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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효진 Dec 15. 2020

경기남부재즈 제1호 소리이수자, 임태웅

재즈에비뉴 언택트 인터뷰 #5

언택트 인터뷰는 메신저, 화상대화 등 직접 마주하지 않은 상태로 진행하는 텍스트 콘텐츠입니다. 생동감은 조금 덜할 수 있지만 다양하고 개성 있는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 임태웅 (생년월일은 비밀)

- '경기남부재즈' 리더

- 정규 1집 <한량> (2018)

- 정규 2집 <Be Good> (2019)



음악을 하면서

살아야 된다고 느껴요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밴드 '경기남부재즈'의 리더이자 소리이수자, 그리고 예술가? 일거에요. 대한민국에서 기본 정규 교육과정을 이수받고 평범하게 입시 음악을 준비해서 학교를 갔지만 별로 재미가 없더라구요. 학교는 저에게 큰 자극이나 영감을 주지 못했던 것 같아요. 아니면 그냥 제가 적응을 잘 못하는 사람일 수도 있겠죠.


그러다가 유학을 준비했는데 개인적인 여러 복잡한 상황으로 다녀온 것도 아니고 안간것도 아닌 뭔가 이상한 상황이 됐어요.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도 계속 음악 생활은 이어갔고, 2018년에 '경기남부재즈'를 결성해 첫 데뷔앨범이자 리더작 <한량>을 발매했습니다.



복잡해보이기도 하지만 되게 자연스러운 것 같기도 한데요 ㅎㅎ


어릴 때 부터 막연하고 지금도 막연하지만, 저는 제가 음악을 하면서 살아야 된다고 느껴요. 그냥 느낌? 감? 같은거에요. 특별히 몇 살 때 누구를 만나거나 확 가게 할 만큼 큰 느낌을 준 사람도 없었고 그럴만한 환경도 아니었죠. 부모님은 전혀 다른 일 하시구요. 그래도 어릴 때 부터 노래는 계속 흥얼거렸기에 고등학교 1학년때 정식적인 음악교육을 받아보았죠. 그때부터 지금까지 아직도 저는 제가 뭘 잘하고, 뭐가 부족한지 계속 알아가는 중이에요.



사라져가는 경기남부의 재즈를 계승하는 밴드 '경기남부재즈'의 음악은 정말 멋져요.

* 40년 전부터 경기남부지역에서 내려오던 재즈의 전통을 계승하고, 무형문화재 재즈밴드가 되는 것이 꿈 이라는 픽션을 가졌다.


하하, 사실 이 팀은 재즈라는 음악이 가지고 있는 특징 중에서도 새롭게 발전하고, 변화하고, 또 자기 배반적인 면을 부각시키면서 한국화 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런 면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서 너무 감사할따름이죠.


1집 앨범 <한량>을 발매하고 EBS 스페이스 공감 '한국 재즈의 새 얼굴'에 선정되어 공연을 했어요. 2019년 자라섬 페스티벌과 올해 자라섬 온라인 페스티벌에 참가하기도 했죠. 2021년 곧 정규 3집 <어른이> 발매를 앞두고 있습니다. 영상 - 애주가(자라섬 온라인 재즈페스티벌)




같이 연주하면서,

재미있게 놀면서



어떻게 이러한 밴드구성을 만드셨나요?


사실 이 밴드 이전에 치누크Chinoook 라는 아코디언 재즈 트리오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멤버들의 상황상 계속해서 밴드를 해나갈 수 없었죠. 밴드를 해체하고 2017년도 초 즘에 술독에 빠져살고있었는데 어느 친한 미술 작가님이 "치누크 때 보다 훨씬 전면으로 나와서 노래하면 좋겠어" 라고 말해주셨어요. 치누크에서 제 보컬은 메인보다는 서브 역할이었거든요. 그래서 다시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죠.


그런데 뚜렷한 컨셉을 가진 팀이나 음악보다는, 같이 연주하고 재미있게 놀 연주자들을 찾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했어요. 페이스북을 통해 친구 연주자들과 그 주변 연주자들을 변태같이 몰래 염탐하고, 어떤 연주를 하는지 찾아 들어보면서 "이 놈이랑 같이 놀면 너무 재미있겠다" 하는 생각들을 했죠. 그렇게 만난 친구들이 기타리스트 김수유와 베이시스트 오원석이에요. 유학을 다녀오신 드러머 김경민 형님도 저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해주셨죠. 멤버들에게 너무나 고마워요.


