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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 스미스, 최민 그리고 강석호를 만나다

서울시립미술관 답사기

한참 때는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꼭 전시공연을 보러 다녔었는데 요즘은 게을러져서 못 다니고 있었습니다. 최근에 다시 발동을 걸었는데 오늘은 돈의문박물관마을을 거쳐서 서울역사박물관, 서울도시건축전시관까지 돌아보고 왔습니다.

돈의문박물관마을과 서울역사박물관
서울시립미술관
서울도시건측전시관

돈의문박물관마을은 박물관마을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다니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근현대의 마을을 볼 수 있는 곳이 되어서 여전히 많이 다니고 있습니다. 산책하듯이 지나치고는 서울역사박물관에 들렀습니다. 이곳은 가능하면 모든 전시를 빼먹지 않겠다고 마음먹을 정도로 전시가 흥미진진합니다. 개관 20주년 기념 기증유물특별전으로 '시민이 만든 박물관'전과 '한티마을 대치동'전이 진행 중인데 서울 시민들이 참 많은 유물을 기증하셨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서울만이 아닌 대한민국 전체가 많은 유물들이 사라지기 전에 공공에서 기증을 많이 받아서 기억을 미래에 이어줘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마다 근현대 역사박물관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더 나아가 마을마다 마을박물관이 생겨서 가까운 시간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이렇게 하다 보면 결국 조금이라도 의미가 있는 것에 대해 작지만 전문적인 박물관이 만들어질 거라 생각합니다. 현재 근현대 역사박물관으로는 서울역사박물관과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정도가 바로 기억날 정도로 많지 않습니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세계 여러 나라의 도시들은 박물관을 만들어 도시를 기억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박물관의 대표적인 콘텐츠로 도시 전체 모형이 있어서 도시 전체를 관찰하고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한국은 도시를 바라보는 연습이 많지 않은 상황입니다. 행정이나 정치권에서도 도시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고, 학계의 의견도 언론이나 미디어에 노출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최근 들어 예능이나 교양 쪽 미디어에 노출되는 건축가가 있어서 그래도 대중들과 연결고리가 생겼습니다. 이런 분들이 많아져서 국민들이 도시, 건축에 더 많은 관심이 생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서울역사박물관의 '한티마을 대치동' 전시는 지역에 대한 기억을 공간과 문화적 관점에서 연결시켰다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서울역사빅물관 ‘시민이 만든 박물관’전
서울역사빅물관 ‘한티마을 대치동‘전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Kiki Smith의 'Free Fall'과 '최민 컬렉션 다르게 보기' 그리고 강석호의 '3분의 행복' 세 전시를 볼 수 있었습니다. 멋진 세 전시를 보게 되다니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Kiki Smith는 신체에 대한 해체적 표현으로 1980-1990년대 미국 현대미술사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온 작가로 아시아 첫 미술관 개인전이라고 합니다. 1994년에 제작된 작품 제목이기도 한 '자유낙하'는 생동하는 에너지를 의미하며, 여성 중심의 서사를 넘어 범문화적인 초월 서사를 구사하는 지난 40여 년간의 작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980년대 미국은 에이즈, 임신중절 등 신체에 대한 인식이 두드러지는 시기였고, 스미스는 아버지와 여동생의 죽음을 겪으면서 해부학에 대한 개인적 관심사와 맞물리며 신체의 안과 밖을 탐구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평면과 입체를 넘나드는 작업이 인상적이며 신체와 신화 또는 샤머니즘적 소재를 통해 미시적인 부분에서부터 인간의 인식을 넘어서는 철학적 담론을 다양한 표현으로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1998년 작인 '푸른 소녀' 작품은 성모 마리아의 자세를 소녀의 모습에 투영하면서 기도, 경외, 축복 또는 염원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또한 별이라고 생각했던 소녀 주변으로 펼쳐지는 불가사리는 소녀의 이미지와 결합되어 인간이 상상하는 가장 아름다운 이미지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아름다운 신체와 신화적 이미지는 태피스트리 작업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Kiki Smith


 '최민 컬렉션 다르게 보기'에서는 미술평론가 최민의 컬렉션과 자료 그리고 그가 남긴 글을 통해 재해석하는 전시로 최민의 시각으로 작품을 보는 또 다른 감상이 되었습니다. 강석호(Seokho Kang) 작가의 '3분의 행복(3 Minute Delight)'에서는 행복한 시간에 대한 작가의 시선을 볼 수 있는데 강석호 작가가 말하는 '3분'은 일상의 진부함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강석호 작가가 쓴 수필의 제목인 '3분의 행복'은 집에서 작업실로, 산책길로, 다시 작업실을 거쳐 집으로 돌아가는 하루의 여정을 담고 있는데 작업실 밖에서 보낸 시간은 자유로움과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시간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최민 컬렉션 다르게 보기
강석호

마지막으로 들른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은 서울시청과 성공회 교회 사이에 있는 건축물로 기존 건축물을 허물고 지하에 공간을 만들어 전시장으로 만든 곳입니다. 이를 통해 세종대로와 서울시청에서는 아름다운 성공회 교회건물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는 2023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를 준비하는 과정으로서 '또 하나의 서울, 강과 산(Void in the City)'가 진행 중이며, 국가기록원에서 준비한 '영화 이전의 영화 - 문화영화로 보는 대한민국 성장이야기(The story of growth and 'Culture' Films)' 전시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2023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모토는 '땅의 도시, 땅의 건축'으로 2023년 9월에 진행될 예정으로 '산길, 물긴, 바람길의 도시, 서울의 100년 후를 그리다'라는 주제로 다양한 건축, 도시 담론이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서울의 산과 강을 살펴보면서 도시의 잠재성을 재인식하고 도시를 혁신하는 도시전략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 주제도 좋고, 담론을 만들기 위한 준비 작업도 좋은데 전시 공간이 너무 좁은 탓인지 패널들이 너무 작고 글씨가 작고 내용이 너무 많아 어떤 이야기를 펼치려고 하는지 알아보기가 힘들었습니다. 건축을 전공한 저조차도 이렇게 힘들진대 대중에게는 어떤 모습으로 읽힐지 궁금합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의 명료하고 직관적인 전시를 보고 와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하나의 서울 강과 산

국가기록원이 준비한 문화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어린 시절 재미있게 보면서도 영화에만 천착하고 그 배경에 있는 의미에 대해서 인식하지 못했던 여러 이야기들을 알게 되어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영화 이전의 영화

제가 오늘 걸은 총 5킬로미터 조금 넘는 거리에 반나절 동안 돈의문박물관마을, 서울역사박물관, 정동공원, 서울시립미술관, 서울도시건축전시관 등을 둘러볼 수 있었고, 그 동선 위에는 덕수궁과 덕수궁미술관, 조선일보미술관, 동아일보 일민미술관도 있습니다. 조금 더 범위를 넓히면 고궁미술관, 국립민속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공예박물관뿐만 아니라 갤러리현대, 국제갤러리, 금호미술관 등도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일주일에 하루는 미술관이나 공연장을 둘러보려고 하지만 가까운 곳만 다녀도 시간이 모자랄 따름입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아름다운 상황입니다.

성공회와 옛 부민관
서울시청
공사 중인 러시아공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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