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네 Jan 25. 2024

계절 과자 도감

四季: 사계




마른 가지 끝 여린 새순이 움트는 순간


생기를 담아 반짝이는,  짙은 녹음의 순간


높은 하늘아래 온갖 색을 담아 만개하는,

바래져 가는 잎들의 순간


금빛으로 물든 풀과 고요히 마른나무

그위를 물든 순백의 순간.


일상 속 스며든 사계절의 찰나 :四季






연두빛 새순이 돋는 시기를 지나

짙은 녹빛의 파도를 지나

바랜 갈빛의 숲을 지나

다시 돌아온 검빛하늘아래 순백의 시간.


31과 1일 똑같은 하루이지만

이날이 오면 항상 사계라는 과자를 작업한다.


지난 계절 속 쌓인 소중한 순간들의 대한

고마움과

이렇게 또다시 맞이할 수 있는

계절의 대한 감사함,

새로이 주어진 시간에 대한 기쁨과 설렘.


사계절에 대한 감사를 꾹꾹 눌러 담아

매해 작업하는 과자.





순간이 쌓여 하루가 되고

하루가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일 년이 되는.


쌓여가는 순간 속에는

계절이 담겨있고,

결국 계절의 끝에는

나의 시간이 쌓여 있다.


깜깜한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고

장마가 끝나면 가을이 오듯


그 시간 속 고민과 불안,

행복과 기쁨, 질투와 우울,

웃음과 평온, 조금의 무기력

반짝이는 설렘은


자연의 계절처럼

피었다 졌다를 반복하다

그 끝에 우리를 지탱해 주는

단단한 뿌리가 되어주었다.


사계절을 보내고 맞이할수록

깊어지는 자신의 뿌리와 짙어지는 색.


이 계절에 대한 감사를 담아 작업한

이번 보네의 사계, 四季













쌓여가는 시간을 과자라는 형태로 담아내고 싶어

많은 고민을 했던 이번 과자.


파릇한 생기와 나무 같은 짙은 향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

여러 번 밀었다 접었다 하는 푀이타주 형식의

파이로 만들어보자 하고는 작업을 시작했다.


밀고 접을수록 켜켜이 쌓여가는 파이지의 겹은

사계절의 시간을 닮아있고,

구워낸 반죽은 짙은 갈빛의 나무를


타히티 바닐라빈 특유의 꽃향과 연노랑빛

디플로마크림은 봄날의 아침을 떠오르게 하고


쌉쌀하고 산뜻한 특유의 향을 가진

깻잎은 여름날의 짙은 녹음을 생각하며

아몬드크림과 가나슈로 작업했고

모두 무농약 유기농 제품을 사용했다.


유기농으로 재배한 제주의 귤을 사용해

상큼한맛을 더한 콩포트는 깻잎과 바닐라

버터반죽의 사이를 조화롭게 이어준다.


또 여러구성에 들어간 깻잎은

생과일과 바닐라의 조화를 위해

뒷맛에 은은하게 남는 정도로만

만들었다.


손으로 여러 겹 밀어 작업한 푀이타주는

우리의 사계라는 뜻에 좀 더 마음을 더하고 싶어

경남지역에서 재배한 백강백밀, 앉은키밀

두 가지의 우리밀을 사용해 작업했다.

파이 위에 올라가는 키위도

국내에서 자란 키위를 선택했다.


우리밀, 친환경적인 재료를 사용하는 건

자연적으로 자라난 것들에서 오는

짙은 생기가  진한 달콤함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래서 할 수 있는 한 여건에 맞게

여러 친환경적인 재료를 사용하고 싶다.


파스스부셔지는 파이지와

은은한 깻잎

달콤한 바닐라

상큼한과일의 조합


사계절의 시간 속에 자연스럽게 자란

초록과 밀, 그리고 과일들로

새로이 시작하는 한 해를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많은 고민 끝에 나왔던 사계, 四季






사계절의 시간 속에 자연스럽게 자란

초록과 밀, 그리고 과일들로

새로이 시작하는 한 해를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많은 고민 끝에 나왔던 사계, 四季



작가의 이전글 계절 과자 도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