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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동이즘 Aug 10. 2023

공회전

열정과 이상에 대한 드라마 명대사

오래전 드라마 <카이스트> 이야기를 한번 꺼내봅니다.


석사 2년 차 남희는 후배와의 대화에서

“자동차 공회전도 너무 오래 하면 환경공해다.”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리고 자신도 마치 오랜 기간 공회전 중인 자동차처럼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무엇하나 제대로 풀리지 않는 것 같은 시기,

때마침 들어온 소개팅 상대는 아주 능력이 좋은 남자였다.

연구와 학업을 포기하고 그 남자와 결혼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이트가 끝나고 학교로 돌아온 남희.

학교 연구실에는 타 학부 석사 3년 차 명환이 늦은 밤까지 연구를 하고 있다.

명환과의 대화에서 남희는 아직은 더 달려보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된다.

그리고 소개팅 남자에게 편지를 보낸다.



남희의 편지

우연히 님을 만나게 되었을 때 저는 아주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40도가 넘는 언덕길 중간에 멈춰 서서 공회전만 하고 있는 낡은 자동차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 언덕을 포기하고 평지로 내려갈까 생각했었지요.

그건 아주 쉬워 보였어요.

엔진을 꺼버리고 가만히 있으면 뒷걸음질을 쳐서 평지에 도착하지 않을까...

그러면 어디선가 레커차가 와서 나를 끌어가 주지 않을까.. 그런 바람도 있었습니다.

레커차 뒤에 끌려가는 게 더 편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러기에는 아직 나 자신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내게는 기름도 있고, 고장 나지 않은 엔진도 있습니다.

한번 더 힘을 내어 언덕을 올라가 보고 싶어요.




좋아하는 일에 조금 더 매달려보고 싶은 남희는 늦은 밤 자신의 연구실로 돌아간다.

확신도 없고 불안한 미래지만 그럼에도 위태롭게 걸어가는 나의 길을 응원하며 읊조린다.


남희의 독백

이따금 횡단보도 앞에서 길을 잃어버린다.

빨간불이 꺼지고 파란불이 들어오면

내 옆의 사람들 모두 몰려나가고 저 앞의 사람들 모두 몰려오는데

나는 기억할 수가 없다.

내게도 목메어 그리던 이름이 있었겠지.

그러기에 이 길을 떠나왔겠지.

이제 고향은 꿈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이따금 횡단보도 앞에서 길을 잃어버린다.

내가 목메어 그리던 이름아, 한 번만 소리 내어 나를 불러주겠니

이 노란불이 끝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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