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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균열 Aug 06. 2020

005. 현실의 발현; 리차드 라이트와 올리버 암스

'Native Son'은 현상을 어떻게 표현해내는가?

Native Son (1940), Richard Wright


“Violence is a personal necessity for the oppressed...It is not a strategy consciously devised. It is the deep, instinctive expression of a human being denied individuality.”

– Richard Wirght, 1940


  ‘어떠한 현상도 단번에 발현되지는 않는다.’ 한 흑인 소년의 우발적 살인과 참혹한 범죄의 단상을 입체적으로 그려낸 리차드 라이트(Richard Wright, 1908-1960)의 소설 'Native Son’(1940). 오랜 시간에 걸쳐 켜켜이 쌓아 올린 레이어들을 샌더로 갈아냄으로써 동일한 층위에 색채를 드러내는 올리버 암스(Oliver Arms)의 작품 ‘Native Son’(2014). 두 작가가 공유하는 동명의 작품들은 그들이 현실에 대해 사유하는 방식와 그것을 표현하는 매커니즘을 엮어내고 있었다.

  리차드 라이트는 ‘우발적 살인’이라는 사건을 표면적 차원이 아닌 살인의 시점까지 축적된 일련의 현상들을 직조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사건의 내막을 심도있게 들여다보도록 한다. 즉, 작가는 30년대 미국 사회 구조와 흑인 집단에 대한 억압, 이 모든 것들이 얽혀 주인공의 내면에 축적되어왔던 고통과 반항심, 상실된 인간성에 의한 욕구들이 ‘살인’이라는 행위를 통해 베일을 찢고 한순간에 표출된 것으로 그려내었다.


Native Son (2014), Oliver Arms


  같은 맥락에서 올리버 암스가 그려낸 작품 또한 단순히 구상이나 추상이라는 전형이 아닌, 현실 그 자체에 대한 구현으로 바라볼 수 있다. 각기 다른 과거의 시점에서 각기 다른 색채들을 더하고, 현실을 구축하는 시간의 흐름들을 온전히 캔버스 위에 담아낸 채 그것을 샌딩함으로써 일순간에 드러내는 방식을 취한다. 이에 그녀의 작품은 축적되는 과거의 단면들이 곧 어떠한 시점에서 현재라는 현상으로 발현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것은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색채의 결, 각기 다른 색으로 축적된 과거의 첨점들 간의 유기작용 등이 특정한 시점에 실재하는 현실태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이로써 동일한 시공간에서 뒤섞인 색채들은, 주인공 비거가 겪어야 했던 사회의 폭력성과 그로써 촉발된 분노와 같이 파토스적인 힘을 발휘함으로써 여러 잠재태의 동시적 발현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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