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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na Aug 15. 2023

개학 전전 날

소파에 대충 기대어 누우면 나랑 아들의 발이 닫는다. 각자 폰을 들고 한쪽 발만 붙이고 누워서 “너 개학하지 마라” 하니까, “나도 그러고 싶오오” 한다. 내일 공휴일이 지나면 아들은 개학을 한다.


엄마로 사는 일은 끊임없는 양가감정에 담가지는 일 같다. 7시15분이면 나의 하루가 시작되는 학기중에 비하면, 방학은 오전 내내 두 아이들과 같이 있어서 늘 시간 부족 상태인데, 이렇게 늘어져있는 아들을 못 본다 생각하니 어쩐지 서글퍼진다. 밥 차리는 건 싫지만, 같이 얘기하고 장난치면서 밥 먹는 건 좋다. 읽고 쓰는 일에 흐름이 뚝뚝 끊기는 건 답답하지만, 덩치 커진 아이들 얼굴에서 두살때 모습이 보이면 마냥 예뻐 죽겠다. 이 녀석들은 정말이지, 규정하기 어려운 존재들이다.


요즘은 sns에 기록했던 과거의 오늘들을 볼 때마다 새롭다. 거의 대부분이 애들과의 이야기다. 방학 기간이라 더 그랬나보다. 그런 날들도 이제 조금씩 과거로 사라지고 있다. 정말이지 오감 아니 육감이 섬세한 딸을 세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 모든 일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때도 있었는데. 그러면서도 욕심 많고 지기 싫어하는 성격때문에 본인이 제일 괴롭고 그 다음으로 나와 남편이 힘들었는데. 요즘은 거의 완성단계인 것 같다. 그래도 세상에서 버틸 수 있을 최소한의 근력은 갖춘 듯 하다. 가끔 나보다 더 세상일을 똑 부러지게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아들은 그에 비하면 둔감한 편이었지만, 그래도 조심성이 많고 평화가 흐트러지는 걸 싫어하는 성정이라서 가만 두면 아무것도 안 하는 지라, 어르고 달래면서 작은 경험들을 해보게 하며 키웠던 것 같다.


나는 그렇게 살던 때에는 글을 쓰지도 않았고, 하루살이처럼 그날치 최선을 하고 살았는데, 그래서 다가올 미래에 대해서도 거의 생각 못해보았다. 이렇게 그 모든 노력의 시간도 유한한 것임을 알았다면, 그렇게 아이들이 다 자라고 난 날들(지금)을 상상해 보았다면, 조금 달랐을까, 달라졌을까. 그래도 후회는 없으니 되었지 뭐. 고통의 시간들로 기억되지도 않는다 전혀. 오히려 간간히 많이 그립다.


내일은 애들이 좋아하는 차돌삼합-차돌박이+관자+명이/파무침/볶음김치-로 점심을 차려먹고 이 여름방학을 마무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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