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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엘 Feb 23. 2023

원본으로 태어나 복사본으로 죽긴 싫으니까

PO Sprint 2기 회고 1편

3년을 디지털 에이전시에서 일했다. 

나는 우리 회사의 3번째 사원이자 첫 신입사원이다. 지난 3년 동안 크고 작은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코로나 시기에 조직을 위해 공헌했고 우리 회사는 20명 규모가 되었다. 나는 지난 3년을 부의 추월차선을 타진 못했지만 자아실현의 추월차선을 탔다고 정의내리고 싶다. 나도 몰랐던 나를 더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졌던 이유는 작은 회사의 구조 안에 있다. 대기업에서 인턴 했을 때와 작은 회사에서 일했을 때의 가장 큰 차이점은 도망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대기업에서 인턴 했을 때는 여러 인턴들과 서로를 보완하고 도우며 비교적 넉넉한 시간 안에 정해진 결과물을 보고했다. 그러나 작은 회사에서는 도망갈 곳이 없다. 항상 사람이 부족하고 시간이 부족하다. 내가 상대적으로 못하는 일을 온전히 내 책임 아래에서 시간 관리를 바탕으로 납기일을 지켜야 한다. 


한정된 사람, 시간, 돈 아래에서 성과를 내면서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하는지 나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3년간 나의 시간, 성과, 주변인 피드백을 고민해봤다. 나는 내 강점이 집요하게 생각하는 힘, 즉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 강점은 우리 부모님께 물려받은 나의 원본이다. 나는 이 강점을 활용하며 더 큰 임팩트를 낼 수 있는 직무를 고민했고 PM/PO 직무가 강점을 활용하기 좋은 직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왜 꼭 직무 전환이어야만 할까?

젊은 지식노동자는 일찌감치 다음과 같이 자문해야한다. '나는 나의 강점이 발휘될 수 있는 적합한 직무를 맡고 있는가? 내게 적합한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가?' 그러나 처음 시작하는 직무 범위가 너무 좁고 쉽다면, 그리고 능력을 발휘하기보다는 경험 부족을 상쇄하도록 설계되었다면, 이 질문에는 대답은 커녕 질문조차 할 수 없다. ㅡ 피터 드러커, <피터드러커 자기경영노트> ㅡ 


혼란스러웠던 회사 생활에서 하나의 지도가 있었다. 바로, 피터 드러커의 자기경영노트였다. 이 책에서는 공헌, 강점, 시간 관리, 의사결정 등 지식근로자로서 꼭 필요한 개념들을 소개한다. 피터 드러커는 지식근로자는 자기 강점을 바탕으로 성과를 향한 도전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나 역시 지난 3년간 이룬 성과들은 모두 나의 생각하는 힘, 창의력, 문제해결력에서 나왔다. 이 강점을 기존 회사에서 최대한 발휘하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에이전시라는 구조와 나의 주도성, 강점이 충돌한다고 보았다. 에이전시는 1차 고객과 너무 멀어 강점으로 비즈니스 임팩트를 내기에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에이전시 AE는 동시에 여러 광고주를 상대하다보니 광고주보다 더 깊이 비즈니스와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하기엔 구조적으로 어려웠다. 


퓨처플레이 PO Sprint 2기 합격!

직무 전환을 위해 여러 프로그램을 알아보다가 PO Sprint를 선택했다. 퓨처플레이 PO Sprint는 개인과제, 팀원들과 기업 연계 과제를 2달간 퇴근 후 진행하는 유료 과정이다. 기업담당자님이 과제를 주시고 그것을 멘토님과 같이 고민하며 최종 문제정의와 가설 셋팅이 완료된 1 Pager를 작성한다. 이 프로그램은 퇴근 후 진행되는 점, 가격, 네트워킹 관점에서 PM/PO로 진지하게 도전해봐도 될지 가설을 검증하는 좋은 수단이다. 


Key Questions

퓨처플레이 PO Sprint를 수료하고 나는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을 내려야 할까? 어떤 질문이 직무 전환 관점에서 핵심적인 질문일까? 나는 지원서에 5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하며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보겠다고 썼다.


1. PM/PO는 나의 핵심 강점인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직무인가?

2. Product 7 Axiom 역량을 적절히 가지고 있는가? 발휘한 사례를 찾을 수 있는가?

3. PO Sprint 기간 동안 행복했던 적은 언제이며 무엇 때문에 행복했는가?

4. PM/PO는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직무인가? 

5. 끼니를 거를 정도로 몰입할 수 있을까?


대학교 때 세종시의 빵집 브랜딩 프로젝트를 한 경험이 있다. 그때 내 강점을 온전히 사용했고, 친구들과 여러 우여곡절이 있어도 그 과정은 정말 행복했고, 빵집 사장님을 도울 수 있어서 보람 있었고, 밥도 안 먹으면서 브랜딩 책 수십 권을 보며 몰입했다. 과연, PO Sprint 과정은 브랜딩 프로젝트 경험보다 더 몰입하고 가치 있는 경험일까? 직무 전환의 잣대로 내가 정한 질문이다. 



누구나 계획은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

출처 : https://bit.ly/3egk1Tm

새 학기 입학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PO Sprint 첫 OT를 들었다. 나름대로 미리 책도 많이 읽고 1기 과제 내용을 분석하고 준비했다. 그러나 타이슨의 말처럼 처맞기 전까지는 잘 모른다. 몇 대 맞다보면 나는 왜 이 링에 올랐고 왜 저 상대방을 선택했는지 목적을 잃어버린다. 심지어 몇 대 처맞는 것에 익숙해지면 10대 맞을 것 8대 맞았다고 좋아하는 게 간사한 우리 인간이다. 


어쨌거나 링에 올랐다. 내가 맡은 일에 책임지면 직무 전환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PO Sprint 과정에 임했다. 2편에서는 내가 링에서 맡은 일에 책임을 지는 과정에서 어느 부위를 어떻게 처맞았는지 회고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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