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가 김 부장이 아닌, 50대 이상무의 2025년

살아남기와 마음 챙김으로 바빴던 이상무의 2025년

by 즐거운 분기탱천

어느덧 12월 25일, 며칠 남지 않았다. 25년도.

죽어라고 까지는 아니지만,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했다.


지난해 봄에 새로 입사한 회사에 적응하기 위해서 늘 일찍 출근하고, 사무실 불은 내가 끄고 나왔다.

성실함은 보여주었지만, 내가 만족할 만큼의 성과는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 특히 조직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했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불만족스럽다. 밑에 직원들의 퍼포먼스를 올리고, 회사와 조직에 대한 충성심과 헌신을 이끌어내는 것이 과제다. 이제까지는 정말 참고 참으면서 불화를 일으키지 않고, 나에 대한 인간적인 신뢰를 자연스럽게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했는데, 사실 나의 인내심도 거의 바닥이다. 그동안 회사와 조직에서 어떻게 일을 했는지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너무 부족한 직원들에게 공감해 주면서 그들의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것이 무척 어렵다.

주말에도 반나절 이상은 업무에 시간을 썼다. 아침 일찍 오픈하는 스타벅스에서, 집 서재에서, 때로는 가족들과 같이 간 카페에서도. 일을 하지 않거나 책이라도 읽지 않고 시간을 보내면 죄책감이나 불안감이 든다.

국내, 해외 영업을 총괄하는 임원으로서, 실무를 담당하지 않다 보니, 영어를 많이 쓸 일이 없다. 그러다 보니 공부를 하지 않으면 그나마 좋지 않은 영어 실력도 유지할 수 없다. 매일은 아니지만 주말 포함해서 주에 한두 시간은 영어공부를 했다. 영어 뉴스 듣기, 영어회화 문구 외우기 등.

사무실.jpg


가능하면, 거의 매일 퇴근 후 밤, 회사 숙소 주차장 차에서 또는 주말 집 근처 공원 주차장이나 아파트 주차장에서 노래 연습을 했다. 호흡, 스케일 발성, 성대 강화 립 트릴, 텅 트릴 두성, 흉성, 상압, 하압 등등 나의 노년 생활을 위해서, 희망회로를 돌리자면, 준프로페셔널 하게 카페에서 용돈이라도 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면서 -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돈을 벌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뽐내고 싶은 것이다.

하루 종일 업무에 시달리다 보면 노래라도 그리 즐거운 것이 아니며, 노래 "연습"은 더욱 그랬다. 그러나 오십이 되기 전에 20년 넘게 다닌 첫 직장을 그만둘 때의 허망을 생각하며, 조금씩 나아지는 목소리에 위안을 삼으며 재미없는 발성 연습을 홀로 했었던 것 같다.

보컬 마이크.jpg



나는 책을 사랑까지는 하지 않지만, 지성과 감성이 없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을 가지고 있고, 책을 읽는 나를 좋아한다. 나는 철학, 종교, 정치경제 분야의 인문학을 좋아하지만, 올해는 마음 챙김을 위한 자기 계발서 정도의 가벼운 책을 읽은 정도였다. 새 직장에서 살아남은 것이 그리고 노후를 준비하면서 건강을 챙기는 것이 우선이었다. 내 정신을 말랑말랑하게 만드는 일은 내 마음을 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핑계가 맞는 것 같다.

끌어안음_타라블랙.jpg

하나뿐인 아들이 봄에 입대를 했다. 이제까지 크는 동안 너무 포시럽게 자라서, 군대에서 제대로 적응 못하고 관심사병이 되는 것이 아닌가 너무 불안했다. 그래서 장문의 손 편지를 써서 녀석에게 카톡으로 보내주기도 했다. 그러나 힘은 들지만 부대에서 잘 적응하고 동료, 선후배, 상관에게도 인정받으면서 생활하는 것 같아 정말 다행이다. 다만 너무 면회를 자주 오라고 하는데, 가서 아들 얼굴을 보는 것은 좋은데, 새벽 4시 출발, 밤 11시에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 그리고 하루 동안 열 시간 정도 운전을 해야 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녀석 군대에서도 포시럽게 살려고 하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사회는 지옥인데... 자식에게 진정한 사랑을 주는 일은 쉽지 않은 것 같다.

훈련소에서


해가 갈수록 사는 것이 힘겹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는 세상 일이지만, 어떻게 해서 살면 살수록 힘이 들까? 살면 살수록 사는 방법을 터득하고 점점 쉬워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23년부터 마음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내가 힘든 것은 내 마음이 힘든 것이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23년 중순부터 마음을 챙겨보자는 생각에 받아들임, 내려놓기, 명상 등에 대해서 공부를 하게 되었다. 공부라고는 하지만 어떤 연구를 한 것은 아니고, 관련 책을 읽고, 관련 동영상을 늘 보고 듣고 하면서 내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어떻게 작동하도록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한 것이었다.

23년 여름 무렵, 회사 일로 마음에 폭풍이 멈추지 않았던 때, 도움이 필요했다. 누구에게도 도와달라 손 내밀지 않았지만, 결국 나는 집 근처 산중 절을 찾아서, 머리 숙여 기도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그것이 인간이든 신이든 무엇이든, 진심으로 머리를 숙이게 된 것이었다. 제발 도와달라고.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 같다고. 머리를 숙이던 그때, 일순간이기는 하지만 마음에 실낱같은 빛이 들어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고 나서 지금껏 나는 해외출장을 가지 않는다면 매주말 또는 공휴일 아침에는 어김없이 그곳을 찾아서 내려놓고 받아들이는 참회를 한다.

일출.jpg


그러나 아직도 내 마음에는 많은 욕심과 집착이 남아있기도 하고, 매일매일 더 자라나기도 한다. 나름 참회를 하지만 더 자라나는 집착을 없애기도 벅찬 것 같다. 진정으로 내려놓고 받아들일 때 용기가 생기고 두려움이 없어져서 삶을 개척할 힘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한다.


2026년에는 진정으로 두려움 없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내려놓는 내가 되고, 평안한 마음으로 모든 일에 정진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모든 일에 열심이면서도 평안한 마음으로 새로운 한 해를 견뎌내고 정진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작가의 이전글바위의 나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