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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효진 Sep 26. 2020

전통음악과 재즈를 엮다, 드러머 김태현

재즈에비뉴 언택트 인터뷰 #1

언택트 인터뷰는 메신저, 화상대화 등 직접 마주하지 않은 상태로 진행하는 텍스트 콘텐츠입니다. 생동감은 조금 덜할 수 있지만 다양하고 개성 있는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 김태현 (2000년 11월생)

- 2011 SBS ‘스타킹’
-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연희과 입학
- 버클리음대 Performance 전공 학사 졸업
- 현 New England Conservatory, Jazz Performance 전공 석사과정 재학 중


드럼과 전통음악,

재즈를 만나다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드럼을 치고 있는 김태현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음악을 시작하셔서 여기까지 오게 되셨나요?


교회에서 처음 드럼을 접했고 아버지의 영향으로 꾸준히 연주를 해왔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때 사천 세계 타악축제의 전국 경연대회에서 입상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 심사위원이셨던 김희현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어요. 그 후 운 좋게 SBS '스타킹' 에 나가게 되면서 사물놀이로 유명한 김덕수 선생님도 만났죠. 김덕수 선생님과 만나게 되면서 국악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김희현 선생님은 재즈를 비롯하여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멤버이기도 하셨는데, 아버지의 영향으로 국악 연주를 많이 하셨어요. 김덕수 선생님은 두말할 것도 없구요. 저는 두 분께 배우면서 우리나라 전통 음악을 공부하는 것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느끼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부설 영재교육원에서 전통음악을 공부했죠. 열여섯 살에 학부과정으로 한예종에 정식으로 입학했었구요.



전통음악에서 서양음악으로 방향을 바꾸게 되신 거네요?


바꿨다기보단 두 분야 모두 동시에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드럼은 어린 시절 교회에서 아버지의 권유로 처음 시작했었고, 한예종 이후에는 드럼과 서양음악을 더 공부하기 위해 미국으로 넘어갔죠. 버클리를 졸업하고 현재는 New England Conservatory에서 재즈 연주 전공 석사과정에 있습니다.



미국에서의 수업은 어땠나요? 기억에 남는 교육 방식이 있었다면?


버클리는 굉장히 수업이 세분화되어있고 다양했어요. 브러쉬, 루디먼트, 까혼, 스튜디오 드러밍, 리하모니, 모던 화성학 등 세세하게 나누어 배웠죠. 앙상블도 다양했고... 다양한 국가에서 온 친구들이랑 음악적 교류를 하는 게 제 꿈이었는데 그런 면에서 버클리는 가장 좋은 학교 중 하나일 것 같아요.


처음 개인 레슨 드럼 수업에 들어갔을 때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어요. 선생님이 저에게 뭘 배우고 싶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늘 선생님들이 가르쳐주시는 데로만 배워왔기에 제대로 대답하기가 어려웠죠. 뭐라고 대답했는지 지금도 기억이 안 나요.




어떻게

연주할 것인가




타악 연주자로서 느껴지는 전통음악과 서양음악의 차이점이 있을까요?


 우선 가장 큰 차이점은 호흡에 있는 것 같아요. 서양음악은 딱딱 끊어지는 박자 느낌을 갖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 음악은 호흡 개념으로, 조금 더 공처럼 굴러가는 듯한 느낌을 갖는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박자가 당겨지기도 하고 늘어지기도 하죠. 대부분의 국악은 이러한 느낌을 살려 '기경결해' 하는 구성을 가져요.


우리나라 장단 중에 '칠채'라는 장단이 있는데요, 징을 7번 친다고 해서 칠채라고 해요. 그런데 같은 박자로 계속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5/8박 두 번, 3/8박 두 번, 5/8박 두 번, 10/8박 한번]으로 구성되어있어요. 이걸 매번 박자를 세면서 치는 게 아니라 몸으로, 호흡으로 익히고 한 패턴으로 가져가면서 체득하는 방식으로 연습하고 연주하는 거죠.


* 기경결해 : 밀고, 달고, 맺고, 푼다는 뜻. 다양한 장단에 의해 긴장과 이완을 조절해가며 전개하는 방식



굉장히 어려워 보이는데요ㅋㅋㅋ 몸에 익힐 수 있도록 많은 연습이 필요하겠어요.