경기남부재즈


한국적인 정서가 담긴 독특한 사운드가 눈에 띄어요. 레퍼런스 삼을만한 음악이 많지는 않았을거같은데 어떻게 밴드원들과 소통하고 사운드를 만들어가셨나요?


그 당시에 저는 새롭거나 혁신적인 것을 추구하기 보다는, 그저 삶의 힘듦을 내려놓고 음악을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했어요. 4명이 모두 각자만의 술에 빠져 살았던 시기였고, 저도 술에 빠져 살던 나 자신을 노래하는게 재미있었어요. 음악적 구상이나 뚜렷한 틀이 아닌 "어떻게 재미있게 놀아야 할까?"가 제일 큰 목적이었어요.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구요.


밴드 작업에 있어 작곡가의 입장에서는 두 가지 부류가 있을거 같아요. 1)내가 생각하는 사운드와 구상을 100% 실현하려는 부류와, 2)연주자들을 믿고 그들이 가진 표현 방법을 살려서 곡을 완성해가는 그런 부류. 저는 후자의 사람이에요. 멤버들을 전적으로 믿고, 최소한의 악보에 리듬과 멜로디 다이나믹 정도만 표시한 채로 가져가면 (긍정적 의미로)미친 사람 3명이서 '빵' 하고 뭔가를 만들어내요.


그러고나서는 밥을 먹든 술을 마시든 해요. 최근에 뭐에 관심있는지 사소한 이야기를 많이 나눠요. 큰 충돌은 없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많은 대화와 토론을 하는 편이에요.



현실적인 질문인데요... 큰 페스티벌 무대에도 서고 정규 앨범도 2장이나 내셨는데, 밴드가 실질적인 경제적 도움을 많이 주나요? 가령 레코딩 비용같은 현실적인 부분은 어떻게 처리하셨는지...


솔직히 1집 제작은 저희 부모님의 지원 덕분에 너무나 편하게 작업했구요, 초반에는 활동이 거의 없어서 경제적인 이익도 손해도 없었어요. 그러다가 <EBS 스페이스 공감> 에 출연한 것이 경제적인 도움에 큰 영향을 미쳤어요. 사실 '방송 한번 나온게 뭐 효과가 있겠어?' 했지만 결과적으로 입금 될때 0 하나가 더 붙더라구요... 참 고맙게 생각합니다.  


정규 2집은 인천문화재단의 지원사업을 통해, 지금 준비중인 3집은 저의 거주구역인 안양문화예술재단 예술인활동지원금으로 제작 중 입니다. 현실적으로 이런 공모 사업이나 행사를 통해 멤버들의 인건비 그리고 운영비를 충당해요.


4명 모두가 경제적인 도움을 느끼는 정도는 다르겠지만 그래도 작은 도움은 되고있겠죠..? 밴드를 이끌면서 매달 월급을 줄 수 있게 되는것이 목표입니다.




무대 위의

공포를 이기는 방법



스스로 본인의 음악적 특징을 규정하자면요?


평론가들이 써준 글에서는 '색깔과 특징이 특이한 보컬'이라고 하는데 저는 사실 모르겠어요. 제 기준에서는 뭐가 특이하고, 뭐가 내 색깔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거든요. 매일 듣고 마주하는 나의 음악이라 그런지.. 아무튼 모든 감각을 열어서 느낀점을 최대한 음악화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육체적 활동을 많이 해요. 하프 마라톤에 가까운 걷기 활동과 요가! 최대한 몸을 많이 움직여서 신체적 감각을 열어두려고 노력해요.



신체적 활동과 요가요?


