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 봄으로
#. 냉이와 딸기
짙은 겨울바람에 갈빛으로 물들었던 풀은
봄비와 함께 땅속으로 스며들어
겨우내 잠들어 있던 연둣빛 새순을 깨우고,
바랜 나뭇가지 끝엔 여린 꽃망울이 움트는.
슬그머니 불어온 바람에 몽 근한 다정함과
생동감이 느껴지는 계절 봄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겨울은
연한 바람을 타고 흐릿한 풍경에
생기를 불어넣더니 녹아 없어지는 눈처럼
자취를 감췄다.
아직은 찬바람이 익숙한 날들 속에서
새로운 계절이 시작되던 3월의 산책은
이리저리 날갯짓하는 새들과
바랜 땅 위에 조금씩 돋아나는 풀
하얀 잎이 우아한 목련과 함께 했다.
얇은 가지 위에 커다란 봉오리는
겨울 동안 숨죽이고 있다, 찬바람이 가시자마자
제일 먼저 고개를 내밀었다.
새하얀 꽃잎은 마치 커다란 눈송이가
피어난 것만 같았다. 진득한 목련의 향은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코끝을 간지럽히고
바슥바슥했던 땅은 생기를 담아
파릇파릇해지고 있었다.
겨울 동안 인적이 드물던 한강은
한층 가벼워진 옷차림의 아주머니들이
작은 가방과 함께 봄과 함께 돋아난
풀들을 찾아 담고 계셨다.
한강을 지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조그마한 들에도 삼삼오오 모여 봄나물을
캐시는 모습을 보면서 , 아직은 찬바람에 익숙해
조금은 낯설게만 느껴졌던 새 계절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낄수 있었다.
좋아하는 봄나물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하면서
계절 풀을 사용해 과자를 작업하고 싶었다.
겨울에서 봄으로 향해가는 그 순간을
제일 먼저 돋아나는 봄풀로 작업해 담아내고 싶었다.
새순이 돋아나는 계절답게 많은 종류의
나물들을 찾을 수 있었는데, 그중에도 냉이는
봄 하면 바로 떠오르는 풀이라 여러 후보를 제치고
이번 과자에 사용하기로 했다.
잘게 썰어 쿠키로 만들 생각이었지만,
푸릇한 냉이의 향과 독특한 맛에
냉이만의 파릇한 느낌을 산뜻한 과자로
담아보고 싶었다.
봄과 가장 잘 어울리는 디저트가 뭘까
고민하다 3-4월에 많이 보이는 프레지에가
톡 떠올랐다.
딸기와 바닐라, 어렵지 않은 맛에 냉이가
은은하게 포인트를 줄 수 있을 것 같아
레시피를 짜고 만들기 시작했다.
냉이는 잎보다 뿌리에 특유의 향과
맛이 더 잘 느껴져서 뿌리 위주로
사용해 만들었다.
처음엔 풀의 풋내와 씁쓸한 맛이
느껴지지만 뒤로 갈수로
달큼한 맛이 올라와
주재료보다는 보조 느낌으로
균형을 맞췄다.
기본 프레지에와 동일하게
만들지만 그 안에 냉이를 넣고
만든 딸기 젤리를 넣어 주었다.
겨울에 작업한 당귀 맛이 주로 느껴지던
케이크와 달리 이번에 작업한 프레지에는
냉이 맛이 날듯 말 듯 은은하게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작업했다.
아무래도 뿌리를 사용해 만들다 보니
진한 맛은 딸기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튀지 않게 만들어 냉이가 들어갔어도
부담 없게 만들었다.
부드러운 식감을 위해 비스퀴는 전분을 넣은
가벼운 제누와즈로 만들고 그 대신
마지팬을 얇게 올려 진한 맛을 더 했다.
마지막으로 바닐라크림은 딸기, 냉이(풀)와
어울리게 묵직한 마다가스카르빈 대신
은은한 꽃향이 느껴지는 타히티 바닐라빈을
사용해 만들었다.
겨울에서 봄,
봄으로 가는 순간을 담아 만든
春, 봄으로
:냉이 딸기 프레지에
22年3月
논산딸기와 냉이 그리고 바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