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의 역사 그리고 지방소멸
태백에 있는 태백석탄박물관에 다녀왔습니다. 강원연구원에서 진행하는 강원포럼에 발제 이후에 강원연구원에서 태백석탄박물관과 철암탄광역사촌을 견학시켜 주셨습니다. 대한민국의 탄광 역사에 대해 조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된 광산의 역사는 1960년대까지 아무런 산업시설이 없던 시절에 주요 외화 획득원이었고, 이후 국내에 필요한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다가 1966년 겨울 연탄파동으로 주유종탄 정책을 펼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1979년 석유파동으로 일시적으로 주탄종유로 회귀했지만 수요 감소와 작업환경 악화로 석탄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합리화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1970년대 이후에는 비금속, 석회석, 고령토, 장석, 납석 등의 생산량이 증가하였고, 천연가스 보급은 석탄 수요에 결정적 영향으로 미치게 됩니다. 결국 1988년부터 본격적인 석탄산업 구조조정에 들어가게 되어 347개에 이르던 석탄광이 1995년 11개로 축소되었고, 석탄공사에서 운영 중인 석탄광 4곳 모두 2024년 폐광 예정이고 민간 탄광만 남아서 석탄 채광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태백석탄박물관은 사라져 가는 석탄광을 기록하고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이끈 것에 대해 경의를 표하며,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추모를 위해 만들어진 곳입니다. 대한민국의 발전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희생으로 쌓아 올린 것으로 환경, 비효율성 등의 이유로 사라져 가는 탄광을 이제는 또 다른 활용을 할 수 있도록 창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인구가 4만이 채 안 되는 태백에 탄광이 폐쇄되면 1천 명의 직원과 가족들 그리고 연관 산업들까지 합치면 최대 1만 명이 태백을 떠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결국 태백시는 인구가 3만 명도 유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요즘 지방소멸에 대한 논란이 많은데 감소의 속도로 보면 폐광지역만큼 급속한 감소가 이루어지는 곳이 대한민국에 또 있을까요. 사실상 폐광은 지역의 입장에서 재난에 가까운 일입니다. 도시 인구의 25퍼센트가 짧은 기간에 줄어들게 되면 도시의 행정,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의 생태계가 파괴될 것입니다. 이에 대한 대응책을 기초자치단체가 마련할 수 있을까요. 불가능할 것입니다. 기초자치단체의 예산은 한정적이고 광산은 대한민국 산업과 연관성이 있는 공공재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폐광으로 도시에 미치는 영향, 광역자치단체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분석하고, 대응책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인구의 자연감소는 사실상 선진국형 현상이기 때문에 대응책을 마련하기도 어렵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인위적인 상황에서는 대응책을 마련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울 것입니다. 폐광은 이미 몇 년 전에 예고되었다고 합니다. 이미 많은 시간을 허비한 상황입니다. 서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하기는 매한가지로 보입니다. 누군가 앞장을 서주어야 합니다. 정부가 되었건 기초, 광역지자체가 되었건 앞장을 서서 예측가능한 상황을 모두 살펴보고 미래를 위한 멋진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합니다. 인구 4만의 도시에 1만 명이 빠져나가면 그 어떤 대응책도 효과가 없을 거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연착륙시키고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분명한 것은 기초지자체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광역지자체와 중앙정부가 함께 노력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인위적인 지방소멸이 눈에 보이는데 다른 지방의 소멸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늦었다는 이야기보다는 지금이 가장 빠른 시점이라는 생각으로 나서주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