저에겐 요가를 하는게 음악활동이자 경험이에요. 올해로 요가를 시작한지 5년 차, 그리고 아쉬탕가 요가를 한지 1년이 됐네요. 호흡을 통해 성대 근육을 다 열고, 스트레칭을 하고, 환경오염으로 우리가 생각 이상으로 깊게 호흡하지 못하는 몸을 깨워줘요. 요가 자세중에 '살람바 사르방가 아사나' 라는 자세는 "음악가들의 노래가 아름답고 가락이 풍부하게 된다는 것을 발견해준다" 는 효과가 있다고 해요.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음악 한다는 것도 사실은 수련적 삶이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일이잖아요. 하지만 너무 많은 유혹에 휩쓸리기도 하죠. 성대에 안 좋은 술, 담배, 너무나 많은 다른 것 등등등등... 그런데 저는 요가를 병행 하면서 술도 거의 안마시고 담배도 거의 안하게 됐으며 매우 많이 건강해진 정신상태와 마음의 회복도 경험했어요. 그래서 주변의 많은 음악가들에게도 요가를 권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무대 밖의 내향적인 모습을 알고있는 저로써는 '보컬 임태웅'의 무대 퍼포먼스에 깜짝 놀라요.


맞아요, 저는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향이 큰 사람이기에 무대가 공포스럽게 느껴지곤 해요. 그건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았어요. 극복을 하려고도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모습도 많이 받아 들이려고 하고있죠.


아티스트는 사실상 무대위의 모습과 발매하는 작품으로 끊임없이 나를 증명해 나가야 해요. 그리고 그 증명은 내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관한거 같아요. 다양한 나의 모습이 있죠. 오늘은 연습을 망친 '나'지만 내일은 또 잘 풀리고 혼자 소름 돋는 '나'도 있고, 부모님에게는 걱정과 염려가 큰 아들자식이지만 우리 집 막내 동생 강아지 안나 한테는 자기랑 제일 시간 많이 보내주고 모지리 같은 오빠인 나도 있고요. 그것들을 다 받아들이고 사랑하는게 관건인것 같아요.


무대에서 보여지는 대담하고 깜짝놀랄만한 모습도 나의 한 면이라고 생각해요.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게 아니라 아주 작은 형태로 깊숙한 곳에 존재 했던 모습. 여러가지 나의 모습들을 온전히 마주하면서 큰 면과 작은 면을 같은 크기로 만들어가는 중이에요. 그러기 위해서 무대에서 좀 더 자유로워지고 솔직해지는거죠. 혼자 있는게 제일 편한 사람인 동시에 무대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기도 하는 모습도 있는거에요.


이렇게 내가 누구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알아가고 사랑하면 좋을거 같아요!




최근 주력하고 계신 활동이 있다면요?


경기남부재즈의 3집 <어른이> 녹음작업이 한창이에요. 보컬 녹음 기간동안에는 최대한 금욕적으로 살면서 컨디션을 조절하고, 요가로 신체와 정신을 단련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번 앨범을 제작할 수 있도록 해준 주변 지인들, 특히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어요. 오래전부터 친구들이 사준 밥과 술, 그리고 많은 위로들에 대한 고마움을요.


예술가로 살아가는 저의 삶은 사회와 많이 동떨어져있죠. 스스로를 자발적으로 도태되게 만들기도 하구요. 그러나 제가 고립 되지 않게 이끌어 주던 친구들, 기꺼이 자신의 삶을 공유해 줌으로써 노래 가삿말을 만들고 곡을 쓸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많은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달하는게 목표입니다.


녹음이 끝나면 항상 옆에서 같이 연주하고 같이 놀고 술 마시는 경기남부재즈 이수자들과 술을 찐하게 마실거에요. 그러고 짧게나마 휴식을 가지고 다시 경기남부재즈 6집 구상을 하겠죠? 이미 4집과 5집의 곡 마무리가 얼추 다 됐거든요.



이제 2집이 나왔는데, 6집까지 구상하셨다구요?


아뇨 사실 엄청 막혔어요. 지금도 막혔어요ㅋㅋㅋ 아무래도 작업을 하는 환경 조성이 제일 중요한거 같아요. 매일 꾸준히 작업할 수 있게 정해진 시간에 눈을 뜨고, 최대한 규칙적인 삶을 살면서 생활 패턴을 유지해 나가려고 노력해요. 그게 전부인거 같아요.


그러니까 제 계획은... 매일 그렇듯이 정확한 시간에 눈을 뜨고, 요가를 하고, 곡 작업을 하고, 계속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강아지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할 겁니다 !




글 김효진


예술가의 영혼을 살찌우는 콘텐츠 제작소 재즈에비뉴를 운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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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nstagram.com/hyojinism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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