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는 통합이다
대리님, 퇴사하시면 민사소송인거 아시죠?
네? 저를 고소하시겠다는 말씀이신가요?
잘 다니던 회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문제는 외주사에 비용지급할 현금이 없다는 것이었다. 내가 담당하던 클라이언트와 관계된 외주사 대표님도 모델비 포함해서 8,000만원 가량 손해를 봤다. 외주사 대표님이 채권자 등록을 하러 회사에 방문한 날, 나는 협박성 멘트를 들었다. 프로덕션 대표님은 회사가 어려운 것을 알면서 무리하게 콘텐츠 제작 스케줄을 진행한 책임이 나한테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머리가 복잡해지고 일이 손에 안 잡혔다. 내가 정말 프로덕션 대표님에게 회사 사정으로 돈을 못 받을 수 있으니 나머지 촬영 건은 진행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어야 했을까.
나중에 프로덕션 대표님과 통화를 하면서 자초지종을 듣게 되었다. 프로덕션 대표님도 변호사의 지침에 따라 내가 퇴사해서 회사와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끊기는 것을 방지하고자 협박성 멘트를 한 것이었다. 오해는 풀렸고 나중에 밥이나 한 번 먹자는 식으로 이야기를 마쳤다.
퇴사 후 프로덕션 대표님이 카톡을 주셨다. 밥 먹자는 카톡이었다. 대표님이 일하고 계시는 SBS로 가서 밥을 먹었다. 요즘 대표님의 고민, 나의 고민 그리고 전 회사 이야기 등등 2시간 동안 수다를 떨었다. 나는 죄송했었다는 말과 함께 구직을 한다면 다시 같이 일하면 좋겠다는 말을 건냈다. 대표님도 고맙다고 답을 했다. 밥과 맛있는 커피도 먹고 SBS 구경까지 시켜주셨다. 대표님을 만나고 집으로 가는 길 인간적인 유대감과 감사함이 물씬 가슴에 피었다.
프로덕션 대표님과의 관계가 참 인상 깊다. 8,000만원 손해 본 사람과 간접적인 피해를 준 사람의 관계 아닌가. 게다가 한 때는 고소하겠다는 사람과 고소 당할 뻔한 사람의 관계이다. 근데, 그 부정적인 것의 깊이 만큼 프로덕션 대표님과 가까워진 것 같다. 이 프로덕션 대표님과는 참 오래 연락을 이어갈 것 같다.
인간관계란 통합이 아닐까?
부정과 긍정
사랑과 증오
선과 악
기쁨과 슬픔
화합과 갈등
진짜 관계는 이러한 통합이 존재한다. 이 통합에는 고통이 따르고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프로덕션 대표님은 8,000만원 손해를 보고 나를 얼마나 원망했을까. 나는 고소당한다는 말에 얼마나 두려움을 느꼈나. 그리고 그 시간이 지나고 서로가 통합을 하고 만나니 더 돈독한 사이가 되었다.
인간관계에서 갈등과 문제는 반대로 통합의 기회이다.
프로덕션 대표님과의 관계에서 얻은 값진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