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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배 Apr 17. 2024

초록 더하기 노랑 더하기 빨강은?

(1) 초록

여주의 작업공간을 <초록 공간>이라 이름을 붙인 데에는 두 가지 배경이 있다. 먼저, 이 공간의 앞뜰에는 10년 넘게 곰아부지의 손을 타며 자라온 멋진 소나무들이 있다. 그래서 이 공간에서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모두 초록잎의 싱싱항 나무들을 만날 수 있다. 여름에는 언덕의 위아래로 풀과 나무들의 녹음이 무성해지는데, 그 초록색 자연풍경을 스치는 여름의 산들바람이 제법 상쾌하다. 그야말로 초록초록한 공간이다.


두 번째는 초록색이라는 컬러의 상징성 때문이었다. 초록색은 자연을 상징하는 색이기도 하지만, 순수, 동심, 천진무구, 젊음과 성장을 나타내는 색이기도 하다. 피터팬과 어린 왕자! 어른들이 살고 있는 세계와는 전혀 다른 규칙의 삶을 살고 있는 이 두 주인공들은 모두 녹색 옷을 입었다. 숫자로 설명되어야 하고, 또 숫자로만 설명해야 하는 어른들의 세계로부터 벗어나, 어렸을 적의 꿈과 희망을 되짚어보는 그런 포근한 공간이 되길 바랐다. 그래서 이 공간이 꿈과 동심과 천진난만함의 공간이 되길 바랐다. 아까와는 다른 의미에서 이곳이 초록초록한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2) 노랑

나는 노랑을 좋아한다. 어린 왕자를 좋아하는 사람 치고, 노란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지만, 내가

노란색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정말로 <어린 왕자>부터였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소설 속 어린 왕자의 노란 머리 때문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소설 속 어린 왕자의 노란 스카프 때문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아니, 황금빛 밀밭의 노란 물결 때문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나는 확실히 오래전부터 빈센트 반 고흐의 노란 해바라기를, <별이 빛나는 밤에>의 노란 별무리를, <테라스가 있는 풍경>의 노란 불빛들을, <까마귀가 있는 밀밭>의 노란 붓터치를 좋아했더랬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도, <유디트>도, <금붕어>, 그리고 <엄마와 아기> 작품까지도!!!!!


내가 지난가을부터 지금까지 작업하고 있는 <초록 공간> 벽화 작업의 메인 컬러는 “노랑”이다. 건물의 4면 모두에 노란색이 등장한다. 첫 번째 면에는 노란 머리의 어린 왕자와 그의 노란 스카프가 등장한다. 두 번째 면에는 노란색 컬러의 사막이 등장한다. 그리고 세 번째 면에는 노란색 밀밭이 그려질 예정이다. 마지막 네 번째 면에는 B-612와 지구 사이를 가르는 우주 사이로 노란색 은하수가 펼쳐져 있다. 사실, 벽화 속의 노란색 사막과 노란색 밀밭, 그리고 노란색 은하수는 첫 번째 면의 노란색 스카프가 이어지고, 이어지고, 이어져서 만들어진 하나의 콜라주다.


<초록 공간>의 건물에 노란 컬러를 입힌 행동은, 이곳 <초록 공간>의 장소에 (노란색으로 대표되어지는) 어린 왕자의 이야기들을 심은 것과 같은 셈이다. 오랫동안 나무와 창고만 있던 이곳에, 이제는 훈민정음으로 소설 내용을 쓴 기와 작품들이 생겨났고, 소설 속 주인공들의 모습을 한 허수아비와 장승이 생겼다.  전시관 내에 작은 사막 세션이 생겨났고, 소설 속 행성들을 닮은, 꽃 샹들리에도 생겨났다. 이곳의 구석구석에, 건물의 안과 밖으로, 여러 가지 다양한 소설 속 이야기들이 쓰여지고, 또 그려졌다. 그야말로 소설 속 어린 왕자의 이야기들로 제법이나 노랑노랑해진 공간이다.


(3) 빨강

<초록 공간>에 <노란빛 어린 왕자의 이야기들>을 입혔다.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뭔가 조금은 아쉬운 기분이 든다. 그리하여, 직접 펜을 손에 쥐고 어린 왕자의 그림을 도화지에 그려본다. 초록색 긴 바지와 초록색 반팔을 그린다. 그리고는 노란 머리의 어린 왕자를 그린다. 그런데 어딘가 모르게 어린 왕자의 그림이 허전해 보인다. 음….. 뭐가 빠졌길래 이렇게 허전한 느낌이 드는 걸까?! 아! 빨강이다. 나의 어린 왕자 그림에 빨강이 빠져 있었다! 빨간색 나비넥타이! 그리고 빨간색 허리띠!!!


그렇지, 그렇지, 어린 왕자 그림에 빨간색이 빠지면 서운하지. 어린 왕자를 그릴 때에는 빨간색 나비넥타이와 빨간색 허리띠도 꼭 그려져야 한다고!

<초록 공간>에 <노란빛 어린 왕자 스토리>를 더하고, 그 위에 <빨간 컬러의 무엇인가>를 덧입혀야 한다. 그것도 아주 예쁘고 사랑스럽고, 향기로우며, 모든 사람이 그 아름다움에 감탄을 아끼지 않는 바로 그런 존재로 말이다. 그리고 나는 그 명성에 가장 잘 어울리는 존재를 하나 알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 명성과 아름다움에 제일 잘 어울리는 빨간 꽃 한 송이를 알고 있다. 그 꽃의 이름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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