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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의 눈으로 바라본 50대의 도전.

by 우동이즘

원래 락덕이 아니었는데, 30대 초반 ‘밴드 활동’을 하며 락덕이 되었다.

당시 내가 아는 밴드라고는 YB, 야다, 국카스텐 정도가 전부였다.

밴드원들은 락린이인 나를 내버려 두지 않았다.

비틀즈, 건즈 앤 로지스, 핑크 플로이드, 퀸, 콜드플레이 등 전설 밴드들을 찾아 들으라는 미션이 내려왔다.


'관심도 없던 밴드 사운드'에 귀가 익숙해질 무렵, 나는 서서히, 그리고 명확히 깨달을 수 있었다.

‘아! 나는 밴드 사운드에는 재능이 없구나!’

여기까지 걸린 시간, 3년 언저리.


밴드를 그만두며 내 귀는 다시 YB로 돌아왔다.

<가을 우체국 앞에서> <사랑했나 봐>

감성에 맞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최근 YB의 새 앨범이 나왔다.


<Rebellion(반란)>

조금 유치할 수 있는 가사는,

암투병 이후 메탈로 복귀한 윤도현 님 스스로를 위한 내용 같기도 하고,

젊은 대상층을 겨냥한 락커다운 발상이기도 한 것 같다.

전반적인 미장센은 서태지 솔로 컴백 후 재편곡한 <교실이데아>가 생각나기도 했다.


시선을 사로잡은건 자잘한 디테일들이었다.

락덕의 경험이 아니었으면 어쩌면 보이지 않았을 것들.


사람들은 노래를 들으며 그의 새로운 그로울링 창법에 감탄했다.

그러나 내 마음을 건드린 건, 헤드리스 기타와 헤드리스 베이스였다.


‘헤드가 없는 기타를 들고 나와?’


만화로 치면, 윤태호 작가님이 회빙환으로 연재를 시작하는 느낌이려나.

이 부분에서 마음이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 해보고 싶어 집에 있는 앰프와 텔레캐스터 먼지를 털었다.

‘아직 칠 수 있는 게 있을까?’

예전 공연 영상들을 급히 꺼내본다.

영상 속 혼자 날뛰는 오징어를 보며 기타를 다시 조용히 내려두었다.


50대에도 여전히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는 현역 밴드.

원래 하고 싶은 장르가 메탈이었다고 알고 있었는데,

가끔 앨범 곳곳에 흔적이 들어있긴 했지만, 그걸 50대가 된 지금 다시?라는 경이로움.


자기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예술가는, 분야를 막론하고 정말 멋있다는 이야기.

한동안 달리기 하는 동안 플레이리스트 걱정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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