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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insoo May 23. 2023

열정의 온도 #1


첫 직장을 그만뒀다. 대학원에 입학했다.

그와 동시에 합정동으로 이사했다. 어쩌다 보니 집 가는 길에 YG사옥이 있다.


오전 11시.

집을 나서 학교에 간다.

오늘도 YG사옥 앞에는 몇몇 팬들이 서 있다.


밤 10시.

학교에서 집으로 간다.

늦은 시간 역시나 YG사옥 앞에는 몇몇 팬들이 서 있다.


매번 같다. 언제나 YG사옥 앞에는 몇몇 팬들이 서 있다.

YG사옥을 자주 지나다 보니 팬들의 얼굴이 보인다.


처음 알았다.

싱글벙글, 하하호호 밝은 미소를 띠고 있다는 것을.

오전 11시. 밤 10시. 같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집에 가는 길 나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나도 저럴 수 있을까?


집에 들어가질 못했다.

나의 열정은 목욕탕의 온탕보다 못한 고작 30도짜리 열정인 것 같아서.


하고 싶은 공부가 있어서. 더 늦기 전에 해보려고 대학원에 입학했다.

하지만 그들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난 학생 신분의 자유를 얻고 싶었던 건 아닐까?

첫 사회생활, 너무 쏟아부어서 안정을 원했던 건 아닐까?

'아니'라고 대답 못하는 나 자신에게 무력감을 느낀다.


그 날 이후로.

하기로 한 것은 열정을 쏟기로 다짐했다.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으로, 잘해보자는 마음으로 몰입하기로.


글을 쓰는 지금도 가끔 YG사옥 앞을 지난다.

팬들을 위해 늦은 시간까지 연습실에서 연습하는 아이돌도.

그들이 좋아서 늦은 시간까지 기다리는 팬들도.


나에겐 정말 멋있는 사람들이다.

나는 그들의 열정 온도보다 더 뜨거워지기 위해서.

오늘도 부단히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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