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어제 심심해서 영화를 한 편 봤다. ‘코러스’라는 제목의, 2차 세계대전 이후 기숙학교의 문제아들과 훌륭한 스승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였다. 흔히 볼 수 있는 내용이지만 특이한 분위기와 좋은 음악이 더해져 감동적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학교에 가기 싫어서 꾀병을 부리다가 엄마한테 크게 혼난 적이 있었다. 몇 번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한번은 아니었다. 아직까지 생생한 어릴 적 기억 중 하나인데, 학교에 가기 싫었던 이유는 담임선생 때문이었다.
나는 어릴 때 겁이 많았다. 울음도 많은 편이었다. 사실 그 나잇대 아이들이 다 울음이 많겠지만 나는 특히 많긴 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친구와 다툰 적이 있었다. 다퉜던 친구와 나는 울고 있었는데 선생님은 ‘시끄러우니까 울지마라. 한심한 놈들’이라고 말을 하기만 했다. 내가 계속 울자 짜증을 내면서 내 뺨을 때렸다. 물론 세게 때린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아직도 그 장면을 잊지 못한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구구단을 배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선생님이 1단부터 9단까지 다 외운 후 검사를 받으라고 했었다. 쉽게 외우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아닌 친구들도 있었다. 나는 후자였다. 구구단을 쉽게 외우지 못했고 학교가 끝나는 시간까지 검사를 받지 못했다. 검사받지 못하면 집에 못 가게 했다. 끝까지 외우지 못하고 남아있던 친구는 나까지 총 3명이었다. 선생님은 우리한테 ‘멍청하다’, ‘덜떨어진다’라는 말을 하면서 뭐라고 했다. 그리고 꽤 오랜 시간 동안 꾸중을 들으며 집에 가지 못했다. 계속 시켰는데 우리가 틀리자 때리기까지 했다. 이런 적이 많았다.
가장 좋지 않은 기억이다. 어릴 때 편식이 심했는데, 그 날은 좀 이상한 반찬이 나왔었다.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안 나지만 굉장히 미끌미끌하고 신맛이 강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도저히 못 먹겠어서 선생님에게 가서 잔반통에 버려도 되냐고 물어봤었다. 선생님은 안된다고 했다. 계속 먹지 못하고 있다가 급식 시간이 끝나자 선생님은 억지로 입에 넣기 전에 빨리 먹으라고 화를 냈다. 어쩔 수 없이 먹다가 구역질이 나서 조금 남아있던 국에 토를 했다. 그 국이 미역국이었던 것까지 기억이 난다. 나는 울먹이고 있었는데 선생님은 더 화를 내면서 뭐하는 짓이냐고 빨리 다시 먹으라고 했다. 나는 울면서 구역질을 참으며 내가 토해낸 것을 다시 먹어야 했다. 내가 아직까지 편식이 심한 편인 이유 중 이것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지만 내가 살면서 만나본 선생님 중 가장 자격이 없었고, 처음으로 ‘어른답지 못한 어른’이라고 생각한 사람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더 역겨운 것은 그 선생이 부모님들한테 뭐라고 했을지이다. 스승의 날이라고 뭐 많이 받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자기 화를 참지 못해서 초등학교 2학년 밖에 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말을 함부로 하고, 함부로 대한 주제에 선생님이라는 이름을 달고 부모님들에게 어떤 말을 했을지. 과연 당신에게 선생님이라는 이름을 달 자격이 있을지.
살아오면서 다양한 선생들을 봐왔다. 비리로 더러운 선생, 아이들을 차별하고 학대하는 선생, 심지어 성폭행하는 선생까지. 실제로 본 부류도 있다. 이런 자격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선생님이 된걸까, 왜 이렇게 자격 없는 선생님들이 많을까. ‘코러스’의 마티유 같은 훌륭한 선생님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인내와 사랑으로 아이들을 따뜻하게 감싸주며 좋은 영향을 끼치는 선생님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2005년 장산초등학교 2학년 4반 담임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