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 애프터 사진 보고 가세요. 안 그럼 억울해서 몬 살아.
여의장 이야기 #6
* 본 일기는 주로 셀프 인테리어를 하며 느꼈던 1인 가구인의 고난기가 담겨 있을 뿐, 셀프 인테리어의 공정 팁을 알고자 하시는 분들께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함을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여의장'은 여의도 셀프 인테리어 장인이라는 뜻을 가졌습니다. 이 단어를 지어주신 노난 작가님께 무한 감사를 드립니다.
셀프 인테리어를 시작한 지 2주가 지나니, 제법 사람이 살 만한 공간이 나오고 있었다.
쾌쾌 묵은 얼룩진 벽지를 제외하면 말이다.
벽지를 꼭 바꾸고 싶었다.
도배를 할까, 페인트를 할까 고민을 했지만 사실 내가 제일 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미장이었다.
(유럽 어딘가에 있는 아틀리에 느낌을 내고 싶었어..라고 절대 고백..못...해)
찾아보니, 이런 작업을 '미장 페인트칠'이라고 하더라. 재료를 구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재료를 판매하는 곳의 사장님께서 셀프로도 충분히 하실 수 있다고 용기를 주셔서 이 작업도 셀프로 하기로 했다.
몰랐지. 그것이 나의 고통이 시작이었을 줄은.
셀프 미장 1일 차.
집으로 온 미장 재료와 페인트 재료.
미장 재료는 벽을 칠하기 위해, 페인트 재료(미색)는 천장을 칠하기 위해 주문했다. 저 미장몰은 물에 섞어 '흙손이'라고 불리는 삽으로 벽에 펴 바르면 된다.
미장이나 페인트칠을 하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마스킹 테이프로 보강 작업을 하는 것. 이것이 일단 1차 좌절 포인트. 사진을 못 찍었는데 문, 바닥, 전구 등 작은 부분까지 보강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성질 버리기 딱 좋은 작업이랄까..
보강 작업이 끝나면, 벽의 바탕면을 정리하기 위해 '젯소'라는 것을 벽 전체에 발라야 한다. (메이크업을 하기 전에 프라이머를 바르는 이유와 비슷하다.) 아니, 미장 페인트칠을 하기도 전에 또 젯소를 발라야 한다고요? 후. 젯소는 건조 시간을 충분히 주어야 하기 때문에, 바르고 최소 반나절을 기다렸다. 내 메이크업도 이렇게 오래 걸리진 않는데 말이다.
젯소가 마르면, 미장물을 만들어 '흙손이'라고 불리는 도구로 벽을 칠하면 된다.
저 짓(?)을 무려 3번 이상 해야 하는데, 덧방을 하면 할수록 완성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1일 차엔 젯소 칠하기 + 미장물 만들기 + 흙손이 적응하기 등의 이유로 무려 10시간을 일하고 나서야 집에 갈 수 있었다.
셀프 미장 2일 차.
전 날, 청바지를 입고 작업하다가 더위에 죽을 뻔했던 기억을 교훈 삼아 둘째 날은 태국에서 3천 원 주고 산 냉장고 바지를 입고 출동했다. 알아두자. 페인트칠엔 냉장고 바지다.
2일 차 페인트칠은 어제 세 번 덧방 했던 벽지에 부족한 점을 수정하는 작업으로 이어졌다.
천장 몰딩 부분에 미장 페인트를 묻히지 않고 바르는 것이 핵심이었는데, 다이소 페인트 붓 + 일회용 종이 접시 이 조합이 최고다.
이 날은 전날보다 작업 자체는 수월했지만, 역시나 10시간 정도가 지나서야 작업을 끝낼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잃어버린 것: 방콕 표 냉장고 바지(가랑이 부분이 찢어져서 수건 두르고 집에 감..), 10년 된 뉴발란스 운동화, 그리고 내 성격, 체력.. 기타 등등.
셀프 미장 3일 차. 애프터 사진을 공개합니다.
3일 차엔 마무리 작업 등을 끝내고, 걸레받이와 장판 작업 등을 했다.
걸레받이 작업은 셀프로 하고, 장판은 업자 분들을 불러 설치했다. (나 이제 목공도 자신 있어..)
이케아 설치 기사분들이 오셔서 싱크대도 설치해주고 가셨고, 그래서 재보강을 하고 페인트칠을 또 했다. 페인트칠의 무한루프 살려줘..
이렇게 마무리한 나의 첫(그리고 마지막이 될) 셀프 미장 페인트칠.
분명 부자재 사장님이 미장 페인트칠은 쉽다고, 충분히 셀프로 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그래도 다시 생각해도 너무 보람차고, 뿌듯한 경험이었다.
셀프 미장, 여러분도 하실 수 있습니다!
필요한 것
소요시간: 3일
준비물: 미장몰, 물, 흙손이, 페인트 롤러, 붓, 인내심, 인내력, 인내력, 인심, 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