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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insoo Apr 14. 2024

면접관 후기 #1 - 너무 편하다고 편하게 하지 마세요



면접의 오해
너무 편하다고 편하게 하지 마세요!



최근, 면접관으로 7년차 이상 PM을 뽑는 면접을 봤다. 

3일간 총 4명의 지원자를 만났다.


지원자와 면접관의 큰 차이를 인식하게 됐다.

인식의 차이에서 오는 새로운 오해를 알게 됐다.




나는 면접관으로 임하는 분명한 한 가지 태도가 있다.

지원자가 긴장하거나 여유가 없어, 하고 싶은 말은 못 하지 않도록 편하게 해 주자!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2가지는 꼭 지키려고 한다.


첫째, 면접 전에 아이스브레이킹을 꼭 한다.

오시는 길이 멀지 않으셨나요?
식사는 하셨나요?
오늘 반차 쓰고 오셨나요?

둘째, 내가 더 밝게 웃는다. 그리고 미소를 면접 내내 유지한다.

지원자 대부분은 긍정적인 인상을 주기 위해 밝은 미소를 유지한다.

다만, 면접 과정에서 면접관의 표정을 보고 본인의 답변이 어떤지 추측하기에, 그 미소는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답변의 맞고 틀림은 없다. 내 표정을 보고 말을 주저할 수 있기에, 내 표정에 영향 받지 않도록 미소를 유지한다.


이렇게 면접은 시작된다.

답변의 맞고 틀림은 없어요. 지원자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으니, 편하게 하고 싶은 말 다하는 면접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질문이 이어져도, 전 질문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언제든지 편하게 말씀 주세요.






네 분의 면접을 보면서,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됐다.

지원자 중, 세 분이 나에게 같은 말을 했다.

지원자: 면접 너무 편하네요.

내 태도의 의도가 이 분들에게 전달돼서 다행이다.


하지만, 그 뒤 질문에 예상치 못한 답변이 들어왔다.

나: A 회사의 업무 진행 방식은 주로 Top-down 방식인가요? Bottom-up 방식인가요?
지원자: Top-down 방식입니다.
나: Top-down 방식이더라도, 지원자께서는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는 과정이 있어야 업무를 시작하시나요?
지원자: 아니요. 그냥 하죠. 위에서 시킨 거면 그냥 해야죠. 회사 생활이 다 그런 거 아니겠어요?

순간 나는 충격이었다.

"회사 생활이 다 그런 거 아니겠어요?"

위 말에 동의한다. 누군가는 열정을 갖고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회사생활을 한다. 반면에, 위에서 시키는 일만 책임감 있게 묵묵히 해내는 분들도 있다. 사람마다 다르다. 회사를 바라보는 가치관의 차이니깐.

다만, 누군가에게 나를 어필해야 하는 면접에서 위와 같은 답변을 했다는 게 충격이었다.


내가 너무 당황한 나머지, 잠시 20초간 정적이 흘렀다.

그분을 이해하고 싶어, 다시 물어봤다.

나: 아! 지원자분께서는 Top-down 방식의 업무를 책임감 있게 맡아, 해내는 경험이 많으셨겠네요.
지원자: 아... 네네! 맞습니다. 그렇게 말할 수 있겠네요.


위 질문을 빠르게 정리하고, 이어서 면접을 진행했다.

면접 말미에 지원자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나: 마지막으로 미쳐 말하지 못했거나, 더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지원자: 아... 제가 면접 분위기가 너무 편해서 그랬는지, 친구한테 말하듯이 일부 말한 게 있네요..


지원자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면접은 끝났다.


위 지원자에 대해 팀장님과 리뷰하는 시간을 가졌다.

둘 다 동일한 의견이었다. "함께하지 못하겠다"

채용하고자 하는 포지션은 PM이지만, 영역 구분 없이 사업에도 일부 참여하여 전체 프로덕트를 리딩해야 하는 역할이었다. 그렇기에, Top-down의 일이어도 아니면 과감히 '아니'라고 이야기해야 한다. 본인이 대부분의 의사결정해야 한다. 뽑고자 하는 역할에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면접 과정에서 이 분은 맡은 일을 책임감 있게 할 수 있는 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만, "회사 생활이 다 그런 거 아니겠어요?"라는 답변으로 "주어진 일에서만 책임감을 발휘하겠구나"라고 판단했다.

"주어지지 않으면 일을 안 할까?"라는 의심이 가시지 않았다.

만약, 이 분이 이렇게 답변하지 않았더라면 합격했었을까? 

아직도 그분의 답변이 뇌리에 스친다.






면접에서 100% 솔직하긴 어렵다. 친구 사이의 대화로 생각해 보자. 

A 친구: "야! 회사생활 다 똑같아! 시키는 대로 해야지 내가 더 나설 필요 있어?"
B 친구: "야! 회사생활 다 똑같아도,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해봐야지!"

둘 다 회사생활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사람이다.

누가 더 매력 있는 사람으로 보일까? 난 후자다(이 Case에 대해 팀원 5명 모두 같은 생각).


면접은 함께 일하는 동료를 뽑는 과정이다.

아무리 편한 분위기여도, 표현은 조심해야 한다.


면접관이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은,
긴장을 낮추고, 여유를 갖고 하고 싶은 말을 후회 없이 하라는 뜻이다. 


연차가 높아서 회사 생활에 통달해서일까?

참 신기했다. 세 분이나 위와 같은 말을 했다는 게.

면접 볼 때 고민해 보자.

긴장을 낮추고 여유를 갖되, 표현에 조심하며 나의 매력을 어떻게 어필할지.

문뜩, 예전 면접 볼 때 내 모습이 생각난다.



요약

면접관이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의도는?
지원자가 놓치는 것 없이 모든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목적!
그렇다고, 친구에게 이야기하듯이 표현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작가의 이전글 면접관 후기 시리즈 Pr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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