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고해다. 이것은 삶의 진리 가운데서
가장 위대한 진리이다.“
중학교 때 종각 영풍문고에서 인생을 그리며 여러 책을 읽었습니다. 그 중 M. 스캇 펙의 ‘아직도 가야할 길’의 첫 문장은 이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10년도 지난 지금 이 문장을 다시 새깁니다.
사실, 사는 게 얼마나 혼돈입니까.
정말이지 지나온 20대는 혼돈의 연속이었습니다. 시키는 것이나 잘 하라던 세상은 이제 나이가 들었으니 너의 인생을 살라고 제게 돌처럼 차갑게 돌변했습니다. 갑자기 낯설어진 세상에서 저는 시키 않은 것을 스스로 찾고 도전하고 책임지며 때로는 조종당하고 죄책감을 강요당하고 깨지고 배신감을 맛보았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아직도 저를 찾지 못했습니다. 20대에 처음 먹어본 마라탕이 일종의 복선일지 꿈에도 몰랐습니다. 맵고 짜고 시고 달고 고기도 있는데 야채도 있고 갑자기 나타난 중국 당면은 또 뭔지도 모르겠고 국밥도 아닌 것이 전골도 아니고 다들 맛있다는데 저는 그 날 마라탕집 이방인이었습니다. 친구가 마라탕이 무슨 맛이냐 물어보길래 혀가 반짝이는 맛이라고 답했습니다.
마라탕 같은 20대였습니다. 아직도 제 삶이 무슨 맛을 우려내는 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마라탕처럼 정체없이 반짝입니다.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어갈수록 더 무거워지는 중력이 느껴집니다. 아름다운 젊음을 즐기라는 말은 혼돈의 삶을 살아낸 어른들의 자기 기만적인 충고였을까요. 어른의 입구에 선 지금, 무거워지는 중력에 눌려 어깨가 자꾸 눈치를 봅니다.
이런 낯선 혼돈의 세상에서 주 3회 운동 인증 단톡방을 가입했습니다. 주 3회 운동 인증은 혼돈에 해독제 역할을 하는 질서입니다. 종종 내가 믿었던 가치관이 진짜 내가 원하는 거였는지 헷갈리고 포기하고 싶고 책임지기 싫은 순간이 신물처럼 역류할 때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주 3회 인증을 위해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면 혼돈의 순간이 질서있게 재정의되고 현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을 경험합니다.
주 3회 운동 인증으로 혼돈에 질서를 부여하면 그 경계에서 일종의 의미가 피어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저는 아직도 저를 못 찾았지만 혼돈과 질서라는 인생의 프레임워크를 얻었습니다.
솔직히 불안합니다. 어디서 오는 불안인지도 모를 만큼 한없이 깊고 확실하지 않은 불안입니다. 이 불안을 혼돈에 질서를 부여하며 무엇인가가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30대의 문을 열며 다짐해봅니다. 저는 시간이라는 소중한 자원을 혼돈과 질서로 고르게 채워나가며 스스로를 찾는 여행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의 삶을 살아내겠습니다.
일주일에 세번은 운동하기처럼 제 삶의 해독제, 규칙, 질서로 밸런스 있는 인생을 디자인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