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장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夫佳兵者 不祥之器 物或惡之 (부가병자 불상지기 물혹오지)
故有道者不處 君子居則貴左 用兵則貴右 (고유도자불처 군자거즉귀좌 용병즉귀우)
兵者不祥之器 非君子之器 不得已而用之 (병자불상지기 비군자지기 부득이이용지)
舌淡爲上 勝而不美 而美之者 是樂殺人 (염담위상 승이불미 이미지자 시락살인)
夫樂殺人者 則不可得志於天下矣 (부락살인자 즉불가득지어천하의)
吉事尙左 凶事尙右 偏將軍處左 (길사상좌 흉사상우 편장군처좌)
上將軍處右 言以喪禮處之 殺人之衆 (상장군거우 언이상례처지 살인지중)
以悲哀泣之 戰勝則以喪禮處之 (이비애읍지 전승즉이상례처지)
병자불상(兵者不祥). 병사와 무기는 상서롭지 못한 도구이다. 노자는 전쟁에 극히 반대했다. 따라서 그는 무기를 사용해서 폭력을 행사하는 것에 철저히 반대하면서 비폭력주의자(또는 평화주의자)였던 것이다. 도덕경 31장은 노자의 반전(反戰)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전쟁에서 승리를 축하하기 보다는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죽음을 애도하라고 말한다. “전쟁에서 그 많은 사람을 학살했으니(殺人之衆), 슬픔과 가련한 마음으로써(以悲哀) 통곡해야 하는 것이다(泣之). 전쟁에서 승리를(戰勝) 거두었기에 더욱더 상례로써(以喪禮) 대처하라는 것이다(處之).” 또한, “승리하더라도 이를 미화하지 말고(勝而不美), 이를 미화하는 자(而美之者)는 살인을 즐기는 사람(是樂殺人)이다.”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아마도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는 어린이와 여자들이다. 전쟁은 어떤 이유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상에서는
4초마다 한 명의 아이가 전쟁과 기아로 죽어가고 있고,
매일 3만 5천 명의 아이들이 먹을 것이 없이
죽거나 전쟁터의 총알받이가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2억 5천 명의 아이들이 고된 노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이 아이들을 고통받게 해야 할까요?
(...)
전쟁은 안 됩니다.
어떤 그럴싸한 이유를 붙여도 전쟁을 해선 절대로 안 됩니다.
아이들이 고통받기 때문입니다.
(...)
‘꽃으로도 이 아이들을 때려선 안 된다!’라고 중얼거리며 잠이 들었습니다.
-김혜자 에세이,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中에서-
케임브리지 대학의 정신 병리학 교수이자 심리학자인 배런-코헨(Simon Barron-Cohen)은 <공감 제로 분노와 폭력, 사이코패스의 뇌 과학>에서, 사이코패스를 비롯하여 흔히 우리가 악마라 부르는 사람들의 뇌의 마음을 깊숙이 들여다봄으로써 그들이 보이는 잔혹성에 공감성이 없다고 말한다.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1960년 나치의 대표 전범으로 유명한 아돌프 아이히만(Adolf Eichmann)이 약 12년간의 도주 끝에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잡히자 당시 뉴욕에 거주 중이었고, 그녀는 기자로서 예루살렘에서 진행된 아이히만에 대한 재판에 참석하였다. 그곳에서 아이히만을 관찰하면서 그녀는 ‘악의 평범성(The banality of Evil)’이라는 개념으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집필했다. 수많은 학살을 자행한 나치의 아이히만은 개인적으로는 매우 친절하고 선량한 사람이었다. 아렌트는 이 사례에 착안하여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평범한 사람은, 부당한 권위에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그 권위에 동조되어 언제든지 악을 저지를 수 있는 잠재성을 지니고 있다”고 보았다. 우리 모두 가슴 한편에는 악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잠재의식속에 폭력을 감추고 있듯이. 우리는 이러한 악을 끊임없이 경계해야 한다. 한나 아렌트는 이렇게 말한다. “타인과 관계를 맺어라. 주위의 악과 계속해서 싸워라. 예술가처럼 쓰고 생각하라. 자유를 존중하고 경계를 뛰어넘어라. 자유와 정의의 이름으로 행동하라.” <폭력의 세기>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책에서, 그녀는 폭력과 권력의 개념 차이를 설명하면서, 폭력의 정체를 파악하고 그것에 대해 행동(실천)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나 아렌트는 영화 <한나 아렌트>(2014)와 다큐멘터리 <활동적 삶: 한나 아렌트의 정신>(2016)이 있다.
