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인생학 특강>을 읽고
“나는 좋은 회사에 다니고 있다.” 물론 지금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과거 어느 시기에 회사에 관해 묻는 다면 언제나 좋은 회사라 말했다. 거의 50년 동안 안정적인 수익 구조로 유지되었고, 심지어 IMF 때도 그 흔한 정리해고가 없었던 걸 자랑스럽게 여기는 회사다. 그렇다 보니 10년 이상 근무하시는 분들이 많고, 적게 일하고 정년까지 오래 일하자는 회사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첫 회사이자 여전히 다니고 있는 이 회사에서 6년 차를 맞이 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6년 동안 가장 큰 이슈라고 한다면 작년 말, 2년 동안 열정을 쏟았던 프로젝트가 시장 상황에 따라 갑자기 중단되었던 것이다. 물론 지금은 새 프로젝트를 맡아서 하고 있으나, 어느새 업무에 익숙해진 나머지 지난 프로젝트의 업무 처리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업무의 양과 질이 현저하게 떨어져 예전엔 3시간이면 마무리할 업무를 8시간 내내 늘여서 일하고 있다. 신입의 패기로 열정을 쏟았던 5년의 시간이 지나 이제는 열심히 하려다가도 ‘이 정도만 하면 되지 뭐, 아무도 신경 안 쓰는데 뭐’라는 식이다. 이런 태도로 일하며 스스로 회의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작년 말부터 시작되었던 권태감인지 번아웃인지 알 수 없는 감정은 나의 태도에서 시작되었다. 사실 누구 때문이라 생각했는데… 아니 나 때문이었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어’라는 마음속 외침과 함께 변화를 도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변화는 누구나 예상 가능한 이직이나 직무 전환이다. 연구 개발 직무로 5년을 해봤으니, 이제는 RA (Regulatory Affairs, 의약품 인허가 등록) 직무로의 전환을 꿈꾸고 있다. 사내 공모(사내 RA 직무 지원자 모집)에 지원해 보기도 하고 헤드 헌터를 통해 이직 시도도 해봤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서류 탈락.
책 <하버드 인생학 특강>의 저자는 ‘후회 없이 좋은 삶을 사는 법’을 이야기한다. 책을 덮고 나니 이 한 문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진정으로 행복을 찾고 싶다면 의미 있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성공하고 더 많은 책임을 질 수 있는 기회를 계속해서 찾아야 한다.” '좋아하는 일을 찾으면 평생 단 하루도 일할 필요가 없다' 계속되는 탈락 앞에서 문득 그냥 이 회사 계속 다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여러모로 나쁘지 않은 회사임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고 지금, 이 순간 다짐하게 된다. 의미 있는 새로운 것을 배우러 가자. 더 많은 책임을 질 수 있는 기회를 찾으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