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에비뉴 언택트 인터뷰 #6
언택트 인터뷰는 메신저, 화상대화 등 직접 마주하지 않은 상태로 진행하는 텍스트 콘텐츠입니다. 생동감은 조금 덜할 수 있지만 다양하고 개성 있는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 최희영 (1993년 9월 생)
- EP <Reminiscence> (2020)
- 서울공연예고, 한국연예예술학교 출강
- 경희대학교 아트퓨전디자인 대학원 석사 졸업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얼마 전 첫 앨범을 발매한 재즈 보컬 최희영입니다.
축하드려요! 어떻게 음악과 만나게 되신건지 이야기해주세요.
저에게 음악은 어릴 때부터 함께한 오랜 친구예요. 피아노 학원부터, 콩쿨대회, KBS 어린이 합창단 활동 등을 통해 무대에 설 기회도 많았죠. 고등학교 때에도 노래하는 동아리에 소속되어 있었는데 동아리 회장을 맡으면서 더욱 흥미를 느꼈어요. 제 스스로가 대단한 무언가가 된 것 같았죠. 그때부터 노래를 직업으로 삼아야겠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보통 보컬이라 하면 가요, 팝을 많이 부르는데 '재즈'라는 길을 선택한 이유는 뭐예요?
어릴 때에는 재즈 씬이 굉장히 좁아 보이고, 그들만의 리그 같고, 나는 소속되지 못한다는 소외감을 느낀 적이 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나도 저 씬에 속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시기도 있었죠. 하지만 이런 인식 때문에 오히려 더 편한 길을 걸었던 것 같아요. 재즈는 어려운 음악이라고 생각했는지 주변 친구들이 아무도 재즈를 하지 않았거든요. 덕분에 재즈와 관련된 부분에서 더 많은 기회와 활동을 잡을 수 있었구요.
입시곡으로 불렀던 노래가 <Route 66> 였는데 교수님께서 "재즈 하면 잘하겠다!" 라고 말씀해주신 게 방향성을 정할 때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다시 돌아가도 재즈 음악을 할 것 같아요 ㅎㅎ
재즈는 감정과 영감이 중요한 분야인데, 어떻게 음악적인 영감을 얻으세요?
영화요 ! 저는 <티파니에서 아침을> 에 나오는 뉴욕의 배경을 상상하며 아침을 시작해요. 재즈음악을 틀고 우아하게 커피 한잔 내리면서요. 그러면 기분이 금세 좋아지죠. 한강 다리를 지날 때는 항상 <라라랜드>에 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감성에 빠져요. 이렇게 음악은 저에게 영화 같은 삶을 살게 해주는 역할이에요. 영화 속 한 장면을 음악을 통해 상상으로나마 잠깐 체험할 수 있으니까요. 이러한 엉뚱한 상상들이 편곡을 할 때에도 많은 영감을 주는 것 같구요.
확실히 음악적인 표현방식에도 영향을 미치나요?
사실 영화를 보더라도 내용보다는 영상미나 음악 위주로 보게 되더라구요. 그러다 보니 노래를 부를 때에도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이게 무슨 말이냐면, 대사가 없어도 흐름을 알 수 있는 영화처럼 '가사'에 중점을 두기보다 색감이 드러나는 '연주' 자체의 표현에 집중한다는 거예요.
사람들은 노래를 들을 때에 가사에 공감을 많이 한다는데, 저는 제가 겪은 적이 없는 노랫말에는 공감이 잘 안되더라고요. 음악을 들을 때에도 가사가 없는 연주곡이나 영화음악을 더 많이 듣는 편이구요. 심지어 이번에 발매한 앨범에서도 노래를 부르는 구간보다 연주자의 솔로 구간이 더 많아요. 보컬리스트인데 아이러니하죠 ㅎㅎ
실제로 난관에 봉착한 적도 있겠어요.
노래를 한창 배울 때에 감정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힘들었어요. 사실 지금도 발라드는 잘 안 불러요. 가사에 공감을 못하니 당연히 작사 능력도 꽝이었네요. 감정이입이 힘들 때에는 아예 구간별로 하나하나 분석해가며 연습했던 적도 있어요. 그런데 오히려 영화나 시를 읽고 최대한 비슷한 감정을 상상하면서 연기하듯이 노래를 부르면 훨씬 좋아지는 효과가 있더라구요.
'눈에 보이는 듯한 음악' 같은 키워드가 떠오르네요.
