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마을 만들기
한때 도시의 중심지였다가 여러 이유로 침체에 빠진 원도심이 많습니다. 침체된 원도심을 회복하기 위해 축제, 도시재생, 문화예술 등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그 효과를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도시가 운영되는 혈관을 뚫지 못하고 성형수술만 하기 때문입니다. 도시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바로 자본입니다. 공공에서 진행하는 사업들은 모두 훌륭한 프로젝트입니다. 하지만 어느 사업이든 흐름을 시작하게 만드는 마중물 역할만 하게 됩니다. 과거 토건시대에는 마중물이 흘러넘쳐 시장 경제를 키우는 영양분 역할까지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결국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 일으키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원도심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럿 있을 것이지만 제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원도심이 가지고 있는 현재의 자산과 자원을 활용하여 새로운 수요를 불러 일으키는 것입니다. 제주시 원도심에는 한때 부흥했던 관광 산업의 인프라가 남아 있습니다. 거기에 최근 늘어난 독특한 개성을 가진 식음료 가게들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책방, 술집 등이 있습니다. 물론 사업이 잘 되고 있는 곳도 있겠지만 개별 가게들이 지속적으로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가게만의 개성과 함께 골목길이나 지역이 하나의 브랜드가 되고 공동으로 마케팅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도시는 여러 사업체들이 도로를 통해 연결된 하나의 리조트와 같습니다. 커다란 건물로 구성된 리조트는 복도라고 부르겠지만 도시는 도로로 연결되어 있고 지붕이 없을 뿐 리조트보다 더 다양하고 더 유니트한 것입니다.
그래서 제주시 원도심을 중심으로 한 도심형 마을호텔과 커뮤니티 마이스 프로젝트를 제안합니다. 도심의 숙박업체, 식음료, 라이프스타일샵, 여행, 액티비티, 기념품 등 다양한 사업체들이 모여 제주시 원도심에 3,4명에서 100명 이내의 중소규모 세미나, 워크숍, 학회, 투어팀 등의 숙박과 식사 등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커뮤니티 마이스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제주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지역에 대한 강연 프로그램도 함께 함으로서 제주에 오는 이유를 더 풍요롭게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지난 달부터 실험을 하게 됐는데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볼 수 있었고, 이미 협의된 대표님들과 하나의 느슨한 조직을 만들 수 있는 상황까지 이르게 됐습니다. 더불어 전국 각 도시나 마을의 마을호텔과 협업을 하여 전국망을 만드는 것도 논의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커뮤니티마이스형 마을호텔은 작은 마을이나 원도심처럼 커다란 호텔이나 리조트가 들어오기 어려운 지역에서 인적, 물적 자원을 잘 활용해서 마을이나 도시에 새로운 원동력을 만들어내는 프로젝트입니다. 물론 모든 도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어느 정도 관광에 대한 수요와 방향성이 있는 도시에서 가능한 일입니다. 세상은 멋진 풍경과 세계 최고 수준의 문화예술을 보는 여행과 더불어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고 체험하는 시대로 들어섰습니다. 커뮤니티마이스형 마을호텔은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