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에는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모호해질 때가 있다.
저 멀리, 분명히 존재하고 있을 수평선을 찾아보지만
어디까지가 바다이고, 어디부터가 하늘인지 분간이 힘든 풍경이 있다.
먹구름이 가득 낀 흐린 날에는
되려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뚜렷하게 보인다.
내 삶에서도 그렇다.
한 치 앞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갑갑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을 때,
내가 훨훨 날 수 있게 포근한 구름을 깔아주는 사람들과,
나를 더 깊은 나락으로 끌고 내려가는 바다 같은 사람들이
비로소 선명하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