우리나라 장단이 어려운 것만 있는 건 아니에요 ㅎㅎ 저는 항상 제 음악을 만들 땐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하려 하는데, 평소에 주변에서도  드럼 연주에서 장구 소리가 들린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구요. 국악적인 스타일이 꽤 많이 묻어나는 것 같아요.



음악이란 소통과 표현의 한 방법이잖아요. 장르가 달라지면 소통과 표현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나요?


음.. 단적인 예로 유럽의 클래식 음악 공연을 볼 때면 관객들이 공연 중에 소리를 내는 것이 예의에 어긋나는 일로 받아들여지죠. 그런데 전통음악 특히 민속음악은 마당극처럼 대중이 참여해 함께 공연을 만들어가는 방식이 많아요. 둘 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저는 관객과 호흡하는 무대가 더 한국적이고 좋은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지금 재즈를 연주하잖아요. 재즈의 특성상 연주자들끼리도 서로 소통이 원활하고, 그러한 모습을 관객들이 보고 함께 호흡하는 느낌이 드니까 무대를 즐길 수 있었죠. 특히 미국에서 사람이 가득 들어찬 재즈클럽에서 연주할 때면 반응도 좋고 호응도 좋아서 연주할 때 늘 재미있었어요.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말처럼, 연주자만큼이나 관객들도 음악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있어야겠네요.


물론 그러면 좋지요. 그렇지만 음악가의 입장에서도 음악을 만들 때 대중을 생각하는 건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아요. 무작정 그리고 싶은 음악만 그려나가는 게 아니라 음악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은 사람들이 보았을 때에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고려하는 것도 음악을 만들 때의 과제인 것 같습니다.




두 번째 단독 공연을

준비하며




작년에 이어 올해도 CJ 장학생으로서 단독 공연을 준비하고 계시죠. 공연에서도 그러한 고민들이 반영될까요?


공연은 전반적으로 제 음악의 뿌리가 되어준 국악을 토대로 진행되지만 정통 스윙도 있고, 국악 리듬을 기반으로 만든 모던 재즈 등 다양한 곡들을 준비하고 있어요. 국악의 특징인 기경결해를 잘 표현하면서 여러 장단들을 사용했죠. 작년에는 판소리의 창(唱)이 섞였다면 올해는 힙합적인 요소를 섞어보려 합니다.


정리하자면 재즈를 바탕으로 한 국악과의 만남, 그리고 실험적인 도전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저는 우리나라 전통음악의 발전 방향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고, 전통 음악의 현대적 해석에 초점을 맞추는 데에 관심이 많아요.



전통음악을 계승하고 현대적인 해석을 계속 가미하는 것이 본인의 음악적 비전이라고 하면 맞을까요?


네 맞아요.



작년에는 버클리 음대 교수진을 포함한 외국 뮤지션들과 함께 했었죠. 반면 이번에는 한국 뮤지션들과 함께 준비를 하고 있는데, 차이가 있었나요?


저는 전통적이고 한국적인 정서의 음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정서적인 면에서 이번 멤버들과 연주를 준비하는 것이 더 편안했던 것 같네요. 여러 가지 국악 장단을 들으실 수 있을 거예요!



열심히 준비했는데 온라인 라이브로 진행하게 되었어요. 아쉬움이 클 것 같은데..


CJ 장학재단과 이야기할 때에도 이 부분에 대해 가장 많은 고민을 했어요. 처음에는 좌석 간 거리두기, 소규모 인원 입장 등 여러 가능성을 타진했었지만 결국 온라인 라이브로만 공연을 송출하게 되었죠. 아쉽지만 안전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프라인으로 진행할 때보다 더 많은 분들이 보는 공연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드러머 김태현의 단독 공연은 9월 26일 토요일 오후 5시 CJ 문화재단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라이브로 볼 수 있다. 색소폰 이선재, 피아노 강재훈, 베이스 지재일, 게스트 래퍼로 도준우가 함께 한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요?


저는 개인적으로 지금 형태의 국악을 전통적으로 이어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대에 맞게 계속 변화하고 틀에 박힌 규칙들을 벗어나는 시도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한 과정에 함께 동참하겠습니다. 앨범에 대한 생각도 있구요. 사실 군대를 가야 하는데... (후략)





글 김효진


'예술가의 영혼을 살찌우는 콘텐츠 제작소' 재즈에비뉴를 운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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