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30개국 70개 도시' 정도를 여행했다.
동남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 지중해, 발트해, 태평양, 인도양 등..
여행을 다니며 느낀 점 하나가 있다면,
여행으로 가기 좋은 나라,
눌러 앉아 살기 좋은 나라,
그리고 한달살이 워케이션이 좋은 나라가
각각 다르다는 점 이었다.
1) 여행으로 좋은 나라.
-짧은 여정. 접근동기로서의 흥미 단계.
여행으로써 좋은 나라의 중심은 '나의 흥미'에 있다.
역사를 좋아한다면 유럽으로,
휴양을 좋아한다면 동남아로,
문화탐방을 좋아한다면 중앙아시아로 등,
여행으로 가기 좋은 나라는 내가 관심있는 분야면 된다.
'에스토니아'의 탈린에 갔을 때의 일이다.
이 곳으로의 접근동기는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였다.
ㅇㅇ 90년대 DOS 국산 RPG 게임 그거.
언젠가 에스토니아 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이 게임이 생각났고,
한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현실로 옮긴 것.
긴 유럽여정 중에 마지막으로 들른 나라였고, 생각했던 것만큼 예쁘고 여행으로써 만족했던 도시다.
중세풍 광장의 분위기와 골목들과 어딜 걸어도 좋았던 올드타운.
그러나 2주를 지내다 보니 불편한 점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작업실 문제
-작가(프리랜서)는 어디서 작업을 해야할까...
탈린에서는 올드타운의 입구쪽에 있던 '버거킹'을 주로 이용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한적하고 잔잔한 카페가 아니기에 제대로 집중을 하기가 어려웠다.
특히 난방이 제대로 되지않아, 한시간만 지나도 발이 시렸다.
2주간 뻔질나게 드나들며 하루 5시간씩 앉아있으며 정은 든 곳이지만, 작업 카페로 추천할 수는 없다.
버거킹을 이용한 이유는, 대부분의 카페가 아주 소규모의 자리가 거의 없는 카페들 뿐이기 때문이다.
접근동기로써의 여행은 '즐거움'을 목적으로.
-일까지 완벽히 해낼 수는 없다.
여행으로 좋은 나라는 대부분 관광객들의 이동이 많은 곳이다.
그래서 카페 편의성이 좋지 못하다.
개인 취향으로 좋았던 나라는
홍콩, 에스토니아, 프랑스, 키르기스스탄, 조지아,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이었다.
그리고 대부분 너무 즐거웠지만, 작업 편의성은 용이하지 못했다.
2) 살기 좋은 나라.
-언젠가 이민을 간다면...
30대까지 꿈이 있었다면, 언젠가 다른 나라에서 3년이상 살아보는 것이었다.
40대가 된 지금은 그 꿈을 완전히 내려놓았는데,
이유는 한가지,
'우리나라'가 너무 좋다는 것.
그나마 우리나라와 문화적 밀접도가 높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카페 편의성이 별로다.
콘센트가 있는 카페가 거의 없고, 오래 앉아 일하는 사람도 드물다.
웹툰작가들은 대부분 타블렛이 있는 집이나 작업실에서 작업하는 것 아니냐 라고 누군가는 묻겠지만,
그림을 그리지 않는 순간, 글을 쓰거나 콘티를 짤 때는, 카페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카페 의존도가 높아지다보니 더이상 작업실이 필요 없어진 정도인데, 그런 면에서 일본은 1년이상 살 수 없는 곳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음식도 여행으로 가끔 먹기에는 괜찮지만, 너무 짜다.
산다는 가정하에 집에서 식자재를 사서 해먹는 것이 대부분 일테니, 카페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닌 경우라면 문화적 유사도가 높은 일본은 괜찮은 선택지가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못산다.
그래도 덕질하기에는 너무 좋은 나라...
하나의 나라 정도만 추천해 보자면, 카자흐스탄을 들 수 있겠다.
살기 좋은 나라의 조건
(1) 물가, 장보기 편의성
오래 살기위해서는 물가가 싸야하고, 장보기가 수월해야 한다.
중앙 아시아 사람들은 한국인을 좋아하고,
그 중 카자흐스탄은 비행기 길도 가깝고 저렴하다.
고려인의 존재로 한국과 유사한 음식도 많고, 입맛도 비슷하다.
특히 빵이 아주 싸고 맛있는데,
웬만한 어느 빵집을 들러도,
심지어 대형마트의 빵코너 빵을 집어도 퀄리티가 좋고 저렴하다.
(2) 한국 음식 접근성
카자흐스탄을 추천하는 이유는 '친한국'적 사람들의 인식.
