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락덕이 아니었는데, 30대 초반 ‘밴드 활동’을 하며 락덕이 되었다.
당시 내가 아는 밴드라고는 YB, 야다, 국카스텐 정도가 전부였다.
밴드원들은 락린이인 나를 내버려 두지 않았다.
비틀즈, 건즈 앤 로지스, 핑크 플로이드, 퀸, 콜드플레이 등 전설 밴드들을 찾아 들으라는 미션이 내려왔다.
'관심도 없던 밴드 사운드'에 귀가 익숙해질 무렵, 나는 서서히, 그리고 명확히 깨달을 수 있었다.
‘아! 나는 밴드 사운드에는 재능이 없구나!’
여기까지 걸린 시간, 3년 언저리.
밴드를 그만두며 내 귀는 다시 YB로 돌아왔다.
<가을 우체국 앞에서> <사랑했나 봐>
감성에 맞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최근 YB의 새 앨범이 나왔다.
<Rebellion(반란)>
조금 유치할 수 있는 가사는,
암투병 이후 메탈로 복귀한 윤도현 님 스스로를 위한 내용 같기도 하고,
젊은 대상층을 겨냥한 락커다운 발상이기도 한 것 같다.
전반적인 미장센은 서태지 솔로 컴백 후 재편곡한 <교실이데아>가 생각나기도 했다.
시선을 사로잡은건 자잘한 디테일들이었다.
락덕의 경험이 아니었으면 어쩌면 보이지 않았을 것들.
사람들은 노래를 들으며 그의 새로운 그로울링 창법에 감탄했다.
그러나 내 마음을 건드린 건, 헤드리스 기타와 헤드리스 베이스였다.
‘헤드가 없는 기타를 들고 나와?’
만화로 치면, 윤태호 작가님이 회빙환으로 연재를 시작하는 느낌이려나.
이 부분에서 마음이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 해보고 싶어 집에 있는 앰프와 텔레캐스터 먼지를 털었다.
‘아직 칠 수 있는 게 있을까?’
예전 공연 영상들을 급히 꺼내본다.
영상 속 혼자 날뛰는 오징어를 보며 기타를 다시 조용히 내려두었다.
50대에도 여전히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는 현역 밴드.
원래 하고 싶은 장르가 메탈이었다고 알고 있었는데,
가끔 앨범 곳곳에 흔적이 들어있긴 했지만, 그걸 50대가 된 지금 다시?라는 경이로움.
자기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예술가는, 분야를 막론하고 정말 멋있다는 이야기.
한동안 달리기 하는 동안 플레이리스트 걱정은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