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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디 Feb 02. 2020

안녕하세요 사장님. 저는 '인생'입니다.

세상이 나를 도와주지 않을 때 읽는 글


집에서 회사까지 딱 45분 걸린다. 출근길, 피곤할 때는 생각 없이 이어폰을 꼽고 노래를 듣지만 되도록 소중하게 사용하려 노력한다. 내가 출근시간에 보고 듣는 것들이 하루의 기분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디폴트는 '불편함'이다. 다 같은 직장인으로서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출근하는 사람은 없거니와, 서로의 틈을 겨우 내주며 아주 불편한 거리감 속에서 각자의 목적지로 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뭐라도 해야 하루를 즐겁게 시작할 수 있다. 내가 주로 하는 일은 마음 챙김에 관한 책을 읽거나 명상 음악을 듣는 것이다. 에너지가 활자를 타고 뿜어져 나오는 파워 긍정적인 책도 있다. 그런 종류의 것을 읽고 있으면, 그 날 하루는 아주 특별해진다.




오늘은 읽던 책은 접고, 인터뷰 하나를 집었다. 도시락 회사 '스노우폭스'를 창업하여 자수성가한 사업가로 유명한 김승호 회장의 인터뷰였다.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을 위해 일하는 모든 사람은 사장이다. 자신이 내 인생의 사장이라고 인지하는 순간, 자신의 문제로 남을 탓하지 않게 된다.


인생의 사장. 나는 29년 된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이었다. 하한가 지점에서 나는 한없이 비관적인 사장이었다. 이 문제는 나에게서 온 것이 아니라 외부적인 요인으로 발생한 사고라고. 나는 회사에서 문제점을 찾은 게 아니라, 상황에 회사를 맡기며 투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떠 앉은 문제를 온전히 내 것이라 생각하지 않고 협력업체의 실수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운영방식은 한없이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인생에 문제가 터진다면 다양한 시각에서 분석하는 것이 좋다. 다음 분기의 적자를 모면할 수 있도록 문제점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문제의 90%는 우리의 내면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내가 보는 것에 따라 해석되는 곳이다. 물이 반만큼 차있는 컵을 보고 어떤 사람은 물이 반밖에 없네라고 투덜거리고 어떤 사람은 물이 반이나 있네하고 기뻐할 것이다. 이제 물이 반만 차있는 컵을 누군가가 건넨다면? 그 컵을 건넨 사람이 자신에게 적의가 있는지 호의가 있는지 판단하는 건 결국 나 자신이다.


먼저 인생이라는 내 회사에서, 내 내면에서 무엇이든지 찾아야 한다. 분명히 외부에서 오는 문제 같아 보이는데도, 분석하다 보면 그건 나에게서 비롯된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된다. 깨달은 순간부터, 외부에서 오는 문제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나를 볼 수 있다.

이제, 메모지를 찾아 문제점에 대해 계속 질문을 하며 내면의 꼬여있는 부분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나는 왜 회사를 가기 싫을까? - 내 의견이 계속 거절당해서 - 왜 내 의견은 무시당할까? - 내가 자신감이 없어 보여서. - 나는 왜 자신감이 없을까? -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얘기하는 게 힘들어서 - 왜 힘든데? - 유치원 때 사람들 앞에서 웅변을 하다가 말을 못 해서 창피를 당한 경험이 있어서.


이런 식으로 코어 문제를 찾으면 된다. 어린 시절 트라우마나 좋지 않았던 경험에서 비롯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내 예전 모습에서 문제점을 발견했다면 이제 그런 나를 인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참 힘들었지, 그런 일로 많이 우울했지. 너를 100% 이해해. 그럴 수 있어. 이제 괜찮아.' 그 시절의 나를 상상 속으로 데려와 토닥토닥 위로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진다. 그동안 숨겨왔던 부정적인 감정이 해소되면, 비슷한 상황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 순간부터 당신이 컵의 물을 다른 방식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내 인생이라는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사장은 오롯이 나뿐이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회사를 이끌어 가는 단 하나의 사장이라면, 누구보다 열심히 내 회사를 빛나게 해야 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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