냅다
나는 별 보는 것을 꽤나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내 버킷리스트 1번은 내 이름 천문대다. 천문학과 수시 지원 자소서의 시작 같아 보이긴 하지만, 딱히 좋아하는 이유는 없다. 물론 별자리를 찾거나 행성의 위치를 찾는 것도 재밌지만. 어떤 놈이 가장 많이 반짝이나, 안 반짝이는 놈이랑은 절대 이길 수 없는 눈싸움도 한번 해보고, 내 눈꺼풀을 깜박이면서 저 별도 나를 보면 눈이 반짝이는 것처럼 보이겠지, 별처럼 하며 작디작은 눈의 생기도 뽐내보는 짓이 참 좋았다.
고등학교 때는 천문 동아리에 가입을 했는데, 그때는 쓸데없을 정도로 천문대의 망원경들이 엄청난 장비들이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는 못했다. 나는 16인치 RC 반사 망원경 담당이었는데, 내가 좋아하던 별 보기랑은 달랐다. 프로그램으로 어디를 찾고, 관측을 하고, 전혀 별처럼 보이지 않는 이미지를 분석했다. 내가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마우스나 딸깍거리는 밤샘 관측 중에 심심해지면, 친구들이랑 천문대에서 몰래 스타크래프트도 하고, 컵라면도 끓여먹고, 라꾸라꾸 침대에서 좀 누워 뒹굴거리기도 했다. 그러다가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면 열려있는 돔 옥상으로 올라가 냅다 드러누웠다, 이성과 체면과 눈치가 방해하기 전에. 학교가 산 한 가운데 있어서 그런지 눈으로만 봐도 별이 정말 잘 보였다.
망원경도 좋지만, 역시나 별을 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옥상에 눕는 것이었다. 이미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