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지기님에게 보내는 편지

책방 <산북마루>의 책방 기고문

by 향유

저는 이제 서른 중반을 바라보는 결혼 4년차 주부이자, 영어강사입니다. 남편을 따라 ㅇㅇ으로 이사를 와서 지금까지 살고 있어요. 처음에는 연고지가 아닌 곳에서 적응하는 것이 힘들었지요. 다행히도 지금은 이곳이 제 2의 고향처럼 느껴집니다.

4년 동안 좋은 순간들도 많았지만, 힘든 순간도 참 많았습니다. 남편 빼고는 아무하고도 이야기할 수 없었던 순간, 새로 신고 나갔던 신발의 바닥이 점점 흙투성이가 되어갔던 순간, 귀신같이 날라오는 요금고지서와 고정지출 목록을 보며 한숨이 폭폭 나왔던 순간 또한 있었습니다. 결혼해서 새로운 누군가와 생계를 꾸려가는 것은, 생각보다 휠씬 더 힘겹고 고통스러웠습니다.

이럴 때마다 우리는 주말에 차를 끌고 한적한 곳으로 갑니다. 초록색에서 노란색으로 익어가는 벼들을 바라보며 인내심을 배웁니다. 고요한 산 아래 흘러가는 맑은 강물을 보며 쉼을 얻습니다. 남편과 손을 잡고 기다란 산책로를 걸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들만의 속도로 느리게, 그러나 결코 멈추지 않고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주 금요일에 남편이 1년 반 넘게 일했던 곳에서 퇴직합니다.이유는 그동안 미뤄뒀던 직업개발 훈련 과정에 참여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제 다음주에 있을 면접을 통과하면 6개월의 학습 시간이 주어집니다. 저 또한 여러가지로 걱정이 앞섭니다. 하지만 긴 고민끝에 그동안 고생했던 남편에게 여유를 주기로 결심했습니다. 저 또한 직장과 집을 바쁘게 오가며 퇴근 이후에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바쁘게 정신없이 이번 가을부터 겨울까지 보내고 나면, 저희 부부가 좀 더 성장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내년에 기쁜 마음으로 아이를 가질 준비를 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바쁘게 살다가 문득,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르고 싶을 떄가 있습니다. 그럴 떄 저희는 산북마루와 같은 곳에서 마음의 위로를 얻고 싶습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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