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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로 Oct 03. 2023

토슈즈의 의미

<내가 토슈즈를 신은 이유>를 읽고 

책 ‘내가 토슈즈를 신은 이유’의 표지에는 “미국 최고 발레단 ABT 최초의 흑인 수석 무용수 이야기”라고 적혀있다. 발레 문외한 내가 가장 먼저 꽂힌 단어는 “흑인”이다. 발레 경험이 많지 않지만, 발레 무용수 중에 흑인이 있었나? 하는 생각과 함께 발레는 흑인이 하면 안되는 건가? 싶은 마음이 공존했다. 


책은 흑인 발레 무용수 미스티 코플랜드의 일생을 그리고 있다. 꽤 두꺼운 책이지만, 시간에 따라 미스티에게 토슈즈(=발레)가 의미하는 바를 정리해보면 쉽게 그녀의 삶을 이해할 수 있다. 

# 탈출구 

안정적인 부모 아래서 건강한 삶을 누리지 못한 미스티는 성장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거주지 정착이 불가한 상황에서 미스티를 비롯한 남매들은 어딘가로 또 떠나야할까 라는 불안감을 안은 채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신디의 도움으로 토슈즈를 신게된다. 미스티가 토슈즈를 신은 순간, 그리고 무대에 선 순간은 가정 생활의 어떠한 어려움도 잊게 만든다. 더불어 토슈즈를 신은 덕분에 좁은 모텔 방에서 빠져나와 신디의 아파트 생활에서 살수 있게 되었으니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삶의 탈출구가 된다.

# 정체성

미스티에게 토슈즈는 발레리나라는 정체성과 동시에 본인이 유색인종의 정체성을 상기시켜주는 매개체다. 발레계는 가냘프고 새하얀 피부를 가진 사람들이가득하다. 그 속에서 토슈즈를 신은 미스티의 몸매와 피부색은 확실한 존재감과 정체성을 갖는다.

# 균형

감히 말하지만, 발레는 균형의 예술이라 하겠다. 힘껏 뛰어올라 완벽하게 착지하는 균형, 무대 위에서 따뜻한 공기로 말랑말랑해진 토슈즈를 신고 잡는 균형, 라이브 오케스트라와 갑작스러운 박자 변화 사이에서 춤의 균형, 개인의 삶과 발레 무용수 사이에서의 균형 등 많은 균형을 이루고 살아야 한다. 미스티에게 토슈즈는 몸의 균형 뿐만 아니라 굴곡진 삶에서 본인만의 균형을 찾게 만들어준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최근 발레에 관심이 생겨 유튜브도 예능 프로그램도 발레 관련한 컨텐츠를 찾아본다. 그 중 지난주에 ‘금쪽 상담소’에 김주원 발레리나 편을 봤다. 그녀는 발레리나 은퇴 이후의 삶을 걱정하고, 발레는 그녀의 삶 자체임을 고백하고 있었다. 직업=생계인 나로서는 그녀의 고민이 거의 공감되지 않았다. 이번 책을 읽고 한 발레리나의 일생을 읽어 보니, 이제 그녀의 고민이 조금은 이해되기 시작한다. 평생 토슈즈와 함께하며 발레는 발레 무용수들의 정체성이자 삶 그 자체로 여겨진다. 책 덕분에 무용수들의 삶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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