 북적북적했고 가장 친한친구 한 명을 꼽으라고 하면 당연히 꼽을 수 없었고또 왜 꼭 더 친한 친구가 있어야 하는지도 몰랐었다.

기쁜 마음이나 슬픔마음이나 속상한 마음 나의 모든 감정들은 항상 친구들과 나누었고 그러면서

나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집중하는 삶을  으로 열심히 살고 있었다.

나는 완벽주의 성향이 강하다. 모든 건 질서 정연해

야했고 아무리 아파도 청소는 하고 앓아누워야 했

다. 사람들에겐 언제나 친절했고 특히 공감능력이

뛰어난 나는 타인의 아픔을 내 아픔처럼 받아들였

다. 그러한 것들이 나를 병들게 하는지도 모른 채로

참으로 열심히 살아왔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도 모른 채로 부모님을 일찍 여읜 나는 그렇게 밖에서 애정을

충족시키며 너무나 바쁘고 분주한 삶을 살았던

했다.

나는 독실한 크리스천은 아니지만 그래도 급할 때는하나님을 찾는 사람으로서 그러한 나에게 신은 무엇을 알려주려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고 내 삶전부라 여겼던 사람들을 다 끊어낼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나를 보내셨을까

아이와 단둘이 아무도 없는 그 낯선 곳에 뚝 떨어졌

올 때엔 정신이 없다는 말 외엔 다른 말은 할 수가 없었다.

정신이 없다는 말은 말 그대로 정말 정신이 없다는 뜻이다. 영혼이 빠져나간 듯해서 여기가  어디인지

매일 아침 눈 뜰 때마다 낯설고 그 낯섦을 적응하는

데에 하루를 다 쓰곤 했다.

사람들과의 교류가 끊어지면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난감했었다. 현지인을 만나기엔 나의 외국어 실력이 너무 형편없었고 한국사람을 만나기엔 나

에게는 서로 공감할 수 있는 공통점이 없었다.

하긴 그 당시는 하루하루 살아내기 바빠서 아이와

나 외에 누구를 돌아본다는 것은 아마 사치였을 것

이다.


낯선 나라에서 아이와 내가 안전하게 잘 지내야했

고 아직은 어려서 한식을 찾는 아이의 입맛에 맞게

 밥을 해먹이다 보니 그동안은  그냥 간과했었던 아

이와 특히 ' 나 '라는 사람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어떤  힘들고 불편한 문제에 맞닥뜨리게 되면 내가 왜 이렇게 화가 나는지 짜증 지수가 왜 이렇게 솟구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알게 되기도 하고 사춘기 아이와 부딪힐 때도 어느 대목에서 내가 예민하게 되는지도 점점 알아지게 되었다.

내가 나를 점점 더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그 사이사이에 나도 몰랐던 내가 했던 행동들에 대

한 이유를 찾게 되고 과거에 일어났던 감정들에 대

한 원인을 찾기도 했다.

나에게 있어서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요인은 어느

순간 내 마음에 일어나는 ' 불안'이라는 감정이었다

나는 내가 무척이나 밝고 씩씩한 사람이라고 생각

하며 살아왔는데 아무도 없는 낯선 곳에 아이와 둘

이 뚝 떨어지니 내 마음 가장 밑바닥에 있던 감정들

이 하나 둘 들고일어나며 나를 휘몰아쳤다.

그중 나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이 바로 불안이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나는 나를 알아갔다. 나는 그리 용감하지

도 씩씩하지도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단지 부모님의 부재로 일찍 세상에 나가야 했던 나

는 용기와 씩씩함이라는 포장지로 정말 그럴 듯 하

게 포장을 잘하여 결국 나 조차도 그것이 포장인 줄 모르고 살았던 것이다.

물설고 말설은 이국땅에서  그것이 진짜 내가 아니

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럼 나는 어떤 사람인지 무

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하나씩 찾아

가기 시작했다.


나는 가끔씩 통신과 단절할 때가 있다.

아이가 학교 가고 집이 고요할 때면 간혹 핸드폰을 무음으로 해놓는다. 연락이 오는 것을 알지만 굳이

 확인하지 않는다.

의자에 앉아서 정말 눈만 겨우 깜박거리며  조금의

미동도 없이 가만히 머무른다.  그렇게 한참을 앉아

있으면 머릿속이 비워지며 고요해진다. 그리고 나면 몸도 마음도 안정이 된다.

예전의 나로서는 절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가만히 있는 것. 한참을 가만히 있어보는 것.

어느 순간 내 마음이 고요해지며 저 밑에서부터

용기와 담담함이 올라온다.


이제는 좀 알 것 같다.

내면이 단단해진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를.

내 인생에 있어서 이런 시간들이 왜 필요한지를.

또한 내가 나를 온전히 들여다볼 수 있을 때 나의 내면은 고요하고 단단해질 수 있다는 것을.








작가의 이전글 나는 드디어 50살이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