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에비뉴 언택트 인터뷰 #2
언택트 인터뷰는 메신저, 화상대화 등 직접 마주하지 않은 상태로 진행하는 텍스트 콘텐츠입니다. 생동감은 조금 덜할 수 있지만 다양하고 개성 있는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 이하림 (1992년 2월생)
- 서울예술대학교 피아노 전공
- <Straight Project> (2020)
- 2020 재즈피플 라이징스타
어떻게 음악을 시작하셔서 여기까지 오게 되셨나요?
21살의 어느 날 우연히 들어간 부산의 재즈클럽 '몽크'에서 재즈를 만났어요. 어릴 때부터 동네 음악학원을 다니며 음악을 접해오고는 있었지만 그날 만난 '재즈'는 이전의 것들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어요. 그날 이후 저는 매일 밤 홀린 듯 그곳으로 달려가 재즈 연주를 들었고, 우연한 계기로 잼 데이 호스트 밴드를 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재즈를 익히기 시작했어요.
잼을 하면서 매일 같은 곡을 연주할 수 없기에 매주 새로운 곡의 코드 진행을 익히고, 필요에 따라 솔로를 카피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연주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어가며 조금씩 레퍼토리를 늘려갔어요.
이후 매주 서울을 오가면서 레슨도 받았고, 에반스 같은 클럽 잼데이에 참가하며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스터디하면서 재즈를 공부했었어요. 그때 잼데이를 같이 다니던 친구들과 아주 가깝게 지냈었는데, 다 같이 열심히 해보자는 의미로 우정 반지도 맞췄어요! 6년이 지난 지금도 늘 그 반지를 끼고 다니고 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재즈에 대한 열망은 커져갔고 많은 고민 끝에 상경해서 서울예술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어요. 그곳에서 좋은 선생님들, 좋은 동문들을 만나 공부를 하며 지금까지 재즈 연주를 이어 나가고 있어요.
대학을 다니면서 느꼈던 점이 있다면?
학교 교양 수업으로 세계사, 예술사, 동양 철학, 미학, 철학 개론 등을 접할 수 있었는데 그때의 시간들이 지금 제 음악활동의 기반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동문들에게도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고요. 사진, 영상, 연기, 미술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고 그들과의 시간은 제가 인생을 그리고 예술을 대하는 태도를 완전히 다른 것으로 만들어 주었어요.
무엇보다 크게 느꼈던 것은 세상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넓은 곳이라는 생각이에요. 그때부터는 제가 무언가를 '알고 있다' 고 이야기하는 게 꽤 어려운 일이구나 생각했어요.
대학 이후로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그동안 배우고 머릿속으로 생각하던 것들을 현실로 만들어 나가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요.
앨범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제가 재즈를 좋아한다는 것 말고는 스스로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던 것 같아요. 대학에 가기 전까지는 미친 듯이 연습에만 몰두했었고, 대학을 다니면서는 공부하고 활동하느라 바빴죠. 그야말로 남들이 살라는 대로 살았던 것 같아요. 친절해라, 싹싹하게 굴어라... 스물여덟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스스로를 마주하며 나는 누구인지,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되었고 20대가 끝나기 전에 이 모습들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앨범을 준비하게 되었어요. '앞으로는 스스로를 속이거나 타협하는 일없이 직진하겠다'라는 마음을 담아 Straight Project 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죠.
함께 연주할 멤버들을 고르는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함께 연주해 준 멤버들은 무엇보다 가장 마음이 편한 사람들이에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으로 곡을 쓰게 되었는지에 대해 충분히 대화를 할 수 있어야 이 앨범을 가장 잘 만들어 줄 수 있다고 믿었죠.
영상이나 아트워크에 대한 스토리도 돋보여요.
영상에도 신경을 많이 썼는데, 학교 동아리(젤리 먹는 젤리 동아리 젤덕...)에서 알게 된 손승우라는 친구가 영상감독을 맡아주었어요. 오랫동안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기 때문에 제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고, 미적 감각도 매우 뛰어난 영상 감독이었기 때문에 분명히 이번 앨범의 서사를 잘 풀어 나가 줄 수 있다고 생각했죠.
저는 이 친구를 끝까지 믿었고, 1년이란 시간에 걸쳐 본인의 작품이라는 생각으로 앨범의 미술적 부분을 함께 고민해주면서 한 편의 영화 같은 아름다운 아트 필름을 완성해 주었어요. 승우와 함께 앨범을 만들 수 있었던 건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영상)
아트워크는 제가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피아니스트 이미래씨의 정규 1집 <Romantic Wandering>의 표지를 그려주신 Jisutice 작가님과 함께 진행했어요. 저는 이번 앨범에 들어가는 음악들을 즉흥적으로 그림을 그리듯 표현하고 싶었는데, 작가님께서 작품을 전개해 나가는 방식이 제 앨범 컨셉과 잘 맞다고 생각했어요.
작업에 들어가기 전 작가님과 두어 시간 정도 제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때의 대화에서 느낀 대로 작가님께서 그림을 그려주셨죠. 결과물도 너무 아름답고 작업 기간 동안 섬세하게 신경 써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앨범 작업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모든 작업들이 쉽진 않았지만 마지막까지 제 마음을 힘들게 했던 것은 앨범 소개글을 쓰는 것이었어요. 컨셉을 수도 없이 바꾸고, 글을 백 번도 넘게 고쳐 써보고, 글쓰기 레슨도 받고, 책도 많이 읽었는데도 갈피를 못 잡겠더라고요. 결국 마감 3일 전에 '그냥 나답게 써버리자' 라는 마음으로 조금은 내려놓고 글 작업을 마무리했어요..^^;;
어디서 주로 영감을 받아 곡을 쓰셨나요?
저는 주로 사람이나 책에서 음악적인 영감을 많이 받아요. 어떤 사람의 인상을 충분히 떠올린 뒤 악보로 옮기거나, 책에서 읽고 느낀 내용들을 머릿속으로 되짚으면서 거기서 느껴지는 온도, 감정 등을 악보로 옮겨나가는 형태로 말이죠.
이번 Straight Project에서는 플라톤의 이야기를 많이 담았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담았냐고 물어본다면 말로는 잘 표현하기 어렵지만... 제가 받아들인 것들을 음악으로 표현해 보았으니 그 부분에 포커스를 맞춰본다면 좋겠어요.
이론적인 방식의 접근은 아니네요. 그럼 본인은 음악을 어떻게 대하고 계세요?
저는 음악을 새로운 세계의 언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정말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테크닉 적인 훈련과 동시에 내가 알고자 하는 음악이 어떤 시대에서 발전했는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등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티칭을 할 때에도 음악사, 세계사에 대해서도 공부해 보라고 권하는 편이고.. 그리고 결국 음악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인문학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해요. 꼭 시간을 내서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스스로의 생각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본인의 삶에도 적용되는 이야기일거구요
네 맞아요. 앞으로도 지금의 삶을 지속해 나가고 싶어요. 좋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계속해서 창작물을 발표해 나가면서요.
글 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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