마크 리부(Marc Riboud)의 유명한 사진 한 장이 있다. 1967년 10월 21일 촬영된 <꽃을 든 소녀Flower Child> 사진인데, 워싱턴 DC에서 열린 (베트남 전쟁) 반전 시위에서, 한 소녀가 군인들 앞에 꽃을 내미는 장면이다. 이 사진의 주인공은 17세의 소녀 얀 로즈 카스미르(Jan Rose Kasmir)였다. 그녀는 젊은 군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나요? 이 부끄러운 일을 받아들이십니까?” 그러자 그들은 그녀의 시선을 피했고, 그녀는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자, 나를 찌르세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녀는 Rhgdmf 가져다가 그들의 총구 앞에 갖다 댔던 것이다. 그 소녀의 행동을 놓치지 않고 마크 리부는 촬영을 했다. 그의 사진이 평화적 시위의 상징적인 사진이 된 순간이었다. 그는 “사진은 진실을 말하는 도구”라고 믿었다. 사진이 사회적 현실을 담으며, 사람들에게 깊은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사진을 찍는 것은 인생을 강렬하게 음미하는 것이다. 매순간마다.”
“사진가는 항상 촬영대상에 대해 깊은 존중을 가지고, 자신의 감정을 기준으로 작업해야 한다.”
-마크 리부-
마빈 게이(Marvin Gaye)는 흑인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싱어송라이터이다. 특히 소울과 R&B에 영향을 주었다. 그의 여러 히트곡 중에서도 <What's Going On>은 1971년 동생의 베트남 전쟁 참전과, 듀엣이었던 여성 보컬 태미 테럴(Tammi Terrell)의 사망에 충격을 받고 만든 곡이다. 스티비 원더와 함께 모타운 레코드(Motown Records)의 중흥을 이끌고 가사에 사회비판적인 내용을 담는 파격적인 곡으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개인사는 노래 파트너의 죽음과 이혼, 마약 중독과 자살 시도 등의 굴곡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1984년 만우절 날, 부모끼리 벌어진 싸움을 말리다가 아버지랑 몸싸움이 붙었고 화가 난 아버지의 총에 맞아 말 그대로 비명횡사하고 말았다. 마빈 게이를 죽인 총은 전에 그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버지에게 줬던 것이었다. 민권 운동과 베트남 전쟁의 주제를 다루면서 작사하기로 알려졌고, 반전 운동 탄압('What's Going On'), 참전 용사에 대한 부당한 대우('What's Happening Brother'), 환경 오염('Mercy Mercy Me [The Ecology]'), 빈곤 및 인종 차별('Inner City Blues [Make Me Wanna Holler]') 등의 곡들이 있다. <What's Going On>은 베트남전쟁, 인종차별, 빈곤, 환경파괴등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백인화된 흑인음악’이 못마땅했던 마빈 게이는 심플하게 요구했다. “내 음악에 간섭 마라.”
“어머니, 어머니/너무 많은 어머니들이 울고 있어요/형제, 형제, 형제들이여/너무 많은 형제들이 죽어가고 있어요.” “아, 모든 것들이 예전같지 않아요 (예전같지 않아요)/모든 푸른 하늘은 어디로 가버린 걸까요?/바람이 독을 품은 채 불고 있어요.”
Marvin Gaye - What's Going On
https://youtu.be/o5TmORitlKk?si=GntmpqR7jtwCkA5H