심지어 CU도 있는데,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음식을 비싸지 않게 살 수 있다.
(3) 카페 편의성
카페 편의성은 말할 것도 없다.
큰 카페도 많고, 저렴하고 쾌적하다.
시내중심가에는 아주 깔끔한 도로위 스타벅스도 볼 수 있다.
하나의 나라를 더 꼽아보자면 '말레이시아'를 꼽을 수 있다.
(1) 물가, 장보기 편의성 (2) 한국음식 접근성 (3) 카페 편의성
수도-쿠알라룸푸르도 모든 것을 충족시킨 좋은 곳이었지만,
살아보고 싶은 도시는 따로있었다.
그곳은 바로 말라카!
<대항해시대2> 접근동기로써의 여행이었지만,
2주를 살아보며 생각이 바뀐 곳.
리버워크를 따라 쭉 늘어선 '카페거리'가 있는데, 이 곳이 정말 좋았다.
물가가 싸고, 안전하고, 숙소가 저렴하고, 음식이 잘맞고,
특히 카페 편의성이 좋았다.
-한번쯤 장기로 살게 된다면, 큰 불편함 없이 살 수 있겠다 싶었던 곳.
3) 작가(프리랜서)로서 일하기 좋은 나라.
-워케이션으로 가기 좋은 나라.
현실적으로 워케이션은 '한달살이' 정도를 추천한다.
사실 어느 나라를 가보아도, 2주 정도가 지나면 입에서 절로 이런 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아~ 한국 가고싶다."
개인적으로 가장 추천하는 '워케이션'용 나라(도시)중 1등은 이 곳.
No.1 태국 빠이(Pai)
-치앙마이에서 버스로 3시간거리.
빠이(Pai) 라는 도시는 우리에게 익숙한 '치앙마이'에 인접한 도시다.
-사진은 치앙마이 의 '코워킹' 카페.
치앙마이는 도시에 가까운, 코워킹 스페이스가 많은 워케이션의 천국이지만,
공기가 그닥 좋지않다는 단점이 있다.
-치앙마이는 화전(밭을 태우는 것)으로 인해, 공기에 미세먼지가 많다.
한달을 살아야 한다면, 자연친화적인 공기맑은 도시 빠이를 권하고 싶다.
이곳은 빠이에 머무는 동안 계속 드나들던 '투헛츠' 라는 카페다.
이 곳에서 먼 산 뷰를 보며 작업하는 게 좋았다.
바 형 테이블 뿐만 아니라, 이렇게 반쯤 드러누워 작업할 수 있는 정자도 있다.
이른 낮에 도착한다면 손님도 거의없어 편안하게 작업할 수 있다.
-하다가 허리아프면 해먹에 누워 커피 마시며 쉴 수도 있다.
이 곳이 특히 좋은건 해가지기 시작하며 시작되는 라이브 공연 때문이다.
-물론 이 때부터는 시끄러워져서 작업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
-이동은 주로 렌탈 스쿠터로 하기 때문에, 면허가 있어야 편하다.
빠이는 숙소 가성비도 좋았다.
-돈을 크게 쓰지않아도 평화로운 숙소를 잡을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 한달정도의 결제면 어느정도 할인도 받을 수 있다.
No.2 발리 - 우붓(Ubud)
-인도네시아
발리는 '꾸따비치'나 '짱구비치'처럼 서핑으로 유명한 도시지만,
택시를 타고 한시간이면 '우붓'이라는 도시로 이동할 수 있다.
Ubud(우붓)이라는 도시 이름은 발리어로 '약'이라는 뜻의 우바드(ubad)에서 유래되었다.
그래서 주로 휴양을 목적으로 한 요가나 명상 프로그램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사적 자리에서 작가분들께 늘 권하는 '명상'.
우붓이 특히 좋았던 이유는 특유의 숙소 문화 때문이었다.
숙소 물가가 특히 좋았는데, 저렴한 숙소에도 대부분 작은 테라스가 딸려있었다.
길지않은 기간이라면 이 테라스를 카페삼아 일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좋았다.
-이 곳 뿐만아니라 거의 모든 숙소가 테라스가 딸려있는 형태다.
-요가와 명상 목적이 아닐까 싶었다.
대단한 뷰는 아니지만, 어디에서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도시.
복도식으로 연결된 테라스는 다른 여행객들과의 교류의 장이 되기도 한다.
호주(오스트레일리아)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탓에 주로 백인 호주인들이 대부분인데,
저녁에 캐리커처 한장 그려주고 맥주 한잔 얻어마시면,
자연스럽게 무료 영어회화 공부의 장이 펼쳐진다.