반대로 말하면, 가사를 몰라도 분위기 자체를 통해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 스타일이에요. 그게 저의 음악적인 특징 같아요. 인트로와 아웃트로, 즉흥연주에 더 많은 임팩트를 주려고 노력하죠.
그런 영감을 가득 담은 첫 앨범도 발매되었어요.
그동안 공연은 많이 했는데 아무도 제가 뮤지션인걸 모르고, 앨범 한 장 없다는 게 가끔 속상하더라구요. 게다가 최근에는 공연을 많이 하지 못해서, 이 참에 음원으로라도 음악을 남겨야겠다 싶었어요. 또한 국내에 재즈 보컬 앨범 중 20대 보컬리스트가 발매한 앨범은 많이 없다는 것을 느꼈죠. 미래의 저를 위한 선물처럼 20대 때의 제 목소리를 작품으로 담고 싶은 마음도 컸구요.
함께 앨범을 만든 멤버들은 어떻게 섭외했나요?
저도 첫 앨범 작업이라 제 또래이면서도 경험이 많고, 제 음악을 잘 표현해 줄 것 같은 분들에게 가장 먼저 요청을 드렸는데, 사실 거절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많았어요. 걱정과는 달리 흔쾌히 작업에 동참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음악이라는 게 서로 마음이 통해야 하고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해서,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많이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언젠가 저도 후배 뮤지션이 도움을 요청한다면 흔쾌히 도와주리라 다짐했구요.
3곡이 발매되었는데, 이건 처음부터 계획된 작업이었나요?
첫 앨범을 싱글로 내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치만 또 정규 앨범은 엄두가 안나더라구요..ㅎㅎ 예전부터 앨범에 수록하고 싶었던 곡들 중 편곡을 완성한 노래를 모으고 자작곡 'Farewell'을 추가해 4곡을 준비했었죠. (영상 : 최희영 - Farewell)
제작 과정에서 아주 슬픈 에피소드가 있는데, 준비한 4곡 중 한 곡이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연락을 발매 이틀 전에 통보받은 거예요. 재녹음을 두 번이나 할 만큼 공을 들였던 곡이었고, 이번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고 사연이 깊은 곡이었는데..(한숨) 저작권 승인을 받는 즉시 내년에 디지털 싱글로 발매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비록 EP라고 해도 생각보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더라고요. 앨범을 만드는 과정을 처음 겪어보는지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심하게 아프기도 했구요. '아, 이래서 레이블이 있으면 좋다는 거구나' 하는 것도 깨달았어요.
학교에 출강해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하고 계세요. 어떻게 하면 그런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까요?
교육기관에서는 학원과 다르게 활동 경력보다는 최종학력, 교육경력, 강의계획서, 자소서 등을 더 많이 보는 편이에요. 준비할 서류도 많고, 작성해야 할 글도 많아서 미리 준비해놓아야 해요. 재단이나 교육기관 홈페이지를 수시로 확인해서 채용공고가 뜨면 바로 지원하는 게 좋아요. 모집기간이 길어야 3~5일 내외거든요. 서류들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도 이런 점 때문이에요.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아무래도 강사는 연주 실력보다는 취준생처럼 스펙 싸움인 것 같아요. 교육대학원을 나오거나 교원자격증이나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많이 도움이 될 거예요. 대학생이라면 교양과목 중 교직이수가 있는 수업을 꼭 듣는 걸 추천드리구요 !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job 이기도 한데요, 느끼는 점이 있다면요?
내 삶이 가치 있다고 느껴지게 해 주는... 애정이 많은 일이에요. 열정적인 학생들을 보면서 과거의 제 생각도 나고, 밝은 기운을 많이 받아서 제 삶의 원동력이 되어줘요. 평생 직업으로 삼고 싶을 만큼 성취감이 크고 감사한 일이죠.
다만 수업이 끝이 아니라 생활기록부, 수행평가 작성, 실기 감독 등 행정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이 꽤 많고, 공부해야 할 부분도 엄청나게 많아요. 학생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알려주면 안 되기 때문에 수시로 논문이나 교재를 분석하면서 연구함과 동시에 작품 활동도 꾸준히 해야하구요.
가까운 목표가 있으신지요.
뮤지션과 교육자로써의 밸런스를 잘 조절해가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싶어요. 싱글 앨범도 발매하고, 제 강의 내용을 토대로 교재를 출판하기도 하구요. 최근에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는 건 온라인 강의 제작인데요, 조만간 강의를 오픈하고 다양한 학생들과 함께 성장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글 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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