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카세(お任せ): 주문할 음식을 가게의 주방장에게 일임하는 것
* 2년 전에 작성했던 글입니다.
오마카세 매장을 소개하기 전에, 오마카세(お任せ)의 뜻을 먼저 소개할 필요가 있겠다. 오마카세란, ‘믿고 맡기다.’라는 의미로 다이닝 신에서는 주로 주문할 음식을 가게의 주방장에게 일임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메뉴를 주문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오롯이 주방장에게 모든 것을 맡기면, 주방장은 손님의 취향을 반영하여 그날의 식재료, 그날의 온도에 맞는 음식을 내어놓기 때문이다. 오마카세의 기본은 바로 여기에 있다. 손님은 주방장에 대한 신뢰를, 주방장은 손님에 대한 배려를 바탕으로 하는 것. 그래서 오마카세는 다른 코스 요리보다 서로간의 존중과 커뮤니케이션이 더 중요하다.
그동안 오마카세를 가장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곳은 하이엔드급의 스시야였다. 그래서인지 오마카세는 값비싼 비용을 치러야만 즐길 수 있는 고급 요리로 느껴지곤 했다. 그러나 최근 야키토리, 위스키, 튀김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오마카세가 생겨나고 있다. 가격대는 물론 음식 선택의 폭이 다양해진 것도 장점. 여기, 색다른 오마카세를 만끽할 수 있는 매장들을 소개한다.
오늘 식사는 오롯이 나의 취향에 맡겨보자.
<야키토리 오마카세>
1. 야키토리 묵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223-102 1층
요즘 연남동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가게 중 하나, 바로 야키토리 묵이다. 이곳은 매일 정성스레 손질한 국내산 토종닭을 매우 합리적인 가격에 오마카세 형태로 즐길 수 있다. 오마카세 메뉴는 꼬치 5종, 구운 채소, 돈지루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닭 안심, 명란을 올린 닭가슴살, 네기마와 함께 즐기는 다리살, 날개살, 무릎 연골 등 여러 부위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특히, 달달하고 쫄깃하게 구워진 염통은 이곳에서 꼭 맛보아야 할 메뉴. 추가 로 주문할 수 있는 별미들도 가득하다. 고소한 껍질과 마요네즈를 바른 식빵에 츠쿠네를 올린 츠쿠네 산도를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사케, 쇼추, 와인 등 주류 메뉴도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어 술을 곁들이기에도 더할 나위 없다. 바 형태로 된 테이블에 앉아 셰프님이 직접 석쇠에 꼬치를 굽는 모습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일본에 와있는 것 같은 이색적인 기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칵테일 오마카세>
2. 바로크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522-1
한남역 인근에 자리 잡은 스피크이지 바. 다른 스피크이지 바들과 다른 몇 가지 차별점이 있다. 첫째는 입구 문이 가볍다는 것이며, 두 번째는 휘황찬란한 다른 바와 다르게, 아늑한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곳을 특별하게 하는 진가는 ‘칵테일 오마카세'에서 발현된다. 칵테일 오마카세는 별도의 메뉴판이 필요 없다. 오너 바텐더분이 내어주는 오마카세 주문표를 받으면, 거기에 자신의 취향을 체크하면 된다. Base(기주), Alcohol Proof(도수), Taste(맛) 등 촘촘히 분류된 주문표에서 자신의 스타일을 적으면 나만의 칵테일이 완성된다. (싫어하는 향이나 알러지가 있는 부분까지 모두 반영 가능하다) 술 자체의 깔끔함, 단맛, 신맛, 새콤달콤, 훈연한 맛, 탄산 등 모든 보기를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바 문화를 경험하지 못해본 칵테일 입문자들도 쉽게 주문을 할 수 있다. 오너 바텐더님의 칵테일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섬세함까지 더해져 오롯이 나에게 맞는 훌륭한 칵테일을 맛볼 수 있는 곳. 1인 바 매장 중 가장 마음이 가는 공간이다.
<튀김 오마카세>
3. 쿠시카츠 쿠시엔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87
바야흐로 튀김의 전성시대다. 주로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보조하는 역할 튀김이 다양한 형태로 변신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튀김 요리를 그날의 식재료에 맞게 오마카세로 내어주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홍대 부근에 위치한 쿠시카츠 쿠시엔은 오사카의 꼬치 튀김, 쿠시카츠(串カツ)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돼지등심, 돼지갈비, 소 갈비살, 닭안심, 연근, 가지, 오크라, 새우 등 20개가 넘는 쿠시카츠가 준비되어 있다. 오마카세를 주문하면, 그날의 식재료 혹은 고객의 취향에 따라 5pcs를 선별하여 내어준다. 압도적인 비주얼도 인상적이지만, 바삭하면서도 고소한 튀김의 매력이 한껏 살아있다. 게다가 가격도 착한 편. 맥주나 하이볼이 포함된 오마카세 세트 메뉴도 준비되어 있으니, 애주가들이라면 꼭 한 번 방문해볼 것을 권한다.
<한우 오마카세>
4. 구전동화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43-26 2층
몇 년 전부터 한우를 부위별로 구워 맛볼 수 있는 ‘한우 오마카세’가 미식가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야말로 프리미엄 한우 전문점 시대가 열린 것이다. 실력 있는 한우 오마카세집들이 많아졌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많은 사랑을 받았던 매장이 있다. 바로 박준형 셰프의 ‘구전동화'다. 갓포레이, 모퉁이우WX를 이끈 실력파 박준형 셰프가 오픈한 곳으로 '구이 전문점, 움직이는 불'이라는 의미를 가졌다. 간판도 없고, 메뉴도 ‘한우 오마카세' 단일 메뉴지만 늘 만석을 이룰 정도로 매니아층이 두텁다. 코스의 구성은 주기적으로 달라지지만 3주간 웻 에이징을 한 뒤, 다시 일주일 동안 드라이 에이징을 거친 등심은 이 집만의 진가를 느낄 수 있는 메뉴다. 감칠맛을 궁극으로 끌어올리는 제비추리, 살치살 등 평소에 쉽게 접하지 못했던 특수부위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고기뿐만 아니라 홋카이도산 성게알을 넣은 치맛살 육회, 스지와 능이버섯을 뭉근하게 끓여낸 국까지 모든 코스 구성이 잘 짜인 곳. 특히, 발뮤다 토스터로 구워주시는 식빵에 두툼한 안심을 넣은 가츠산도를 절대 놓치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