No.3 유럽 - 체코, 헝가리
-프라하 / 부다페스트
사실 유럽은 물가가 비싸서 한달살이로 권하고 싶지는 않다.
대형카페보다 소규모 카페 위주의 문화라 작업 편의성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유럽의 감성을 만끽하고 싶다면
게중 물가가 저렴한 편인 체코와 헝가리를 권한다.
(1) 체코 - 프라하
프라하는 극악의 유럽물가 나라들 사이에서 그나마 숨을 좀 쉴 수 있는 나라다.
한국문화와 한국음식이 전세계에 다 퍼져있다고는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여전히 한국음식을 찾아볼 수조차 없는 나라와 도시는 많고,
가끔 아시안 마켓을 발견한다해도
'인도'나 '중국'위주의 식자재 뿐인 경우가 많다.
그런면에서 프라하는 한국 식자재를 그리 어렵지않게 구할 수 있는 나라라 좋다.
한달살이라면 한국 식자재는 필수인데,
그래도 참고 구매할 수 있는 정도의 물가다.
숙소의 경우도 약간의 불편함만 감수 하면 아주 쾌적한 곳을 구할 수 있다.
불편함의 예라면, '공용 주방' 같은 것이 되겠다.
거실을 공유하는 형태의 숙소를 말하는데,
이게 얼핏 불편해 보이지만 익숙해지기만 하면 정말 좋다.
-다른 여행객과 만나 영어회화 연습의 장겸 교류의 장이 되기도 하고,
넓은 거실 특성상 카페 대용으로 작업실로 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프라하를 베이스캠프 삼아 버스나 기차로 주변 다른 유럽국을 여행삼아 다녀오기에도 용이하다.
-프라하에서 버스나 기차로 다녀오기 좋은 나라로는 '독일, 오스트리아, 폴란드, 슬로바키아' 등이 있다.
이동 시간이 조금 걸리지만 폴란드 크라쿠프로 가면, 오시비엥침(아우슈비츠) 투어도 다녀올 수 있다.
-폴란드나 슬로바키아 같은 나라는 단독여행 보다, 인접국가 여행시 함께 다녀오는 용도로 가기 좋은 나라다.
헝가리 - 부다페스트
여행으로 잘 알려진 나라와 도시, 헝가리 부다페스트.
코로나 이후 물가가 50%나 뛰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서유럽에 비하면 아직은 살만한 나라다.
-외식은 비싸지만, 마트나 장보기 물가는 괜찮은 편이라 한달살이를 생각해 볼 수는 있다.
가능하다면 유럽보다는 동남아 국가를 권하고 싶지만, 유럽 감성을 포기할 수는 없다.
한겨울 함박눈이 내리던 세체니 온천을 잊을 수 없다.
여행의 변수
여행을 많이 다니며 슬펐던 점은,
세계 정세의 불안감이, 직접적으로 와닿았던 것들이다.
시리아에서 도망쳐 나와 택시기사를 하던 아주머니,
라트비아에서 노점을 깔고 불법으로 장사를 하던 우크라이나 할아버지,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관계악화로 막혀버린 코카서스 육로여행.
예전에는 당연히 갈 수 있던 나라가 어느샌가 막혀버리고,
저렴하기로 유명했던 나라가 물가 폭등으로 여행하기 힘들어졌다.
게다가 각국의 지도자들의 선출과정을 보다보면
반지성주의로 다시 냉전이 시작되는 건 아닐까, 심각하게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생긴 마인드가 하나 있다.
'가능한 지금, 갈 수 있을 때 가자.'
여행가기 완벽한 때는 없다.
내게 맞는 완벽한 나라도 없다.
어디든 불편함은 있고, 어디든 기대와는 다른 불편한 지점이 있다.
여행의 이유
1) 여행지로 어느 나라를 추천하세요?
2) 어디가 가장 좋았어요?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최근에서야 명확한 답을 찾았다.
1) 여행지로 어느 나라를 추천하세요?
- 스스로 흥미가 생기는 나라를 추천합니다.
2) 어디가 가장 좋았어요?
-한국에서의 일상이 가장 좋았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도 있다.
Q) 여행 가는 걸 추천하나요?
이에 대한 답도 명확하다.
Q) 여행 가는 걸 추천하나요?
-추천 합니다.
여행을 다녀오면, 명확하게 레벨 업 되는 한가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Q) 뭐가 레벨업 되죠?
'일상의 소중함' 레벨업 요.
-'한국인' 으로서의 삶이 더 소중해지고 더 행복해 집니다.
작가(프리랜서)가 아니면 언제 이렇게 살아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