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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민 Mar 14. 2021

그림책 서평 <시간이 흐르면>

여백 속에 흐르는 시간



양육자가 이끄는 대로 하루를 사용하는 어린 아이는 아침, 점심, 저녁으로 크게 시간을 구분한다. 그러다 학교에 입학해 1교시, 2교시로 구성된 하루, 일주일, 학기, 일 년 등으로 세분화된 시간 속에서 생활하고, 시계 보기 달력 보기 등의 학습을 통해 점차 시간에 대한 감각을 익히게 된다.



그러나 시간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기에 시계나 달력 같은 정량적 도구로만 설명할 수 없다. 투명한 시간의 흐름 속에는 눈에 보이는 변화와 보이지 않는 변화, 가치와 감정 또한 존재하며 그것들이 쌓여 세월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것은 관찰과 느낌으로 알 수 있다.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관찰하고, 내 머리카락을 스치는 감각을 통해 바람을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시간이 흐르면’은 이렇듯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의 흐름을 주변의 사물과 현상을 관찰함으로써 느끼고, 그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혹은 더욱 깊어지는 가치가 있음을 자연스럽게 알려 주는 그림책이다. 면지를 넘기면 양면 가득 책의 제목이 커다랗게 펼쳐진다. 이 인상적인 등장은 책을 읽는 내내 ‘시간이 흐르면’이라는 문장을 떠올리게 만듦으로써 이해의 깊이를 더한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먼저 ‘나’에서 시작해 점점 나를 포함한 풍경으로 넓어진다. ‘나’와 밀접한 소재를 통해 변화의 모습을 쉽게 떠올려 봄으로써 흥미를 유발하고 이 책이 던지는 소재 하나하나 독자 스스로 곱씹으며 생각해 보는 적극적 자세를 유도하는 것이다.



소재는 점차 물방울이 모이면 강이 되고 바다가 된다는 자연의 법칙, 옷을 통해 유행이라는 사회적 기준, 산에 나무가 사라지고 건물이 생기는 풍경을 통해 사회적 가치 등을 표현한다. 이런 어려운 개념을 담고 있음에도 이 책에서는 결코 긴 설명이나 자세한 묘사를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짧은 글과 단순한 선과 면, 네 가지 색으로만 그려진 그림이 존재할 뿐이다. 이것이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다.



‘산책길은 여행길이 되기도 하고, 오솔길은 도로가 되기도 해.’ 라는 짧은 문장과 그림 속에서 독자는 나무가 베어지고, 불도저가 다니며 길을 까는 장면을 떠올린다. 간결한 글과 그림의 여백 속에 생략된 부분을 독자가 적극적으로 상상하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렇듯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물의 변화, 생명의 탄생과 소멸, 성장과 발전, 가치와 생각들을 관찰하고 정리해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소중한 가치들을 돌아볼 수 있다.



이 책을 보고 난 뒤 ‘시간이 흐르면?’ 퀴즈를 해 보는 건 어떨까. 이 책의 구성처럼 주변을 관찰하는 것에서 시작해 보자. 한창 흥이 오르고 나서,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넌지시 이야기 나눠 보자. 부모와 함께 읽었다면 아이에게 “OO야, 너에 대한 우리의 사랑은 영원하단다.” 하고 마음을 전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 그림책과 함께 한 따뜻한 기억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추억으로 마음에 남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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